
TV 드라마에 청춘 남녀의 로맨스가 메인 요리로 등장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중년, 노년의 로맨스가 꽤 비중 있는 '사이드 디시'로 나란히 상 위에 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이모와 삼촌이 아니라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이 그려지고 한 발짝 더 나아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로맨스가 제대로 된 기승전결과 함께 그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관계자들은 '어른'들의 사랑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더 솔직해졌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중·노년 시청자층이 두꺼워진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아련한 첫사랑..환갑이 돼 다시 만나다 = MBC 일일극으로 오랜만에 인기를 끄는 '불굴의 며느리'에서는 55세 차혜자(김보연 분)와 57세 장석남(이영하)의 사랑이나날이 여물어 간다.
어린 시절 한동네에 살며 마음을 나눴던 두 사람은 혜자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면서 인연이 끊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둘은 환갑을 코앞에 두고 서로 싱글인 상태로 재회해 젊은 시절 못다 했던 알콩달콩한 사랑을 엮어가고 있다.
혜자 집 담벼락 기왓장 밑에 러브레터를 넣어두고 가족 몰래 데이트를 즐기면서둘은 그 옛날 어리고 수줍은 연인으로 돌아갔다.

문영남 작가는 전작인 '수상한 삼형제'에 이어 이번에도 노년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연속극을 보는 '어른'들을 공략한다.
모성애와 조용팔의 사랑은 애절한 순애보다.
역시 어린 시절 고향 친구인 두 사람은 노년에 재회해 생애 마지막 사랑을 불태운다.
그런데 그 사랑이 무척 절절하다.
모성애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데, 그런 모성애를 향해 조용팔이 무모할 정도로적극적인 순애보를 펼칠 예정이다.

강형도의 외도로 이혼했던 두 사람은 10여 년이 흐른 후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옛 감정을 회복한다.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 아내와 고등학생 외동딸의 가슴에 깊은상처를 안기고 떠났던 강형도는 그러나 재혼한 그 젊은 여자와의 소통에 한계를 절감하고 후회와 함께 오정희에게서 다시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오정희 역시 씻을 수 없는 배신감을 안겨줬던 전 남편이지만 자신을 떠난 후 행복하지 않은 그에게서 측은지심이 섞인 우정과 자식을 매개로 한 질긴 인연을 느끼며 다시 사랑을 확인한다.
◇사별 후 새로운 사랑 = 얼마 전 종영한 SBS '여인의 향기'에서는 주인공 이연재(김선아)가 홀로된 엄마 김순정(김혜옥)에게 새 짝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스토리의 일부분으로 곁들여졌다.
그 짝은 이연재의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 김동명(정동환). 이연재는 자신의 반대로 어머니와 맺어지지 못한 김동명을 십수 년 만에 찾아가 어머니와의 재회를 주선했고, 드라마는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중년의 남녀가 설렘 속에 데이트를 하다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SBS 주말극 '내 사랑 내 곁에'에서는 봉선아(김미숙)와 고진국(최재성)의 사랑이 애틋하게 그려진다.
과거 하숙집 딸과 하숙생의 관계로 알고 지내다 중년이 돼 각기 사별한 상태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가며 재혼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봉선아의 딸이 과거 고진국의 조카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미혼모가 된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둘의 재혼은 올스톱이 돼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또 KBS 일일극 '우리집 여자들'에서는 김진숙(나영희)과 차성주(김병세)가 역시사별 후 새로운 인연으로 만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다.

허웅 SBS 드라마 국장은 "사실 트렌드를 볼 때는 드라마가 늦은 감이 있다. 중년의 사랑이 부각되고 그 중요성이 조명된 것은 이미 몇 년 전"이라고 말했다.
허 국장은 "과거에는 어른들의 사랑을 '우세스럽다'며 감추려는 측면이 강했다면 이제는 시대의 변화로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려는 분위기"라며 "개인의 삶에 대한 귀중함이 부각되고 감정에 충실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드라마에도 자연스럽게 그것이 녹아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애정만만세'의 천호진은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중년들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 가장 끌렸다.
모두 중년이 되고 사랑을 하는데 왜 중년들의 사랑은 등한시하는지 안타까웠다"며 "중년들의 아름다운 사랑도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폼나게 살거야'의 노주현은 이효춘과의 멜로 연기에 대해 "늙은이들의 사랑이지만 '닭살'보다는 풋풋한 사랑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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