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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서울=연합뉴스

"황제펭귄이 오히려 우리를 구경하데요"

"황제펭귄이 오히려 우리를 구경하데요"
입력 2011-12-20 18:37 | 수정 2011-12-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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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여름이 찾아오는 6월 남극은 혹독한겨울을 맞는다.

    다른 동물들은 영하 60도에 육박하는 혹한과 시속 200km의 눈폭풍을 피해 남극을 떠나지만 황제펭귄은 남아 두꺼운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기른다.

    MBC 자연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제작진은 혹독한 남극의 겨울을 버티고 황제펭귄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300일간 남극에 머물며 세상과 고립을 견디고 얼굴에 동상이 입으며 얻은 수확이었다.

    제작진은 20일 오후 여의도 MBC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히려 황제펭귄이 우리를 구경했다"며 제작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소감을 전했다.

    김진만 PD는 "황제펭귄의 당당함이 인상적이었다"며 "극한 추위에 우리는 무게 20kg의 보호장구를 했는데 옆에서 당당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 곳의 주인은 너구나. 우리가 있을 곳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김 PD는 "환경단체가 황제펭귄이 알을 품을 때는 70m 이상 거리를 두고 찍도록 감시하는데 펭귄이 가까이 오는 건 뭐라고 하지 않더라. 날씨가 좋은 날 펭귄 수백 마리가 나를 따라올 때 이들과 하나가 됐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며 웃었다.

    송인혁 촬영감독은 "사실 펭귄들도 심심해 보였다. 우리가 가면 반가워했다"며 "어떤 애들은 마중도 나와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극의 눈물'은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에 이은 MBC자연환경 다큐멘터리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제작진은 제작준비기간까지 포함해 500일 동안 10개국, 12개 남극기지를 방문했다.

    총 제작비 25억원에 고속 촬영이 가능한 ENG SR 9000카메라와 항공촬영장비 씨네플렉스, 3D 카메라 등 첨단 촬영장비가 동원됐다.

    촬영 테이프만 1천500여개에 달한다.

    장기간 남극에 머물려고 제작진이 택한 방법은 남극기지의 대원이 되는 것이었다.

    이들은 여러 나라의 기지와 접촉한 끝에 호주 모슨기지의 허가를 받고 대원으로참여했다.

    현지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체감온도가 영하 30-40도에 머물고 A급 태풍의 눈폭풍이 수시로 부는 데다 혹한에 카메라 충전기가 터지고 얼굴이 얼어붙기 일쑤다.

    그만큼 감동적인 순간도 많았다.

    김진만 PD는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황제펭귄의 새끼가 부화하는 순간을 꼽았다.

    그는 "먹이를 구하러 나간 암컷 대신 새끼를 품은 수컷이 배를 들어 올렸을 때깨진 알껍데기 사이로 새끼가 삐약거리는 모습이 보였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송인혁 감독은 "황제 펭귄을 만나는 매 순간이 참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알 낳고 부화시키고 먹이를 나르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면서 펭귄이란 느낌보다 옆집에 사는 청년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매 순간이 반갑고 만나러 갈 때마다 기분 좋았어요." 해양 생태계를 담은 김재영 PD는 "길이 13m나 되는 혹등고래가 남극까지 6개월 동안 3천km를 오면서 아무것도 안 먹고 오는데 바다 위로 물의 중력을 이기고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사람을 잘 따르는 펭귄들 덕분에 촬영팀이 갈등에 빠지는 순간도 있었다.

    새끼 펭귄이 갈매기류인 패트롤의 공격을 피하다 카메라 감독에게 도망온 것. 김재영 PD는 "개입을 하면 안되어서 구해줄 수도, 밀쳐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감독이 적당하게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잘 통제했다"고 전했다.

    김진만 PD와 송인혁 촬영감독은 '아마존의 눈물'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김진만 PD는 "아마존은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남극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주인"이라고 했다.

    김 PD는 정신적인 면에서 남극이 아마존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마존은 찍고 잠시 나와 쉬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남극은 그럴 수 없었죠. 벌레가 없어 몸은 덜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면에서 아마존과 비교가 안 돼요. 남극은 지구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한 달 정도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송인혁 감독은 "온탕 갔다가 냉탕 간 기분"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그는 "항상 카메라가 불쌍했다"며 "애(카메라)를 추운 바깥에 내놓고 우리는 안에 있었다. 가끔 가서 카메라가 배고플 때 건전지를 바꿔줬다"고 농 섞인 경험담을 전했다.

    그러나 인류의 손이 닿지 않은 땅이라 생각했던 남극도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인간을 따라 남극으로 유입된 쥐들이 들끓고 새끼 펭귄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어 죽었다.

    김진만 PD는 "남극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남극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미래에이곳도 인간에 의해 피폐해진 아마존이나 북극, 아프리카처럼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작이 평균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제작진의 부담이 클 법했다.

    "부담은 물론 있어요.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고 동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작과 다릅니다. 그런 것들을 시청자가 어떻게 볼까 궁금해요. 왜 인간이 이 땅에 들어오는지 꼭 들어가야 하는지 하는 질문을 던져주고 싶어요.(김진만)" '남극의 눈물'은 23일 밤 11시 프롤로그 '세상 끝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내년 1월 6일부터 3주간 금요일 밤 11시5분 방송된다.

    27일에는 밤 9시55분부터 2부 연속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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