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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서울=연합뉴스

北식량사정 둘러싸고 국제기구ㆍ정부 시각차

北식량사정 둘러싸고 국제기구ㆍ정부 시각차
입력 2011-04-03 17:11 | 수정 2011-04-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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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혹한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식량이 원래 부족하긴 했지만 예년보다 특별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북한 식량사정을 둘러싸고 국제기구와 우리 정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은 북한 식량난을 강조하며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과장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WFP와 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UNICEF) 등 유엔기구 관계자들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11일까지 북한의 9개 도(道), 40개 시ㆍ군을 방문해 식량상황을 조사했다.

    현지 실사를 바탕으로 지난달 24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만성적으로 겪어왔던 식량 부족 가운데서도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겨울 유례없는 혹한을 지내면서 감자와 밀, 보리 등 겨울 작황이 최저 수준인데다 구제역 발발, 식량과 원유 가격의 상승 등의 이유로 올해 10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영유아와 임산부, 노년층 등 취약계층 610만명을 위한 43만4천t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북한도 꽤 다급한 모습이다.

    북한은 유엔 조사단에 직접 방문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그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유연한 접근을 허용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재외공관을 통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수십개 국에 식량지원을 호소하는 한편, 평양을 방문한 제3국 외교관에게도 쌀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열린 남북적십자 회담에서도 껄끄러운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에는 남측 민간단체들과 만나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 "많은 주민이 아사할 위험이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영국을 방문해 현지 고위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반응하고 있다.

    유엔 측의 보고서는 북한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둔 비축용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이다.

    강성대국을 맞아 식량을 풀어 주민 불만을 잠재우고 김정은 후계 승계를 선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9일 "북한이 전 세계에 1천t도 좋다, 1만t이면 더좋다고 하고 (식량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은 재고량을 대비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지난해 작황은 재작년(411만t)보다 못하지 않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말한 바 있다.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당초 정부는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감안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현 북한 식량사정에 관한 국제기구의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막상 지난달 보고서가 발표되자 정부는 보고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WFP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2011년 86만7천t 부족이 예상된다'고 했다가 불과 4개월 만에 '100만t 이상이 부족하다'고 보고한 것은 북한측이 제공한 자료에만 의존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지원액에서 일부 할당되는 조직 운영비를 위해 북한 식량난을 과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난달 30일 방한한 WFP 대표단과 만나 북한 식량사정 추산 근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설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식량지원은 어렵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WFP는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약 2주 후 구체적인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제기구 등의 대북식량지원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 정부 역시 뒷짐만 지고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북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민간단체의 대북 순수 인도적 지원 재개를 허용한 것은 이러한 고민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3일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 등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개선 없이는 현 상태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렵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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