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중심부. 리비아 서부 사막 국경에서 약 350km 거리의 육로를 통해 도착한 트리폴리 시내전체는 적막한 상태였다.
한낮의 열기에 휘감긴 트리폴리는 희망과 긴장이 뒤엉킨 분위기였다.
주요 도로와 시내 거리는 환한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텅 비어 있었다.
상가는 철문을 굳게 내려 닫은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가끔 울리는 총성이 불안한 적막감을 깨뜨렸다.
대형 건물 입구와 도로를 달리는 차량에는 반군을 상징하는 3색 깃발이 꽂혀 있었고 도로 주변의 벽에는 'Freedom for Libya' 등이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 배치된 무장한 반군은 취재진을 볼 때마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고 나서 일부는 환영한다는 말을 건넸다.
삼색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한 군인은 오른손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며 반군이 트리폴리를 완전히 장악했음을 자신했다.
외신 기자들이 일부 머물고 있는 코린시아 호텔, 래디슨 블루 호텔 등에는 무장한 반군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고, 호텔 내부에서도 건장한 청년들이 소지품과 무기 소지 여부를 꼼꼼히 검사했다.
호텔 입구 바닥에는 대형 카다피 초상화를 붙여놓았다.
기자가 그냥 지나치려 하자 '밟고 가면 된다'는 반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AK 자동 소총을 들고 호텔 경계를 선 한 30대 반군은 "트리폴리는 이제 안전해 졌다.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거리에 마주친 시민들의 표정에는 달라진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충격이 채가시지 않은 듯 어리둥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오랜 내전으로 물과 식량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긴급 구호물품 지원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탓에 피로감도 묻어 있었다.
반군과 카다피군의 격전이 일단락된 뒤 카디피 요새와 한 병원 건물에서 수백 구의 시신이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흉흉한 소식도 코끝을 맴도는 화약 냄새와 함께 도시의 공기를 아직은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래디슨 블루 호텔 앞에서 만난 트리폴리 시민은 "카다피는 머지않아 잡힐 것이다.
하지만 먹고 마실 것이 부족해서 당장 살아가는 일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에 도착하기 전에 들른 리비아 관문이자 전략 요충지 자위야는 트리폴리보다 훨씬 더 심각해 보였다.
너무나도 고요해 '유령 도시'를 방불케할 정도였다.
리비아 정부군과 반군 간 치열한 교전이 펼쳐지기도 했던 자위야 시내 거리 곳곳에는 포탄 자국이 선명한 건물과 함께 뼈대만 남은 트럭과 승용차 수십 대가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자위야 시내 모든 주유소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주유 기계는 불에 탄 흔적이 엿보였다.
집중 포격을 당한 차량 수십 대가 뒤엉켜 거리에 나뒹구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3층짜리 건물은 미사일 공격을 받은 듯 뼈대만 앙상히 남은 채 잔햇더미 그 자체였다.
시내의 길가에 설치됐던 카다피의 대형 초상 등은 모두 불에 그을리거나 찢긴 상태였다.
무장한 반군은 자위야 일원 10여곳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나서 이동 차량을 모두세운 뒤 검문을 했다.
튀니지와 리비아 국경 도시인 와진부터 트리폴리 사이에 설치된 반군의 검문소는 무려 20개를 헤아렸다.
반군은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과 인원을 까다롭게 통제했다.
세계
트리폴리<리비아>=연합뉴스
트리폴리<리비아>=연합뉴스
대낮에도 텅 빈 트리폴리‥'희망과 긴장' 교차
대낮에도 텅 빈 트리폴리‥'희망과 긴장' 교차
입력 2011-08-28 19:42 |
수정 2011-08-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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