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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車산업 떠받치는 '동일노동 차등임금제'

美 車산업 떠받치는 '동일노동 차등임금제'
입력 2011-09-14 13:13 | 수정 2011-09-1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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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디트로이트 근교에 있는 크라이슬러의 제퍼슨 노스 공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48초에 1대씩조립된다.

    이 차량의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숙련도나 작업시간에서 별반 차이가없지만 이들이 받는 시간당 임금은 채용시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 새로 채용된 근로자들은 시간당 14달러(한화 1만5천원 상당) 가량을 받지만 장기간 근무해온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은 신입 직원들의 2배에 달한다.

    이처럼 동일작업장 내에서 차등임금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파산위기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있는 미국 자동차산업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4일 보도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장기실업자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극심한 실업사태로 인해 미국에서 상대적 저임금으로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제퍼슨 노스 공장에 시간당 14달러를 조건으로 근로자 채용공고를 냈다가 지원자가 쇄도하자 1만명까지만 지원서를 받고 지원창구를 닫아버렸다.

    이 공장의 매니저는 작년 가을부터 차등임금제를 도입한 이후 조립라인에서 작업능률과 생산된 차량의 품질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부터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차등임금제를 도입해 값싼소형차 생산에 저임금 근로자들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차등임금제는 항공산업을 비롯한 여타 업종에서 시도돼 꽤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강력한 파워의 노조가 연공을 불문하고 `동일 근로에 동일 임금'을 철칙으로 삼아온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차등임금제가 뿌리내린다는 것은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하다고 IHT는 지적했다.

    미시건 앤아버 소재 자동차연구센터의 크리스틴 지첵 연구원은 IHT와의 인터뷰에서 "빅3 자동차회사들이 기존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은 채 노동비용을 줄이고 있으며, 이는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고용의 안정성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4년전 외국 자동차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속에 경쟁업체들과의 생산비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 근로자의 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에대해 사용자측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의 2만3천명 근로자 가운데 12%가 차등화된 저임금을 받고있으며 UAW 소속 노조원 11만2천명 가운데 4천명이 이러한 차등임금제로 인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신규 채용근로자들은 이러한 임금의 차별 이외에도 다른 복지혜택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기존의 장기근속 근로자들이 연간 5주의 유급휴가 혜택을 누리지만 신규 근로자들은 연간 4주로 제한된다.

    60세로 퇴직한 후 월 3천100달러가 보장된 연금혜택도 신규 근로자들은 누릴 수없다.

    이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연간 2천달러의 보조금을 바탕으로 개인연금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노조 내부에서는 이러한 차등임금제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 않다.

    일부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임금과 복지혜택의 삭감을 감수할 테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GM과 크라이슬러는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맺은 협약에 따라 빨라도 2015년까지는 신규 채용자들의 저임금을 기존 근로자들과 동일 수준으로 올릴 수 없도록 돼 있으며, 이는 노조와도 합의된 사항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에서는 차등임금제가 계속 확대되면서 동일 작업장 내에서 같은 노동을 하면서 절반 정도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슬러의 공장에서 일하는 채트먼(44)씨는 "회사가 정상화되고 경기가 좋아지면 기존 근로자들과의 임금격차도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자신의 연봉 3만달러로는 자신이 만든 그랜드 체로키 차량을 살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는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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