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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기자이미지 합천=연합뉴스

"영원한 행복 찾아 아버지 성철스님의 길 따랐죠"

"영원한 행복 찾아 아버지 성철스님의 길 따랐죠"
입력 2012-09-18 15:13 | 수정 2012-09-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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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으로 '저 분인가?'하는 순간, 그분이 소리를 크게 질렀다.

    "가라, 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한 치의 미련도 없이 삼촌의 손을 꼭 잡고 돌아서 버렸다.

    "집에 가자, 삼촌!"」(29쪽) 지난 1993년 입적한 성철스님의 유일한 혈육인 불필스님이 처음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은 매정함 그 자체였다.

    불필스님은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8일 발간한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에서 가슴 절절한 가족사와 개인적으로 소장해왔던 성철스님의 법문과 편지, 사진, 친필 법문 노트 등을 공개했다.

    속세의 나이로 올해 75세인 불필스님은 성철스님의 친딸이자 제자다.

    불교계에서는 유명하지만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10대 후반에 출가한 불필스님은 1961년 3월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정식 비구니계를 받은 뒤 경북 문경 대승사 묘적암, 경남 합천 해인사 국일암, 지리산 도솔암 등을 두루 돌아다니며 수행했다.

    현재 해인사 금강굴에 머물고 있다.

    불필스님은 성철스님과 처음 대면했던 초등학교 6학년 당시를 "그때 아버지가 다정하게 대했더라면 아버지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했을 텐데 매정하게 대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바다 속에 묻고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회고한다.

    1954년 성철스님과의 두 번째 만남은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불필스님이 출가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행복은 인격에 있지 물질에 있는기 아이야. (중략) 그라니 부처님처럼 도를 깨친 사람은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대자유인이고, 이 세상의 오욕락을 누리고 사는 것은 일시적 행복인기라."(46쪽) 불필스님은 이날 오후 해인사 금강굴 문수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철스님이)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 행복이 있다'고 하실 때 나는 벌써 나의 생을 결정내버리고 말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항상 행복만 추구했지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영원한 행복이라는 말에 바보가 아닌 이상 영원한 행복의 길로 가겠다고 결심했죠." 출가를 꿈꿨으나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 출가한 아들을 보러 금강산까지 찾아갔던 할머니, 남편에 이어 딸까지 출가한 뒤 50대에 세속의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어머니까지 "전부 전생의 스님들이 온 것 같은" 가족사도 구구절절 풀어놨다.

    성철스님을 단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오직 스승으로 섬겨 왔던 불필스님은 그동안 외부 노출을 꺼리며 수행에만 정진했다.

    간담회도 이번이 처음이다.

    회고록을 내는 것도 꺼렸으나 "큰스님의 법대로 석남사 대중과 참되게 정진 수행해 온 바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 달라"는 거듭된 출판사의 청을 물리치지 못했다.

    책에는 처음 발심(發心)해 출가한 수행자를 위해 성철스님이 직접 쓴 법문 노트'백비(百非)'의 내용도 일부 실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주신 책이에요.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다는뜻에서 백비라고 이름 붙이고 항상 수행할 때마다 가지고 다녔죠." 성철스님은 법문노트에 수도팔계(修道八戒·수행자가 지켜야 할 8가지 원칙) 등의 법문을 담았다고 한다.

    영원한 자유를 위해 일시 소소한 영화는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희생과 절속, 고독, 천대, 하심, 전념, 노력, 고행 등이 그것이다.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법문도 있다.

    "나를 위해 남을 해침은 불행의 근본이요 참다운 행복은 오직 나를 버리고 남을돕는 데서 옴을 깨달았사오니 항상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오직 남을 위해 일하고 사는 사람이 돼 영원한 행복을 받는 길로 이끌어주시옵소서."(232쪽) "못난 중으로 숨어서 공부만 하겠다는 약속에 상반되는 일"인 금강굴을 짓고 난뒤에는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철스님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는 편지도 받았다.

    "금생에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한 방울 물도 소화하기 어려우니라.// 공부에 손해되는 일은 일체하지 않아야 한다.

    / 만사가 인연 따라 되는 것이니/ 모든 일은 인연에 맡겨두고/ 쓸데없는 신경은 필요없다.

    "(328쪽) 불필스님은 책 말미에 열반 전에 미처 세우지 못한 시비(詩碑)를 세우는 마음으로 "자기를 바로 봅시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를 인용했다.

    "현대는 물질 만능에 휘말려 자기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큰 바다와 같고물질은 거품과 같습니다.

    바다를 봐야지 거품은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395쪽) 불필스님은 세간에 '필요없는 딸'이라는 뜻으로 알려진 법명 '불필(不必)'에 대해서는 "(성철스님이) 세상에 아주 쓸모없는 사람이 돼야 비로소 도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지어줬을 것"이라며 "이름에 포함된 더 깊은 선지(禪旨)는 공부를 다해 마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쓴 글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인연이라 생각하고 이 책으로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한 사람이라도 영원한 진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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