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김기덕 감독을 좋아하면 악취미라고 하던데 그래서 더 친근감을 느껴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일본 영화감독 소노 시온은 김기덕 감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6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더블콘에서 열린 영화팬들과의 만남에서 김기덕감독의 팬임을 밝혔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자주 본다는 그는 "일본 감독 중에는 선의의 경쟁자라 부를 만한 사람이 없는데 한국에는 많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영화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은 기교보다 내용으로 승부하는 감독이라 정말 좋아한다"며 "김 감독의 개성은 저예산에 특별한 카메라 테크닉을 부리지 않는 것인데 나도 가식 없고 자연스런 카메라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는 김 감독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진짜 그런가'라고 돌발 질문을 던져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내 "일본에서도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변태 소리를 듣는다더라"며 "변태라 하더라도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웃었다.
그가 일본에서 '변태 감독'으로 불리는 까닭은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 세계 때문이다.
1978년 17세 때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1985년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소노시온이다'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자살클럽'(2002) '러브 익스포져'(2008) '차가운 열대어'(2009) 등을 내놓으며 과감한 성적 묘사와 파격적인 설정 등으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행사 주제인 '내가 일본영화의 대세다'가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을 보여준다.
그는 "내가 대세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면서도 "언젠가 가장 주목받는대세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노 시온은 "윤리에 구애를 너무 받으면 욕망에 솔직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영화에 담으려 한다"고 작품관을 밝혔다.
그러나 작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자기 영화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밝혔다.
그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인 '희망의 나라'도 일본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강렬한 이미지를 주로 사용해 온 그는 "원전을 소재로 할 때는 자극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조용히 문제를 생각하고 싶다는 마음에 카메라를 더욱 침착하게 고정했다"며 "대지진 후 내 정신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와 영화계의 변화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쓰나미(지진해일)와 원전사고가 함께 얘기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며 "쓰나미는 자연재해이고 원전사고는 인재이기 때문에 함께 얘기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3.11 대지진을 다큐가 아닌 드라마로 다룬 영화는 내가 처음 시도했다"며 "투자를 받지 못해 고생했다.
아직 일본에서는 원전문제가 금기시돼 영화를 찍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만약 일본에서 '희망의 나라'를 개봉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특공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50년 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문제야말로 현재 우리 영화인이 다룰 문제가 아닌가요? 그런데도 최근 일본에서는 오락적인 작품만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 많이 걱정되고 (이런 경향이)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일본에서 원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개봉된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내 작품은 독립영화가 아닌, 큰 규모로 개봉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년 영화 '두더지'에서도 대지진 이후 폐허를 화면에 담았던 그는 "대지진을 소재로 한 작품을 잇따라 만들다 보니 숨을 돌리고 싶은 상황이었다"며 최근 촬영을마친 영화는 웃고 즐길 수 있는 액션 러브 코미디라고 밝혔다.
감독으로서 남다른 철학도 소개했다.
"배우에게 사랑받는 감독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들이 다음에는 이 감독과 같이하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촬영현장에서 가혹하고 처절하게 영화를찍습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배우의 연기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그는 계획을 묻는 말에 "최근 '러브 익스포져' 같은 영화를 안 찍어서 다시 에로틱한 영화를 찍어 변태의 길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문화연예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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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감독 소노 시온 "김기덕에 친근감 느껴"
日감독 소노 시온 "김기덕에 친근감 느껴"
입력 2012-10-06 18:40 |
수정 2012-10-0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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