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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공간에 잘 녹아있는 배우 됐으면"

조진웅 "공간에 잘 녹아있는 배우 됐으면"
입력 2012-10-14 08:12 | 수정 2012-10-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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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로 먹겠네 하고 달려들었다 된통 당했어요(웃음)."

    새 영화 '용의자X' 개봉을 앞둔 배우 조진웅은 "이번 영화에서 연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엄살을 부렸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의 범행을 숨기려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세우는 남자(류승범 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조진웅은 이 사건을 파헤치는 날카로운 감각의 형사이면서 주인공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인 '민범'을 연기했다.

    그를 최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민범이 응시하거나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중요해요. '뭐하셨어요?'라는 같은 대사를 해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워낙 미묘한 상황이 이어지는 영화라 그런 작은 부분이 아주 중요했죠. 형사로서 어떤 의도를 갖고 뭔가를 밝혀내기 위해 말하는 건데 오버액팅(과장)하면 안 되지만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의도가 드러나기도 해야 하니까요. 되려 그것이 머리로 계산하면 더 어색해질 수 있어서 많이 고민하고 연습했죠."

    관객으로서 보기에 그의 연기는 묵직했고 흔들림 없이 영화를 지탱해 줬다.

    그런데도 자신이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모양이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데 먹먹했어요. 내 연기가 너무 아쉬워서 계속 징징거렸죠. 승범이(류승범)가 절 보고 '이제 그만 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제영화 좋아해서 시사회 때마다 와서 봐주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이 와서 영화참 좋았다고 말해서 위안이 됐어요. 또 이번에 부산영화제에서 일반 관객들과 GV(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에도 관객들이 영화를 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보통 다른 영화 GV에서는 개인적인 질문이 많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몰입해서 본 것 같아서 조금 안심이 됐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런 미묘한 연기를 해야 하는 영화가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

    "그런데 그럼 내가 할 게 없어요. 전쟁 영화도 싫고 사극도 안 되고 스포츠 영화도 안 되고 조폭 영화도 그렇고…(웃음). 싫은데 작업이 재미있으면 또 하겠죠."

    그가 싫다고 나열한 영화들은 모두 그가 그동안 해온 영화들이다.

    사극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 스포츠 영화 '퍼펙트 게임'(2011)과 '글러브'(2011), 전쟁 영화 '고지전', 조폭이 나오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모두 그가 지난 2년 사이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 작품들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작품이 없었다는 건 그만큼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는 뜻. 동시에 두세 작품을 하면서도 그는 각각의 다른 역할에 다른 맛을 낼 줄 알았다.

    "'퍼펙트 게임'과 '범죄와의 전쟁', '뿌리깊은 나무'가 비슷한 시기에 맞물리면서 흘러갔어요. 그런데 제 장점 중 하나가 국어 시간에 국어하고 영어 시간에 영어 하고 그런 거였거든요. 여기 가면 이렇게, 저기 가면 저렇게 잘 바뀌는 편이에요. 그래서 '범죄와의 전쟁' 찍으러 부산에 내려갈 때는 제 매니저가 힘들어했어요. 그 영화에 몰입하니까 진짜 조폭처럼 인상 구기고 말도 험하게 하고 그래서요(웃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부지런함과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특별한 카리스마로그는 어느덧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열렬한 마니아를 낳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의 호위무사인 '무휼'을 연기하면서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사이드'에는 그를 찬양하는 '갤'(갤러리)까지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실감하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사실 그런 팬클럽이 너무 신기해서 '너희들 진짜 왜 그러는 거야, 장난치지 마, 나 상처받아' 그러기까지 했어요. 하하. 그렇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제가 사는 동네 분들은 제가 돌아다녀도 신경도 안 쓰세요. 자주 가는 치킨집 사장님은 아직도 저를 모르세요."

    그는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언제나 그 공간에 잘 녹아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그런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뿌나(뿌리깊은 나무)'는 좋은 성대모사를 한 느낌이고요, '범죄와의 전쟁'은 윤종빈 감독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윤 감독님은 절대 원하는 수준이 아니면 넘어가지 않으니까요. 특히 최민식 선배님은 연기를 굳이 하지 않아도 리액션이 워낙 좋아서 감사했어요. 배우로서, 선배로서 협객의 자세, '꾼'의 느낌을 받았죠."

    그는 최민식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작업할 때의 그 에너지는 '아, 정말 뭐야' 할 정도로 닮고 싶고, 하지만 나에겐 가당치도 않을 것 같고, 그런데 분명히 그것은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그래서 그저 우러러보게 됐어요. 일하면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는데 거기에 연기의 본질이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저 또한 분명히 끊임없이 그런 본질에 대한 갈망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근래의 행보를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는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용의자X'에 이어 '분노의 윤리학' 촬영을 끝냈고 '나의 파파로티'를 찍고 있으며 '화이'를 준비중이다.

    내년에도 영화팬들는 세 편의 영화에서 각기 다른 조진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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