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19년간의 프로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프로 20년째인 2012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은 "분에 넘치는 사랑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팬과 선후배, 구단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종범은 "처음 은퇴를 제의받은 것은 2008년 시즌 후였다. 이후 하루라도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적이 없었다"며 "팀에서 할 몫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은퇴를 선택했다. 모든 것을 불태웠기에 조금의 후회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을 의식한 듯, "은퇴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종범은 "저를 보며 힘을 내신다는 모든 아버지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하겠다. 언젠가는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했을 것인가.
"올해 준비를 너무 잘 했다. 체중이 81kg이 나가 76kg까지 뺐다. 5월쯤 감독님께 주전 자리에서 뛰게 해달라고 말해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구단과 상의해 은퇴시기를 잡을 계획이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신인 때 멋모르고 프로에 들어와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가대표로는 2006년 일본과의 WBC 4강전에서 2루타를 치고 손을 든 것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쉬웠던 순간은 일본에서의 팔꿈치 부상과 한국에서의 얼굴 부상이다."
- 제2의 인생은 어떤 방향인가.
"현재 계획은 없다. 오늘 이 시간부터 어떤 일을 하는지는 스스로 잘 생각하겠다. 광주 생활을 정리하고 가장 소중한 집사람과 생각해서 어떤 일을 해야 프로야구에 도움이 되느냐를 결정하겠다. 1979년 3월부터 야구를 시작해 34년째 야구를 했다. 배운 것이 야구 밖에 없다. 야구와 관련된 일을 생각 중이다. 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선배들을 봐왔기에 야구 외에는 생각이 없다."
- 이종범의 지도자상은.
"그동안 김응룡, 호시노, 김성한, 유남호, 조범현 등 6~7명의 감독님들을 모시면서 어떻게 선수 관리를 해야 하는지 느꼈다. 그 분들의 장점만 살린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특히 선수와 코치, 구단의 마음을 잘 파악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곁들여져야 성적도 나오기에 잘 이용해서 인간미 있는 지도자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
- 은퇴 경기는 안 하나.
"내일모레면 시즌 개막이다. 은퇴 경기의 의미가 있지만 성적도 중요하다. 상대팀들이 지루해 한다. 경기보다는 식만 하겠다고 구단의 배려를 거절했다. 은퇴식에 초청할 사람들은 갑자기 생각하려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소중하고 고생 많았던 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화해서 상의해서 오신다면 다 초대하고 싶다."
- 가장 애착이 가는 타이틀은.
"나는 홈런 타자가 아닌 득점을 요하는 타자였다. 팀이 1점을 뽑기 위해선 반드시 홈으로 들어와서 득점을 해야 하는 선수였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도루 84개다. 실패도 했지만 인생도 많이 배웠다. 함부로 훔쳐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아들 정후가 야구를 하고 있는데 잘 해서 꼭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고 늘 이야기하고 있다."
-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나.
"나는 43살이고 이제 시작하는 애들은 20살이다. 열심히 하는 선수와 아닌 선수의 차이점은 종이 한 장이다. 분명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정말 노동이다. 목표는 프로에 와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정해지는 것이다. 꿈과 목표를 크게 갖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가장 훌륭한 선수다. 나 역시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훈련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은퇴하는 시점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노력이었다.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오늘에 만족하지 말고 내일, 내일모레, 내년을 생각하고 하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 야구란 무엇이었나.
"노력이었다. 노력 이상은 없다. 체구는 평범하지만 크고 힘센 선수를 이기기 위해 노력해왔다. 장점을 살려 어떻게 살아남는지도 알았다. 야구를 통해 사회성을 길렀고 인간관계도 가졌다. 야구는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앞으로도 전 야구선수 이종범하면 작지만 잘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여기 들어오는 순간 할리우드 스타인 줄 알았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야구를 해서다."
-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집사람(정정민)과 아들(이정후), 딸(이가연) 모두 너무 소중했다. 사랑스러운 집사람과 아들, 딸이 있었기에 너무 행복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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