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3.1운동을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3.1운동 당시 죽거나 체포된 사람만 5만 명에 가까운 반면 이 가운데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사람은 고작 39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일제가 만든 재판 기록과 보고서를 빼면,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해방 직후 우리 정부가 만든 23만 명의 일제강점기 피해자 명부가 발견돼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580 취재진은 이 명부 속 단서를 토대로 잊힌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찾아나섰습니다.
아우내 장터에서 유관순 열사와 함께 만세를 부르다 일본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고 신을우 선생.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고, 자식과 손자들은 쫓기듯 고향을 떠나 머슴 생활을 해야 했다는 게 후손들의 이야기입니다.
충남 예산의 문병석 선생과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 문병석 선생의 아버지는 동학 농민혁명, 문병석 선생 본인은 3.1운동에 헌신한 대가로 모진 박해와 고문을 받아야 했고, 이것도 모자라 이후 일가 전체가 감시와 박해의 대상이 됐던 것입니다.
문병석 선생의 형, 고 문구석 선생도 일본군에 대항하다 총살당했지만 지금은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비석조차 없는 무명묘에 쓸쓸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친일파 자손은 3대가 부귀영화를 누리고, 독립운동가 자손은 3대가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실감하는 대목입니다.
새로 발견된 명부를 통해 이들 이름없는 독립투사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정작 이러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할 정부 기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해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 밤 11시15분에 방송되는 시사매거진 2580, '되찾은 이름 23만 명'편에서 모순된 우리 근현대사의 현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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