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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독립군 방백이 처음 하는 말 "입소문 내주세요"
음악 독립군 방백이 처음 하는 말 "입소문 내주세요"
입력
2016-01-08 13:42
|
수정 2016-01-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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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감독 방준석·어어부프로젝트 백현진 결성…첫 앨범 '너의 손' 발표
'작자'(作者)의 의도는 단도직입적이고 분명했다.
"우리 음악이 불특정 대상에게 '쓸모 있는 물건'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자신들의 앨범을 사달라는 클리셰(낡은 표현)도, 얼굴이 더 '팔리고' 싶다는 상투적인 바람도 결코 아닌 말투다.
이들은 20여 년간 대중음악 '판'에 몸담으면서 결과물이 시장 논리를 비켜가도 외롭지 않은 독립군 아니던가. 음악 판 언저리에 견고한 똬리를 틀고서 음악적인 시그니처를 강렬하게 뿜어낸 창작자들이다.
최근 프로젝트 그룹 '방백'을 결성해 첫 앨범 '너의 손'을 내놓은 방준석(46)과백현진(44)의 이야기다.
한국 '모던록의 선구자'인 유앤미블루 출신 영화음악 감독 방준석과 '아방 팝(Avant-pop)의 선구자'인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이자 화가 백현진은 조합만으로도 '빅뱅'을 기대케 했다.
1990년대 중반 같은 레이블에 소속된 이후 2000년대 들어 한 무대서 오래 협연했으니 둘의 포맷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전개다.
삶의 철학,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도 비슷하다고 한다.
앨범이 난해할 것이란 생각은 기우였다.
몇몇 마니아는 변절이라며 '삐딱선을 탈지' 모르겠지만 방백은 일반 청자가 받아들일 눈높이의 실험을 한 듯 보인다.
희소가치에 방점을 찍는 '앵그리 영 맨'들이 앨범을 덜 재미있어해도 친절해지기로 한것이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두 사람은 "음악의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위치 설정을 다시 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방백(연극에서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된 대사)이란 팀명도 둘의 성(姓)을 조합한 걸 넘어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음악의 속성에 '소통'이란 전제가 있다고 믿지만 그간 앨범을 내는 물리적인 행위 자체에선 대상을 고려하지 않았어요. 뚝심인지, 아집인지 학계나 이웃에서 어떻게 보든 '내 볼일을 본다'는 식으로 음악을 한 거죠. 그런데 방백의 음악만큼은 양적으로 많은 사람이 잘 갖다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 쓸모있는 물건을 만들려고 정성을 쏟았어요."(두 멤버)
백현진은 "이 물건이 궁극에는 음용 적합한 약수처럼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는 평범한 무엇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무게감을 걷어낸 타이틀곡 '한강'은 단연 이러한 마음을 한껏 껴안은 표제작이다.
태도의 변화는 앨범 작업에 참여한 이들과 자유로운 작업으로 이어졌고 음악은 풍성해졌다.
백현진은 "더도 덜도 말고 앨범이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가위는 풍성하니까. 음악을 듣자마자 크레딧을 보고 싶은 앨범은 오랜만이었다.
"우린 자리만 깔았지 둘이 만든 앨범이 아니다"란 설명처럼 역시 풍성했다.
손성제·김오키(색소폰), 서영도(베이스), 임가진(바이올린), 신석철(드럼), 고상지(반도네온) 등 음악계의 크고 작은 경계를 허문 '어벤져스 군단'의 합주는 '잼'을 하듯 연주만으로도 빼어나다.
둘은 "편곡에 연주자들의 이름이 모두 들어갔다"며 "스트링 빼고는 참여자들에게 악보를 안 줬다. 연주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소리 내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고수들에겐 맡겨두면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 뮤지션 작업의 원형처럼 진행해 연주자들이'세션' 할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압권은 브라스 등을 가미한 블루스 색채의 편곡, 공감하다 못해 통감할 필력의 가사, '한국의 닉 케이브' 같은 백현진의 음산한 보컬이다.
사운드는 때론 냉소적이면서 따뜻하고, 친절하면서도 차갑다.
특히 두 글자로 똑 떨어지는 제목 속 가사는 '아이'의 마음을 한 '어른'을 위로하듯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리얼'이어서다.
시 같은데 스토리가 그려지고, 간결한데 세밀한 감정이 내포됐다.
사랑과 이별의 패턴이 허망해 "중이나 될걸", "정말 병신 같다"('다짐')는 누군가에게, 거리에 아무렇게나 있는 젊음을 뚫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귀가') 우리에게 이 노래가 '행진'처럼 힘이 되길 바란다('바람)고 다독인다.
배우로도 스크린에 얼굴을 간간이 내미는 백현진의 보컬은 가사를 대사처럼 제대로 연기했다.
'그게 그러니 까~'('심정')라고 낮게 말하다가 울부짖음에 가까운 스캣('어둠')을 들려주기도 한다.
방준석은 "현진이의 가사는 포장을 걷어내 그 순간 느낀 그대로"라고, 백현진은"형의 프로듀싱은 보컬을 잘 뽑아낸다"고 훈훈한 덕담을 했다.
앨범 제목처럼 이들의 손을 떠난 음악은 이제 '너(청자)의 손'에 달려 있다.
"입소문 부탁합니다."(백현진)
그는 처음으로 이런 말을 해본다고 했다.
역시 잘 팔리게 소문내달라는 것도, 뭔가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미도 아니다.
"복잡한 시장에 정성 들여 물건을 내놓았으니 그저 잘 갖다 쓰시면 좋겠습니다."
방백 2집에 대한 귀띔도 한다.
"그땐 준석 형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노래를 하라고 할 겁니다."(백현진)
둘은 또 각자의 길을 간다.
'베테랑'과 '사도', '조선마술사' 등 영화 음악 감독으로 우뚝 서 지난해 '사도'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거머쥔 방준석은 다시 영화판으로, 미술가인 백현진은 오는 27일 PKM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작자'(作者)의 의도는 단도직입적이고 분명했다.
"우리 음악이 불특정 대상에게 '쓸모 있는 물건'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자신들의 앨범을 사달라는 클리셰(낡은 표현)도, 얼굴이 더 '팔리고' 싶다는 상투적인 바람도 결코 아닌 말투다.
이들은 20여 년간 대중음악 '판'에 몸담으면서 결과물이 시장 논리를 비켜가도 외롭지 않은 독립군 아니던가. 음악 판 언저리에 견고한 똬리를 틀고서 음악적인 시그니처를 강렬하게 뿜어낸 창작자들이다.
최근 프로젝트 그룹 '방백'을 결성해 첫 앨범 '너의 손'을 내놓은 방준석(46)과백현진(44)의 이야기다.
한국 '모던록의 선구자'인 유앤미블루 출신 영화음악 감독 방준석과 '아방 팝(Avant-pop)의 선구자'인 어어부프로젝트의 멤버이자 화가 백현진은 조합만으로도 '빅뱅'을 기대케 했다.
1990년대 중반 같은 레이블에 소속된 이후 2000년대 들어 한 무대서 오래 협연했으니 둘의 포맷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전개다.
삶의 철학,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도 비슷하다고 한다.
앨범이 난해할 것이란 생각은 기우였다.
몇몇 마니아는 변절이라며 '삐딱선을 탈지' 모르겠지만 방백은 일반 청자가 받아들일 눈높이의 실험을 한 듯 보인다.
희소가치에 방점을 찍는 '앵그리 영 맨'들이 앨범을 덜 재미있어해도 친절해지기로 한것이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두 사람은 "음악의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위치 설정을 다시 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방백(연극에서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된 대사)이란 팀명도 둘의 성(姓)을 조합한 걸 넘어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음악의 속성에 '소통'이란 전제가 있다고 믿지만 그간 앨범을 내는 물리적인 행위 자체에선 대상을 고려하지 않았어요. 뚝심인지, 아집인지 학계나 이웃에서 어떻게 보든 '내 볼일을 본다'는 식으로 음악을 한 거죠. 그런데 방백의 음악만큼은 양적으로 많은 사람이 잘 갖다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 쓸모있는 물건을 만들려고 정성을 쏟았어요."(두 멤버)
백현진은 "이 물건이 궁극에는 음용 적합한 약수처럼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는 평범한 무엇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무게감을 걷어낸 타이틀곡 '한강'은 단연 이러한 마음을 한껏 껴안은 표제작이다.
태도의 변화는 앨범 작업에 참여한 이들과 자유로운 작업으로 이어졌고 음악은 풍성해졌다.
백현진은 "더도 덜도 말고 앨범이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가위는 풍성하니까. 음악을 듣자마자 크레딧을 보고 싶은 앨범은 오랜만이었다.
"우린 자리만 깔았지 둘이 만든 앨범이 아니다"란 설명처럼 역시 풍성했다.
손성제·김오키(색소폰), 서영도(베이스), 임가진(바이올린), 신석철(드럼), 고상지(반도네온) 등 음악계의 크고 작은 경계를 허문 '어벤져스 군단'의 합주는 '잼'을 하듯 연주만으로도 빼어나다.
둘은 "편곡에 연주자들의 이름이 모두 들어갔다"며 "스트링 빼고는 참여자들에게 악보를 안 줬다. 연주자들이 이렇게 저렇게 소리 내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고수들에겐 맡겨두면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 뮤지션 작업의 원형처럼 진행해 연주자들이'세션' 할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압권은 브라스 등을 가미한 블루스 색채의 편곡, 공감하다 못해 통감할 필력의 가사, '한국의 닉 케이브' 같은 백현진의 음산한 보컬이다.
사운드는 때론 냉소적이면서 따뜻하고, 친절하면서도 차갑다.
특히 두 글자로 똑 떨어지는 제목 속 가사는 '아이'의 마음을 한 '어른'을 위로하듯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리얼'이어서다.
시 같은데 스토리가 그려지고, 간결한데 세밀한 감정이 내포됐다.
사랑과 이별의 패턴이 허망해 "중이나 될걸", "정말 병신 같다"('다짐')는 누군가에게, 거리에 아무렇게나 있는 젊음을 뚫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귀가') 우리에게 이 노래가 '행진'처럼 힘이 되길 바란다('바람)고 다독인다.
배우로도 스크린에 얼굴을 간간이 내미는 백현진의 보컬은 가사를 대사처럼 제대로 연기했다.
'그게 그러니 까~'('심정')라고 낮게 말하다가 울부짖음에 가까운 스캣('어둠')을 들려주기도 한다.
방준석은 "현진이의 가사는 포장을 걷어내 그 순간 느낀 그대로"라고, 백현진은"형의 프로듀싱은 보컬을 잘 뽑아낸다"고 훈훈한 덕담을 했다.
앨범 제목처럼 이들의 손을 떠난 음악은 이제 '너(청자)의 손'에 달려 있다.
"입소문 부탁합니다."(백현진)
그는 처음으로 이런 말을 해본다고 했다.
역시 잘 팔리게 소문내달라는 것도, 뭔가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미도 아니다.
"복잡한 시장에 정성 들여 물건을 내놓았으니 그저 잘 갖다 쓰시면 좋겠습니다."
방백 2집에 대한 귀띔도 한다.
"그땐 준석 형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노래를 하라고 할 겁니다."(백현진)
둘은 또 각자의 길을 간다.
'베테랑'과 '사도', '조선마술사' 등 영화 음악 감독으로 우뚝 서 지난해 '사도'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거머쥔 방준석은 다시 영화판으로, 미술가인 백현진은 오는 27일 PKM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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