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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야? 배우야?' 상대 영역 넘보는 감독과 배우

'감독이야? 배우야?' 상대 영역 넘보는 감독과 배우
입력 2016-09-26 10:47 | 수정 2016-09-26 10:54
감독이야 배우야 상대 영역 넘보는 감독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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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영화를 보면 누가 감독이고 누가 배우인지 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감독이 다른 감독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는가 하면 배우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촬영 현장을 지휘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한강블루스'에서는 봉만대 감독이 주연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봉 감독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아티스트 봉만대'(2013), '덫: 치명적인 유혹'(2014) 등 '19금' 영화로 일가를 이룬 감독이다.

    '덫: 치명적인 유혹'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봉 감독은 연기 초짜는 아니나 다른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본인 역으로 출연했고 다른 감독의 영화에 조연이나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한강블루스'에서 봉 감독은 한강 변에 기거하는 노숙자 무리의 리더 장효역을 맡았다.

    장효는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을 우연한 사고로 잃고서 자신을 책망하며 세상을 등진 인물이다.

    애초 주인공 역으로 봉 감독이 1순위로 거론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강블루스'가 1억 원도 안 되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탓에 캐스팅이 쉽지가 않아 봉 감독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봉 감독은 남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정극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손사래를 쳤고, 이 영화를 연출한 이무영 감독은 그런 봉 감독을 한달 가까이 설득해야 했다.

    봉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웃음기를 뺀 진지한 연기는 합격점이라고 할 만하다.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한 감독은 "봉 감독이 워낙 재미있는 성격이어서 능청스러운 연기는 잘할 줄 알았는데 울면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연기는 평소 봉 감독의 모습에서 보기 어려운 표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개봉 예정작 '아수라'에도 감독이 나온다.

    김성수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누아르 영화 '아수라'에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숙명'(2008)을 연출한 김해곤 감독이 태병조 사장 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극 중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박성배(황정민) 시장과 결탁한 조직폭력배 두목 출신의 건설사 사장으로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을 뽐냈다.

    사실 경력만 놓고 따지면 김 감독은 감독보다는 배우에 가깝다.

    그는 '장군의 아들'(1990)에서 왕십리 남산 역으로 데뷔해 '게임의 법칙'(1994), '깊은 슬픔'(1997), '남자의 향기'(1998), '파이란'(2001), '라이방'(2001), '블루'(2003), '달콤한인생'(2005), '무적자'(2010), '고령화 가족'(2013) 등 많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충무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명성을 쌓기도 했다.

    '파이란', '블루',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무적자', '고령화 가족' 등이 그의 작품이다.

    다음 달 열리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춘몽'에는 영화감독이 무려 3명이나 등장한다.

    '똥파리'(2008)의 양익준 감독, '무산일기'(2010), '산다'(2014)의 박정범 감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의 윤종빈감독이 그 주인공. 앞선 두 영화는 시나리오가 먼저 나오고 캐스팅이 진행됐지만, '춘몽'은 처음부터 세 감독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게다가 '춘몽'에서는 세 감독이 자신이 연출한 영화에서 각자가 맡았던 캐릭터로 나온다.

    양 감독은 '똥파리'에서 상훈 역을, 박 감독은 '무산일기'에서 승철 역을, 윤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5)에서 허지훈 역을 연기했는데, '춘몽'에 이들 캐릭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의미다.

    '춘몽'의 메가폰을 잡은 장률 감독이 이 세 감독에게 반은 인사치레 겸 '한번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 이번 영화의 시발점이라고 한다.

    장 감독은 세 감독이 연출과 출연한 영화를 다 보고서 해당 인물의 캐릭터를 살려 이야기를 만들었고 배우 한예리를 출연시켜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했다.

    세 감독이 배우로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지만 각자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감독인 만큼 이들을 배우로서만 대우할 수는 없었을 터. 그래서 장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세 감독과 종종 영화를 어떻게 찍을지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현재 상영 중인 '나홀로 휴가'는 배우가 감독으로 나선 경우다.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 이름을 알린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조재현의 연출 데뷔작이다.

    첫 연출이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 촬영 현장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한다.

    예컨대 배우일 때 준비가 다 됐다는 스태프의 말에 현장에 나가면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해 속으로 '준비가 안 됐는데 부르나' 싶었는데 감독 입장에서 보니 배우가 와서 최종 점검을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 모니터로 배우들이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연기한 모습을 볼 때 희열을 느꼈는데 본인이 배우로서 연기했을 때 다른 감독도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나홀로 휴가'에 출연한 배우들은 배우 출신 감독에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배우 박혁권은 한 인터뷰에서 "다른 감독들은 시나리오나 플롯을 설명하는데, 조재현 감독은 연기에 대해 직접 리허설로 보여주기에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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