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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안타도, 역전 퍼팅도 '루틴'에서 시작한다

끝내기 안타도, 역전 퍼팅도 '루틴'에서 시작한다
입력 2016-04-26 07:37 | 수정 2016-04-26 07:56
끝내기 안타도 역전 퍼팅도 루틴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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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습관들
    야구·골프·사격 등 '멘탈 스포츠'에서 절대적 영향력


    스포츠는 신체 능력만을 겨루는 게 결코 아니다.

    우수한 신체 능력에 강인한 정신력을 더해야 일류 선수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앞두면 자기도 모르게 버릇이 나온다.

    일반인보다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는 스포츠 선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끝나고 나서 더그아웃은 '난장판'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다.

    경기 내내 초조하게 자리를 지킨 선수들은 해바라기 씨앗이나 침을 아무렇게나 뱉고, 어떤 선수는 씹는 담배로 긴장감을 없앤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면 승부처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건 피할 수 없다.

    불안감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일류 선수와 평범한 선수로 나뉜다고도 볼 수 있다.

    김용희(61) SK 와이번스 감독은 "불안하면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오는데, 그걸 나오는 대로 놔두면 버릇이고 자기만의 규칙으로 만들면 루틴이다.

    물론 루틴조차 없이 조절된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라고 되묻고는 "좋은 선수는 자기만의 루틴으로 자신을 다스린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자기만의 버릇으로 초조한 마음을 추스르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스포츠에서 선수들만의 독특한 습관을 '루틴(Routine)'이라 부르는데, 종목과 선수마다 천차만별이다.

    여자 양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성현(33·전북도청)은 활에 화살을 꽂고서 상의 끝자락을 당기고, 옷깃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올린 뒤에야 활을 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번 반복한다.

    그런가 하면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37·삼성)는 배팅장갑을 매만지고 점프를 해스파이크 흙을 털어내고, 헬멧을 고쳐 쓰고서 배트로 홈플레이트를 두드린다.

    그리고 배트로 홈플레이트 앞에 선을 긋고서야 타격 준비가 끝난다.

    과거 김응용 감독이 박한이의 루틴을 금지하자 성적이 떨어지고, 다시 허락하자 회복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처럼 루틴을 가진 선수들은 "꼭 지켜야 마음이 편하고, 하나라도 어긋나는 게 있으면 불안해져서 경기에도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 페퍼로니 피자와 카레…이치로의 '식습관 루틴'

    타석에서 배트를 쥔 오른팔을 투수 쪽으로 뻗고,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는 동작은 이치로 스즈키(43·마이애미)를 상징하는 루틴이다.

    이치로는 동작뿐만 아니라, 먹는 것까지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한다.

    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이치로는 홈 경기 때는 아내가 만든 카레라이스를, 방문 경기 때는 페퍼로니 피자를 먹고 야구장에 나선다.

    카레는 냉동 보관이 가능하고, 페퍼로니 피자는 미국 어디서나 구하기 쉽다는 게 이치로가 16년째 같은 메뉴를 고집하는 이유다.

    작년 사이영상을 받은 제이크 아리에타(30·시카고 컵스)는 5일 단위 루틴을 만들었다.

    선발 등판 뒤 첫날은 가벼운 러닝과 필라테스를, 둘째 날은 40~50개 정도만 가볍게 불펜 피칭을 한다.

    셋째 날은 가벼운 캐치볼과 함께 유연성 운동을 하고, 넷째 날은 조금은 강한 캐치볼을 소화한다.

    그리고 등판일에는 경기 전 식사를 두 번으로 나눠 하고, 명상 음악을 곁들인다.

    선발 투수의 특성을 살려 과학적인 트레이닝 기법을 적용한 사례다.

    KBO 리그 통산 타율 0.323으로 현역 1위인 손아섭(28·롯데) 역시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경기 전에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자기만의 일정에 따라 훈련을 소화한다.

    특히 손아섭은 경기 시작 15분 전 명상을 하는 루틴이 있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누워 눈을 감는다. 얼핏 잠이 들 때도 있고, 상대 선발 투수를 생각할 때도 있다. 명상을 거르면 불안하다. 빼먹고 경기에 나서면 결과도 좋지 않았는데, 명상해야 타석에서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게 손아섭의 설명이다.

    이들의 루틴은 징크스와는 성격이 다르다.

    징크스는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한 미신에 가깝지만, 야구 선수들의 루틴은 자기의 몸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법이다.

    그럼에도, 경기 전에 일정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것은 마찬가지다.

    ◇ '골프 황제' 우즈만이 가진 독특한 루틴

    1타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골프선수들도 극심한 긴장 속에서 경기를 벌인다.

    샷마다 40초가 주어지는 골프 선수들은 불필요한 행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거의 '무의식' 상태에서 루틴대로 샷을 하는 데 집중한다.

    중요한 퍼트를 앞뒀을 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모습을 보면 승부가 결정이 나는 순간일수록 항상 일정한 루틴을 지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즈는 퍼트를 앞두고 마크를 한 뒤 반대쪽으로 걸어가 퍼팅 라인과 거리를 살핀다.

    마크한 자리로 돌아와 한 번 더 퍼팅 라인을 점검한 뒤에는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불을 꺼내 퍼트할 자리에 놓는다.

    퍼트하기 전 볼 옆에서 방향을 정렬하고 나서 2∼3차 차례 연습 퍼트를 해 본 뒤 어드레스를 취한다.

    국내 골퍼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홍순상(35·다누)은 중요한 퍼트를 앞두고 말을 아끼며 경기에 집중한다.

    웬만한 퍼트는 캐디와 상의하지 않고 루틴에 따른다.

    허인회(29·국군체육부대)는 주위의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평소 때는 야디지 북조차 보지 않고 시원하게 샷을 날리는 허인회지만 퍼트 때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어드레스를 취한 뒤에는 주위에 소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꼈을 때 퍼트를 한다.

    박효원(29·박승철헤어스튜디오)은 방향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통 선수들은 골프공에 직선 하나를 긋고 퍼터와 정렬한다.

    하지만, 박효원의 공에는 5개의 직선이 그려져 있다.

    ◇ '멘탈 스포츠' 사격은 '루틴 훈련법' 정착

    사격이야말로 '멘탈 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이다.

    가늠쇠를 보고 목표물을 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같은 곳을 겨냥하는 건 끊임없는 반복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경기 중에는 한발 한발 결과에 따라 순위가 끊임없이 요동치는데, 항상 제기량을 유지하는 '평정심 유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격은 만취 상태일 때도 만점을 쏠 수 있을 정도로 '루틴 훈련법'을 실시한다.

    일과를 분 단위까지 정해놓고, 대회를 앞두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어떤 변수가 생겨도 정해진 루틴대로 사격한다면, 몸이 기억해 과녁 정중앙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사격 지도자들은 선수가 루틴을 어기면 점수가 1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고 본다.

    그래서 사격 지도자들은 철저하게 루틴을 짜고, 선수들을 거기에 맞춰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진종오(36·케이티)처럼 경험 많은 선수는 '무념무상'으로 스스로 심리 조절이 가능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자기만의 루틴을 갖는 게 불안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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