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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환영'은 없고 '존중'만…'낙태죄 폐지'에 대한 정치권 속내는?

[국회M부스] '환영'은 없고 '존중'만…'낙태죄 폐지'에 대한 정치권 속내는?
입력 2019-04-13 00:59 | 수정 2019-04-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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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환영'은 없고 '존중'만…'낙태죄 폐지'에 대한 정치권 속내는?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한 여성과 의료진에 대한 처벌이 위헌이라는 역사적인 판정을 내렸습니다. '낙태는 불법'이라는 낙인이 66년 만에 사라지게 된 겁니다.

    헌재의 결정은 헌법 불합치. 위헌인 건 맞지만 지금 당장 법을 없애면 사회에 혼란이 벌어질 수 있으니, 늦어도 내년 말까지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이제 공은 법을 만드는 곳,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지금도 여러 이유로 낙태를 선택하고 있는 여성들을 생각하면 국회는 최대한 서둘러 낙태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낙태법 위헌, '환영'과 '존중' 사이

    그럼 법을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모든 정당은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그리고 관련법인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각 당의 분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M부스] '환영'은 없고 '존중'만…'낙태죄 폐지'에 대한 정치권 속내는?
    낙태법 위헌 판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논평은 '매우' 신중했습니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는 신속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원론적 논평을 내놨습니다. '정의가 이제야 이뤄졌다'는 정의당, '헌법불합치를 환영한다!'는 민주평화당과 많이 대비됩니다. 의례적인 '환영한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초안에는 더 강한 환영의 표현들이 담겨 있었지만, 당 차원의 반대로 내용이 많이 수정됐다고 합니다.

    한국당은 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낙태가 허용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우리 당이 견지해온 입장이었다"며 "이번 판결이 인명경시 풍조로 확산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하는데 당력을 모으겠다"고 밝혔습니다. '환영' 보다는 오히려 '우려'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낙태죄 폐지 찬반 양쪽을 모두 신경 쓰다 보니 바른미래당의 논평은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관점에서 수용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폐지 반대편을 들었다가, "전면 비범죄화하는 주장에 비추면 미흡하다"고 폐지 찬성 쪽을 편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결국 "많은 논란이 예상되겠지만, 발전된 시민 의식에 맞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지지자 중에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슈를 선점해나가고 싶지만,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는 당의 구조상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총선 앞두고 종교계 눈치 보는 정치권

    민주당도 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낙태죄 위헌 판결에 대비해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온 곳은 없었습니다. 민주당에서 낙태법과 관련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겠냐는 질문에 '애매하다'고 답했습니다.

    헌재가 내년 말까지 법안을 만들라고 했는데, 20대 국회는 내년 4월이면 끝이 납니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법안 제정에 어느 정당이 앞장설 수 있겠냐는 겁니다.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온 종교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단 내년 4월 총선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낙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거란 예상이 정치권에서는 나옵니다.
    [국회M부스] '환영'은 없고 '존중'만…'낙태죄 폐지'에 대한 정치권 속내는?
    정당 가운데는 유일하게 정의당만 낙태에 대한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임신 14주 이전 낙태는 임산부 동의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게 허용하고, 22주까지도 가난 같은 사회·경제적인 이유를 포함해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의당은 원래 몇 달 전 이 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헌재 판결이 나오는 당일까지도 법 발의에 필요한 의원 수 10명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지원을 받아 간신히 10명을 채우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 특히 낙태를 허용하는 기한을 두고는 여성계와도 이견이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낙태죄 폐지, 이제 정치가 역할을 해라"

    녹색당은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난 뒤 '사법기관이 이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정치가 무엇을 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로 고통을 호소해왔는데, 국회는 왜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게다가 위헌 판결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 놓고 있었는지에 대한 준엄한 비판입니다.

    벌써부터 산부인과는 낙태 시술이 된다, 안된다, 정확한 정보 없이 혼란스럽습니다. 낙태 처벌이 내년 말까지 이어지는지 아닌지도 불투명합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국회는 약속한 대로 하루빨리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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