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사고를 당한 동료 군인을 구하려다 자신도 두 다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지뢰 영웅'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당시 전방부대 대대장이었던 이 의원은 이후 군 인사규정까지 개정되면서 장애가 있음에도 전역하지 않고 현역복무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상이군인으로는 처음으로 대령 진급, 참군인 대상 수상, 그리고 전역 후엔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으로 20대 국회의원까지 됐습니다.하지만 어제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이종명 대대장의 이야기가 '조작된 영웅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사건 조사보고서와 현장에 있었던 수색대대원, 이후 조사를 맡았던 헌병 수사관 등의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의혹의 핵심은 이종명 대대장이 당시 정해진 수색로를 이탈해 사고를 자초한 정황이 있는데도 군이 이를 은폐하고 사건을 살신성인으로 포장했다는 겁니다. 또 이종명 대대장이 지뢰밭에 무모하게 들어가 1차 폭발로 이미 쓰러져 있던 후임대대장을 오히려 더 위험에 빠뜨렸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현장 지형을 잘 모르는 후임 대대장을 앞세웠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종명 의원은 관련 내용을 담은 군의 사고 조사보고서가 잘못 작성됐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포상의 기초자료가 된 조사 보고서를 당사자가 부정하는 상황은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스트레이트: 그는 어떻게 영웅이 되었나?'
이와 관련해 오늘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재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닙니다. 전하규 육군 공보과장은 MBC의 여러 의혹 제기에 대해 "방송 내용에 여러 가지 사안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데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어서 거기에 대해서는 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답했습니다.국방부는 '당시 최초 지뢰사고를 당한 설동섭 후임 대대장을 구한 것이 이종명 대대장이 아닌 소대장이라는 내용의 소대원 진술'에 대한 설명등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때 당시 기록과 확인이 있었을 것"이라며 "추가 확인을 해 봐야 될 부분인 것 같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까지는 육군에서 추가적인 확인이나 조사를 하는 것이 결정되거나 검토된 바는 없다"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추가적으로 저희가 필요한 부분은 (조사를)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MBC '스트레이트'는 군 내부에서는 2000년 사고 초기부터 '이종명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종명 대대장이 영웅이 아니라 본인을 포함한 동료 여러 명을 다치게 한 사고의 책임자로 문책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종명 의원은 사고가 정해진 수색로 상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규정 위반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군은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나 포상 취소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까지 '절차' 정도만 확인해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만큼 군이 재조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뢰폭발 이후 군의 영웅으로, 이어 국회의원까지 된 이종명 의원은 얼마 전 5.18이 폭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한 인물입니다.
정치
김재영
'지뢰 영웅' 이종명 의원…재조사 할까 말까
'지뢰 영웅' 이종명 의원…재조사 할까 말까
입력 2019-05-14 17:54 |
수정 2019-06-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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