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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처벌 못한다! 법이 이상한 건가?

'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처벌 못한다! 법이 이상한 건가?
입력 2019-05-17 11:30 | 수정 2019-06-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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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처벌 못한다! 법이 이상한 건가?
    2017년 8월 박찬주 육군 대장 부부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이 폭로됐습니다. 박찬주 대장 부부가 몇 년 동안 공관에서 공관병들에게 폭언과 각종 갑질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갑질 : "하루에 모과 100개 썰어 모과청 담가야 했다"

    공관병들은 매일 박찬주 대장 가족의 아침 식사에 그날 수확한 채소를 올려야 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텃밭을 가꾸고 채소를 따고 다듬었습니다. 손님이 있을 경우 자정까지 근무하기도 했고, 하루 24시간 호출용 손목시계를 차고 수시로 공관 안을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부대 안의 모과나무에서 병사들이 모과를 따면, 공관병들은 100개가 넘는 모과를 손이 헐도록 깎고 썰어 모과청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든 모과청 등 각종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가 7개나 있었습니다.
    공관병들은 밤 늦게 귀가하는 박찬주 대장의 장남을 위해 간식을 챙겨주어야 했고, 근처 공군부대에서 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차남이 휴가를 나오면 속옷 빨래에 파티 준비도 해야 했습니다.
    수시로 폭언을 들어야 했고, 의사에 반해 일요일에 교회에 나오라고 종용받았습니다. 공관 마당에 사령관 개인의 미니 골프장에서 골프공을 줍는 일도 했습니다.
    박찬주 대장의 전임인 이순진 장군은 공관에 조리병을 두는 것이 악습이라고 판단해 공관병 1명만 두고 생활했다는데, 박찬주 대장 부부의 행태는 많이 달랐습니다.
    '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처벌 못한다! 법이 이상한 건가?
    검찰 불기소 : "갑질은 법으로 처벌 못한다"

    2년 가까이 지난 지난 4월 26일 대전지검 논산지청(담당 검사 박기태)은 박찬주 전 대장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죄가 안 되니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검찰이 내세운 논리는 이렇습니다. "박찬주 전 대장의 갑질은 그가 맡았던 2작전사령관, 육군참모차장, 7군단장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직무와 관련된 지시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 하루에 모과 100개를 깎으라고 지시한 것도 가혹행위로까지 볼 일은 아니다."
    즉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자기 직무 범위 안에서 권한을 남용해야 성립하는 죄인데, 갑질은 직무 범위라고 볼 수 없으니 비난할 수는 있어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겁니다.

    4성 장군의 지시, 병사들이 업무 범위가 아니라며 거부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갑질'은 아예 처벌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박찬주 대장 부부는 지휘권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했고, 그 지휘권을 군 복무 이행 중인 병사들의 인격권을 침해할만큼 남용했다는 게 고발의 핵심입니다.
    만약 검찰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박찬주 전 대장이 공관병들에게 시킨 일은 지휘권의 범위 밖에 있기 때문에 공관병들이 거부할 수 있어야 하고, 거부하더라도 불이익을 받거나 질책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과연 4성 장군 부부의 지시를 공관병들이 거부하는 게 가능했을까요? 실제로 일부 공관병들은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GOP전방 부대로 일주일간 파견을 가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박찬주 전 대장은 지시 불이행에 따른 불이익이 아니라 '교육'차원의 파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군 검찰 출신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런 식이라면 군대 내 갑질을 처벌할 길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어떤 지휘관도 자기 업무 범위에 '갑질'까지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처벌 못한다! 법이 이상한 건가?
    "우리가 당한 일들은 누가 보상해 주나요?"

    이번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관해 피해 당사자인 공관병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언론과의 접촉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 '갑질'을 처음 고발한 군 인권센터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다수는 2년 가까이 계속된 긴 수사에 지쳤고, 고통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두 번의 군 검찰 수사 뒤 민간 검찰로 이첩된 사건입니다. 공관병들은 많게는 3번 이상 검찰에 불려나와 반복적으로 고통스러운 '갑질'의 기억을 진술해야 했습니다. 그들에겐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기억인데, 매번 불려다니며 진술을 해야 했던 겁니다. 게다가 처벌이 어려울 수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수시로 들어야 했습니다.
    공관병들이 2년 전 군 인권센터에 갑질을 고백한 것은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전역했고,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 현실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후배 병사들에게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냈던 겁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은 이들의 용기를 저버렸습니다.
    실제로 박찬주 전 대장은 최근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차례로 인터뷰를 갖고, 이번 사건은 일부 문제있는 공관병의 음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지친 공관병들 다수는 이후 재판 등에 불려나가지 않기 위해 처벌 불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박찬주 전 대장의 일부 폭행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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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주 대장은 정말 억울한 피해자일까?

    박찬주 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여러 차례 호소했습니다. 적폐로 몰려 명예가 훼손됐고, 현 정부가 내세운 적폐청산의 와중에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박찬주 대장이 그렇게 느낄만한 소지도 있어 보입니다. 수사 절차나 과정이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갑질' 의혹이 폭로되고 국방부가 감사에 착수하자, 박찬주 대장은 곧바로 전역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군 인사법 규정상 중장급 이상은 보직 해임이 되면 곧바로 전역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는 박 전 대장을 군 검찰에서 직접 수사하기 위해 정책연구관으로 발령내는 편법을 썼습니다. 전역시키지 않고 군인 신분을 유지시킨 겁니다. 박찬주 대장은 국방부 헌병대 에 수감됐습니다. 평생 군을 위해 헌신한 장군 입장에서는 큰 불명예일 수밖에 없습니다. 군 검찰은 이 와중에 수사팀을 다시 꾸려 두 번이나 수사를 했고, 뇌물 수수 혐의까지 추가해 기소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별건 수사'를 한 겁니다.
    대법원은 2017년 12월 국방부가 박 대장의 전역을 미룬 편법이 잘못됐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사와 재판권이 모두 민간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런 원칙에 어긋난 수사과정은 지금까지도 박 전 대장이 '현 정권의 희생양'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할 빌미를 주었습니다. 이러면서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군 검찰에 이어 민간 검찰에서 다시 수사하게 되면서 피해 공관병들의 고통도 커졌습니다. 이들은 결국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폭언과 폭행도 처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공관병 갑질' 박찬주 대장 처벌 못한다! 법이 이상한 건가?
    법에 구멍이 있는 건 아닐까?

    박찬주 전 대장은 최근 연이은 인터뷰에서 "과장과 왜곡이 난무했다"고 표현하며 "비난받을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여러 과제를 남겼습니다.
    검찰이 과연 법 적용을 제대로 한 것일까? 법 적용을 제대로 한 것이라면, 이런 일을 처벌할 수 없는 현행 법에 큰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박찬주 대장의 뇌물죄는 무죄가, 김영란법 위반은 벌금 400만원이 항소심에서 각각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의 출발점이자 본질인 '갑질'은 법원에서 따져볼 기회조차 잃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이대로라면 박찬주 대장은 매월 500만원에 달하는 군인연금을 수령하고, 현충원에 묻힌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또 불기소 처분이 옳은 결정인지 고등검찰청이 다시 따져달라고 항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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