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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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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입력 2019-02-09 14:10 | 수정 2019-02-0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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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1. 유혹

    각종 전단지와 담배꽁초, 술에 취한 남녀가 나뒹구는 홍대의 밤거리.

    친구와 클럽 밖으로 나온 민정(가명)씨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새벽 3시, 파주에 있는 집까지 가기엔 애매한 시간이었습니다.

    [A씨/ 헌팅방송 BJ]
    "오빠는 방송하는 사람이야. 거짓말하면 큰일 나. 술 마시고 게임하는 1인 방송을 하는거야. 물론 게임을 하다보면 19금 게임도 있어. 그런데 그건 너네가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지금 보는 거처럼 이건 라이브 방송이고, 녹화나 캡처 절대 안돼. 걱정 안해도 돼."

    홍대에 올 때마다 길에서 셀카봉을 들고 방송하는 BJ들을 본 적은 있었지만, BJ가 민정(가명)씨에게 직접 말을 걸어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망설임도 잠시.. 첫 차 다닐 시간까지만 놀다 가자는 친구의 말에 민정(가명)씨는 결국 그들과 합석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울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2. 지옥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들어가보니 사방이 막힌 룸 술집이었어요. BJ가 자신의 친구를 불렀고 2대 2로 먹게 됐어요. 그러다가 BJ의 친구랑 제 친구가 따로 마신다면서 다른 방으로 옮겨갔어요."

    단 둘만 남게 되자 BJ는 민정(가명)씨에게 노출과 스킨십을 제안했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처음엔 싫다고 했어요. 수십명이 방송을 보고 있는데 처음 본 남자랑 옷벗고 스킨십을 하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그때 어떤 시청자분이 '여자분 빨리 도망치세요. 이거 캡처되고 유포되는거예요' 라고 글을 올리더라고요. 그래서 '이 글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는데 BJ 눈빛이 갑자기 무섭게 변하는거예요."

    밀폐된 공간.

    민정(가명)씨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민정(가명)씨 옆에서 BJ는 화를 참지 못한 듯 댓글을 단 시청자에게 갖은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BJ가 갑자기 '저 XXXX가! XXX야!' 하면서 표정이 엄청 안 좋아지고.. 머리랑 얼굴을 두 손으로 막 비비기 시작하더니.. 매니저라는 사람한테도 쌍욕을 했어요. 더군다나 제가 방 안쪽에 앉아있었거든요. 저는 나가지도 못하고.. 진짜 공포스러웠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BJ는 노출 수위를 높여가며 끊임없이 스킨십을 요구했고, 민정(가명)씨는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BJ가 자기 시키는대로 하라고, 그래야 집에 보내준다고 했어요. 엄청 무서웠어요. 근데 친구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고.. 이러다 BJ가 강제로 하면 어떡하나 싶고.. 가만히만 있으면 집에 보내준다고 하니까요."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싫다고.. 만지지 말라고... 그만 하라고 했는데도.. BJ가 귀에 대고 '이것만 하면 집에 보내준다. 저것까지만 하면 가게 해줄게'라고 속삭였어요. 웃으라고도 했어요. 아무리 무서웠어도 그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무서워서 떨기만 했던 제가 너무 바보같고 후회돼요." (울음)
    [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3. 고통

    2시간 여의 헌팅방송이 끝난 뒤에야 민정(가명)씨는 끔찍했던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집에 가려는 민정(가명)씨에게 BJ는 계좌번호를 부르라고 수차례 윽박질렀고, 그 자리에서 2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기분 더러웠어요. 돈 필요없다고 집에 가겠다고 했는데도 BJ가 계좌번호를 대라고 하더니 곧바로 20만원을 이체하더라고요. 이게 뭔가 싶어서 그때 술도 깨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민정(가명)씨에겐 그 날 이후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을 떠도는 악몽을 꿨다는 민정(가명)씨.

    성인사이트를 뒤지며 자신의 영상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는게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성인사이트에 BJ들이 찍은 헌팅방송이 진짜 많더라고요. 헌팅방송 BJ들도 많고요. 저 같은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 걸 영상들을 보고 알게 됐어요."

    민정(가명)씨가 찾아본 헌팅방송 영상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BJ들은 녹화나 캡처가 가능하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성들에게 거짓말을 밥먹듯 했고,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여성을 추행하기도 했습니다.

    술집 종업원들도 한통속이었습니다.

    종업원들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자신이 경찰을 헷갈리게 해 시간을 끌었다며 BJ에게 자랑하듯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룸 술집 종업원] - 헌팅방송 中
    "경찰이 신고들어왔다고 BJ 찾길래, 방송하는 BJ들 많다고 모른다고 얘기 했어요."

    결국 물증을 잡지 못한 경찰은 별 다른 조치없이 돌아가기 일쑤.

    [경찰] - 헌팅방송 中
    "확인해보니까 별 문제 없는거 같아서 저희는 가볼게요."

    그렇게 경찰이 돌아가고 나면, BJ들은 경찰을 비웃으며 갖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B씨/ 헌팅방송 BJ] - 헌팅방송 中
    "XX 경찰 XX XXX들! 경찰 지들이 와서 내 영업방해한거지. XX같은.."
    [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4. 뉴스

    1월 16일 밤.

    민정(가명)씨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확인한 뒤 한동안 몸이 떨려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한달 넘게 걱정하며 속앓이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겁니다.

    뉴스 속 영상에 등장한 여성의 뒷모습.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지만 자신이라는 걸, 그날의 상황이라는걸 민정(가명)씨는 한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정말 엉엉 울었어요. 밤새 계속 울었어요. 그러다 새벽에 MBC로 연락을 했어요. 어느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지.. 일단 기자님부터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올라온거에요? 많이 퍼졌어요?"

    민정씨는 취재진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해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제 영상이 다른 야동들하고 섞여있더라요. 제 이름은 사라지고 성인사이트에서 저는 "OOO 닮은 X"이 돼 있었어요. 영상이 잠시 사라졌다가 또 다른 이름으로 올라오고, 또 다른 사이트에 업로드 돼더라고요."
    [탐정M]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 피해로…사람 잡는 '헌팅 방송'
    #5. 수사

    민정(가명)씨는 가족에게 알려지는 것과 영상이 추가로 유포되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보복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결국 민정(가명)씨는 취재진과 함께 경찰서를 찾았고, BJ 그리고 영상 유포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는 영상 추적과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허위 사실을 고지하고 여성의 신체를 노출시킨 헌팅방송 BJ와 영상 유포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입니다.

    법조계에선 형법상 강제추행과 성폭력특별법상 카메라 이용에 관한 죄목 등을 들어 BJ와 유포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애성/변호사]
    ""유포되지 않는다 혹은 캡처될 수 없다 녹화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말을 했다면, 제안도 잘못됐고 촬영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동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설사 촬영 대가로 BJ가 돈을 지급했더라도 유포나 캡처 가능성 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또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6. 독버섯

    뉴스가 나간 뒤 헌팅방송 BJ들은 사실상 고별방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플랫폼에서는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BJ들은 경찰 수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며칠 전부터 다른 인터넷 방송으로 옮겨가 독버섯처럼 다시 노출 방송을 진행중입니다.

    BJ는 인터넷방송 측과 보통 6대 4로 이익을 나눕니다.

    여성들의 노출 수위가 높으면 헌팅방송 1편에 많게는 5백만원 가량을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밤새 노출방송 3편을 찍으면 1천만원을 훌쩍 넘게 버는거죠.

    그렇다보니 BJ들은 팝콘TV가 막히면 풀TV로, 풀TV에서 제재를 받으면 캔TV로 옮겨 방송을 계속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BJ들은 SNS 라이브까지 이용하며 노출 방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D씨/ 헌팅방송 BJ] - 헌팅방송 中
    "나 포기 안해 절대. 징역간다 하더라도 방송 포기안할꺼니까 기다려."

    오늘도 민정(가명)씨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성인사이트 2곳을 신고했습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다는 무기력한 답변을 또 들었습니다.

    결국 민정(가명)씨는 유포된 영상을 지워준다는 사설업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달 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민정씨(가명)의 고통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김민정(가명)/ 피해 여성]
    "제 잘못도 있고 모두 제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이렇게 인생이 망가져야 할 만큼 제가 큰 잘못을 한 건가요? 정말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게 될까봐 무서워요. 살려주세요." (울음)

    ## 덧붙임 ##

    민정(가명)씨 외에 부산에 사는 또 다른 헌팅방송 피해여성도 뉴스가 나간 뒤 MBC로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확인 결과 이 분 역시 민정(가명)씨와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고, 영상도 이미 성인 사이트에 유포된 상태였습니다. 이 피해여성 분도 취재진과 오랜 논의 끝에 영상 유포자 등을 고소하기로 했고, 이 사건 역시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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