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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자이미지 이준희

[알려줘! 경제] 두 얼굴의 '줜쎄(JEONSE)'…장점 극대화하려면?

[알려줘! 경제] 두 얼굴의 '줜쎄(JEONSE)'…장점 극대화하려면?
입력 2020-06-11 09:55 | 수정 2020-06-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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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줘! 경제] 두 얼굴의 '줜쎄(JEONSE)'…장점 극대화하려면?
    'JEONSE'

    식당 호출 벨과 대리운전 기사, 그리고 24시간 음식 배달. 외국인이 꼽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죠. 전세제도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다달이 월세(렌트)를 내는 외국인 눈에는 돈을 맡기기만 하면 '공짜로' 집을 빌려주는 이 제도가 신기할만도 한데요. 번역할 단어가 없다보니 영어로도 '줜쎄(Jeonse)'입니다.

    전세는 1910년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보고서에도 등장할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서민들은 매달 월세 압박 없이, 자기가 가진 돈으로는 살 수도 없는 집에 몸을 뉘일 수 있었습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매달 월세 안 받으러 다녀도 되고 고금리 시대에는 이자도 쏠쏠해 괜찮은 장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전세시장에 변종이 등장합니다. 자기 집이 있는데도 남의 집에 전세를 사는 '자가전세'가 늘어난 거죠. 지금은 용어가 바뀌었습니다. 바로 갭투자입니다.

    10억짜리 집을 사려면 원래 10억이 필요한데 세입자가 7억 보증금을 이미 낸 상태니까 내 돈 3억으로 10억짜리 집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집값이 10%=1억만 올라줘도 투자금(3억) 대비 이익(1억), 그러니까 수익률이 33%에 달합니다. 사람들은 앞다퉈 갭투자에 빠져들었고, 서울 주요지역의 갭투자가 전체 거래의 10건 중 7건을 차지하던 2018년의 경우 한 해 동안 서울 집값이 무려 23%나 뛰었습니다.
    [알려줘! 경제] 두 얼굴의 '줜쎄(JEONSE)'…장점 극대화하려면?
    전셋값 뛰자 돌아온 갭투자

    정부는 집값 폭등의 주범을 갭투자로 보고 강력한 대출규제를 잇달아 내놨습니다. 여기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여파로 갭투자는 주춤해졌고, 서울 집값 상승세는 꺾였습니다.

    그런데 그사이 전셋값은 오히려 49주 연속 뛰고 있었습니다. 값싼 분양가 상한제 주택과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며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치가 클수록 공급부족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KB)는 작년보다 46.6포인트나 뛰어 158.3을 기록했습니다.

    은행 대출은 묶였지만, 세입자에게 빌릴 수 있는 돈인 전세금은 올랐으니 또다시 갭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상황이 된 겁니다. 특히 분양가 규제로 서울 신축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분양가의 20%만 갖고 있으면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증시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면서 시세차익 일부가 서울 시내 중저가 아파트의 갭투자 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감정원 주간 동향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작년 말보다 2.6% 하락했지만, 구로구는 오히려 1.5% 올랐습니다. 결국, 9주 연속 내리던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하락세를 멈췄습니다.

    전세제도가 서민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주거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갭 투자에 악용될 수 있는 치명적 단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알려줘! 경제] 두 얼굴의 '줜쎄(JEONSE)'…장점 극대화하려면?
    "전세 장점 극대화하자"…"오히려 전세 없어질 것"

    차라리 전세제도의 장점을 더 극대화해보자는 시도도 나옵니다. 최근 정부·여당이 강력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보호 3법입니다. 기본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 이상으로 늘리고, 재계약 때 5% 이상 전세금을 못 올리게 하며, 거래도 신고를 의무화해서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거죠.

    반론도 뜨겁습니다. 오히려 임대인들이 제도 시행 전 미리 전셋값을 올려받으려 할 테고 장기적으로는 전세를 놓으려는 집주인들이 점점 줄어들 거라는 우려입니다. 실제 전세 의무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1989년과 도입 원년인 1990년 서울 전셋값은 각각 23.68%, 16.17% 뛰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서민을 죽이는 법이다. 전셋값이 폭등하고 민간 임대주택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당시 통계에 대한 이견도 있습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시에는 매매와 전세 할 것 없이 주택시장이 과열된 상태였던 만큼 인상 요인을 전부 법 개정 때문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1989년과 1990년 서울 주택 매맷값 상승률도 각각 16.6%, 24.25%로 전셋값 못지않았습니다. 또한, 그때보다 시장에 공개된 정보가 많은 만큼 집주인들이 무턱대고 전셋값을 올리진 못할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벌써 시장에선 세입자들의 기대, 집주인들의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장점도 단점도 분명한 전세제도가 또 한 번 변화의 길목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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