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공모시장 이번엔 '60조'
지난주 자본시장의 최대 키워드는 '공모주'였습니다. 9/1, 2일에 있었던 '카카오 게임즈'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s)에 무려 60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모는 몇 가지 면에서 금융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우선은 59.5조원이라는 공모 신청 금액입니다. 지금까지 공모신청 자금 가운데 가장 컸던 것은 SK 바이오팜입니다. 31조원. 그 이전에 제일모직이나 삼성생명처럼 카카오 게임즈와는 비교도 안되는 대형 회사들의 공모에도 그만한 돈이 모인 적이 없다는 겁니다. 또하나의 흥미로운 일은, 증권사 객장이 신청자들로 붐볐다는 겁니다. 번호표 뽑고 몇 시간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는데, 온라인 거래, 청약이 가능해진 이후에는 볼 수 없던 기현상이었습니다.
그만큼 계좌를 처음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 스마트 폰을 이용한 비대면 계좌 개설을 낯설어하는 70대 이상의 신청자들이 많았다는 후문입니다.
BTS가 온다… 빅히트 기업 가치는?
공모주 시장을 건드린 또다른 사건은 같은 날 일어났습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기업 공개 신청서를 제출한 겁니다. 아시다시피, <빅히트>는 BTS를 키운 기획사입니다.
빅히트는 공모가격으로 1주에 10만원에서 13만5천원을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빅히트>의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최대 4조8천억원에 이릅니다.
빅히트 상장 심사를 하던 때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3대 기획사를 합친 것보다 많고, 대형 유통회사 이마트, 현대건설, 대림산업 같은 대형 건설사보다 훨씬 큽니다. 금융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너무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 나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업 공개를 할 때, 20-30%씩 할인해서 일반 투자자들을 배려하는 것을 감안하면,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얘기인거죠. 그래서 기관들은 시큰둥하고, 잘 모르는 개인투자자들만 참여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측이고, '과열'로 보이는 공모주 시장을 감안하면,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BTS 키운 <빅히트>의 미래는?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빅히트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불안한 면이 눈에 띕니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빅히트>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BTS의 미래가 아닙니다!)
<빅히트>는 BTS라는 아티스트를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워냈지만, 기업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점이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BTS 못지 않은 아티스트를 앞으로도 키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이런 관점에서보면, '기업으로서 <빅히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공개 신청서에도 "BTS에 대한 의존도 너무 높다"는 우려를 감안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 멤버들의 군 입대를 직접 신고서에 써 넣은 겁니다. 가장 먼저 군대를 가야하는 멤버 '진'이 "내년 연말(2021년)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다"는 문구를 투자 유의 사항에 포함시켜 놓았습니다.
코로나 이겨낸 BTS! 빅히트!
불안한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탄탄한 실적을 냈다는 점입니다. BTS와 같은 아티스트에게 가장 큰 활동은 해외 콘서트였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이것을 전혀 할 수 없게 된 이후에 새로운 수익원이 나타난 덕입니다.
빅히트의 보고를 보면, 상반기 콘서트 수익은 15억원, 작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거꾸로 앨범 판매 수익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매출도 전체적으로 300억밖에 줄지 않는 '선방'을 해냈습니다. 온라인 음원 판매가 대중화된 이후에는 실물 앨범을 사는 팬들이 사라지다시피 했는데, 팬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앨범을 소장하는 것을 즐기는 분위기가 최근 살아났다고 합니다. 이게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수익원이 넓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겠죠.
방시혁의 지분 가치는?
창업자인 방시혁은 1200만주, 지분율로는 43% 정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모후에도 방시혁 대표는 33% 전후 지분율 유지할 것 같습니다.
공모희망가로 따지면 최대 1조6천억원이 됩니다.
멤버들은 얼마를 가졌을까요? 얼마 전에 방시혁 대표가 소속 멤버들에게 47만8천주를 똑같이 나눠줬다고 했습니다. 공모 희망가로 보면, 1인당 92억원 정도의 지분입니다.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를 통해 다른 지분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것만 보면 그렇습니다.
<빅히트>의 기업공개는 10월에 이뤄집니다. 전통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빅히트>의 기업 가치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문화산업의 가치를 이만큼 평가하는구나하는 것을 잘 볼 수 있는 기회인 듯 합니다.
또, K팝을 전세계로 확산시킨 공로가 있는 <빅히트>가 이번 기업 공개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경제
이성일
[알려줘! 경제] BTS 덕에? BTS 탓에?… 울고 웃는 빅히트
[알려줘! 경제] BTS 덕에? BTS 탓에?… 울고 웃는 빅히트
입력 2020-09-06 11:05 |
수정 2020-09-0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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