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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자이미지 이남호

코로나보다 무서운 스트레스…군대가 흔들린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스트레스…군대가 흔들린다?
입력 2020-04-23 15:20 | 수정 2020-04-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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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보다 무서운 스트레스…군대가 흔들린다?
    빈발하는 군대 내 사고…코로나19 때문?

    지난 15일 새벽 경기도에 있는 한 육군 부대 대대장이 부하 장교 10여 명과 부대 밖에서 회식을 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중위 한 명의 전출을 환송하는 자리였습니다.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는데 여기서 사건이 터졌습니다. 중위가 담배를 피겠다며 나갔다가 민간인 여성 한 명을 성추행한 겁니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육군 모 부대 부사관 네 명이 술을 마시고 동성인 장교의 숙소에 들어가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고 피해 장교가 국방 헬프콜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전방부대 육군 대위가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됐습니다. 신호대기를 하다 잠이 들어서 경찰에 붙잡혔는데 혈중 알코올 농도 0.109%로 만취상태였습니다. 해당 대위는 상급자인 소령 두 명과 함께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습니다.

    사고는 한국군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구기지에서 근무 중인 주한미군 병사 세 명은 용감하게도 부대 울타리에 개구멍을 뚫고 밖에 나가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가 적발됐습니다. 주한미군에서는 지난 5일에도 중사 한 명과 병사 세 명이 외출 금지 조치를 어기고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적발돼 계급 강등과 월급 몰수 등의 징계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스트레스…군대가 흔들린다?
    부대에 발이 묶인 장병들…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이번 달에 들어서면서 군 장병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국방부는 지난 2월 22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외출, 외박, 휴가와 면회를 전면 통제하고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대외 활동을 금지시켰습니다. 물론 단체 회식이나 음주도 당연히 안됩니다. 이 조치는 병사들 뿐만 아니라 장교와 부사관도 해당됩니다. 영외에 거주지가 있더라도 출퇴근 외에는 집 밖에 나가지말라는 엄명이 내려졌습니다.

    조치가 발효된 이후 저희 MBC 제보팀에는 병사들의 ‘구조요청’이 쏟아졌습니다. "남보다 군생활 열심히 해서 포상휴가를 탔는데 날리게 생겼다, 나가서 중요한 시험을 보려고 했다, 오래 전부터 휴가를 아껴 일찍 전역하려고 했는데 억울해서 잠도 안온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병사들이 휴가 통제에 따른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군 간부들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처럼 드러내놓고 말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강도 통제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야전에 있는 일선 지휘관들은 부대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군은 영내에서 삼겹살 회식을 하고 영상통화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는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군인들의 첫 번째 소망인 휴가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부대 안에 발이묶인 장병들의 불만이 하도 높다보니, 최근 모 부대 병사가 여군 중대장에게 야전삽을 휘두른 사건에 대해서도 코로나 스트레스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 않겠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물론 군장병의 잇따른 일탈행위가 단지 스트레스 때문에만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휴가 못나가는게 범죄에 대한 정상참작의 이유가 되지도 못할 것입니다. 다만 장병들이 부대 내에 갇혀있는 스트레스를 점점 견디지 못하고 있고 몰래 통제망을 빠져나가서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이같은 점을 어느 정도 시인했습니다.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잇따르는 사건사고의 배경에 아무래도 외출 제한 조치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부대 전체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기강이 흐트러지는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어제 고강도 통제가 두 달간 지속되면서 병사와 초급간부 등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이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스트레스…군대가 흔들린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결국 외출부터 통제 해제…이것으로 충분할까?

    결국 국방부는 내일부터 일단 외출 제한을 풀기로 했습니다. 부대 소재지에서 7일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병사들의 외출을 보장하고 간부들도 소규모 모임 식사나 간단한 외출은 부대장 허가 없이도 다녀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만약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나타나더라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면 외출 제한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지침도 세웠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잇따르는 사고에 군 기강을 엄정히 확립하라는 지휘서신을 전군에 하달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여러 부대가 민간인들에게 뚫리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자 군기를 잡아야한다며 지휘서신을 내려보냈는데 잇따르는 사건 사고에 장관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 모양입니다. 장관보다 무서운 스트레스에 결국 외출 제한을 풀었지만 과연 이 조치만으로 장병들의 군 기강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요.
    코로나보다 무서운 스트레스…군대가 흔들린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군기강 확립 고민

    휴가, 외박, 면회 등은 계속 통제되고 간부들의 음주도 여전히 금지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도 갈 수 없습니다. 정작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은 짧은 외출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집단 밀집 생활을 하고 있는 군대에서 무작정 제한을 풀 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비교적 잘 막아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 군에서 미국 항공모함 루스벨트호 집단 감염같은 사태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군내 감염 확산을 막아내야만 한다는 과제와 무너지는 군기강 사이에서 국방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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