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27년 전 뇌물 자백받은 건 바로 나"
미래통합당의 총선 참패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에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내정됐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27년 전 검사 시절의 일을 소환하며 연일 김종인 위원장을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어제 SNS에 자신이 직접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 자백을 받았다"며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나의 동대문을 공천 문제를 거론하면서 '당 대표를 사퇴한 사람에게 공천을 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며 "아무리 정치판이라지만 내가 조사한 뇌물 사건의 피의자에게 공천 심사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천명하고 공천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오늘도 또다시 "노욕으로 찌든 부패 인사가 당 언저리에 맴돌면서 개혁 운운하는 몰염치한 작태는 방치하지 않겠다"면서 "전국위원회 개최를 지켜보고 다시 대책을 세우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통합당 내 '개혁보수' 세력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도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서 "자생적인 노력 없이 비대위니 전대니 하는 건 아니"라며 바로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하는데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 "이제 전국위원회만 남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측은 이런 반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입니다.
'당내 반대 목소리야 어차피 수습될 일이고,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된다'는 겁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규정을 적은 미래통합당 당헌 96조를 보면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고,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나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전국위는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 소속 국회의원, 21대 국회 당선자,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구성되는데 과반이 출석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의결이 이뤄집니다.
통합당은 오는 28일 전국위를 열 계획인데, 예정대로 전국위가 열리고 의결이 이뤄진다면 그 날로 미래통합당 최고위는 해체되고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시작됩니다.
3선 의원 모여 전국위 연기 신청 기류
첫 고비는 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내일(27일) 열리는 통합당 3선 당선자들의 회동입니다.
3선에 성공한 통합당 의원들은 모두 15명인데 내일 아침 10시에 국회에서 모여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찬반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태흠 의원은 MBC와의 통화에서 "3선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전국위 개최를 연기해달라고 최고위에 요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금 최고위는 낙선자가 대부분인데 이들이 당의 미래를 결정하면 안된다"면서 "먼저 당선자 대회를 먼저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선 고지에 오른 조해진 의원도 김 전 위원장은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라며 "당선자들을 정치적 금치산자로 여기는 것으로 사실상 통합당 의원들을 모욕했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 당선자는 "현역 의원들이 시작부터 개혁 주체에서 배제되고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면 어떤 것을 실천해낼 수 있느냐"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뽑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3선 당선자도 MBC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오만한데다가 비대위 활동 시한을 정하라는 의원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면서 "전화를 돌려봐도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습니다.
통합당 재선 당선인들은 지난 23일 '최고위 결정에 협력했으면 좋겠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실어줬는데 과연 3선 당선인들의 뜻은 어떨지,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려면 넘어야 할 첫번 째 산입니다.
전국위 열리면 의결될까?
과거에 비대위가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22석을 확보하는데 그치며 1당을 내줬을 때였습니다.
총선 참패를 수습한다며 혁신위원장에 김용태 의원을 선임하려고 전국위가 열렸는데, '비박' 김용태 위원장에 반대하는 친박계의 반발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서 결국 추인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50여일 만에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을 내세워 관리형 비대위 체제를 세웠고, 두 달 뒤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당대표가 당선됐습니다.
2016년 같은 극심한 계파 갈등은 사라졌지만,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전국위에서 '김종인 비대위' 인준안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거나 부결될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이 모든 산을 넘어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이미 확인된 내부 반대 목소리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당 지도부는 '김종인 비대위'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고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 별다른 지지세력이 없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앞으로 어떻게 당을 장악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이 점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걸로 보입니다.
정치
김지경
홍준표 '김종인 비대위 안된다' 연일 맹공
홍준표 '김종인 비대위 안된다' 연일 맹공
입력
2020-04-26 10:17
|
수정 2020-04-26 15:31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