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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기주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입력 2020-05-03 18:24 | 수정 2020-05-0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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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5선 심재철 의원의 '굴욕' 사진?>

    지난 4월 28일 밤,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정치면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날 밤 9시쯤 예정에 없던 회동을 가진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만나 악수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 직후였습니다.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악수 사진 한장이 논란이 된 건 바로 심 원내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특이한(?) 구도 때문이었습니다.

    사진 속 김 전 위원장은 한 손으로 심 대표와 악수를 하고는 있었지만 시선과 몸을 돌린채 이내 자리를 떠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반면 심 대표는 허리를 잔뜩 숙인채 웃으며 김 전 위원장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마치 간곡히 무엇인가를 청하는 듯, 어찌보면 굴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 사진을 보며 현장에서 쭉 상황을 지켜봤던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이런 장면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의아했습니다.

    찰나를 기록하는 게 사진이라지만 심 대표가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억울했던 심재철 원내대표 '보도자료' 배포>

    그로부터 5일이 지난 오늘(3일), 심 대표는 "당시 사진으로 언론이 왜곡보도를 했다"면서 해당 매체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습니다.

    - 정상적 악수 이후 김 예정자가 손을 잡고 이끄는 사진을 아무런 내용 수정도 없이 굴욕적인 악수 사진으로 보도한 것이다.

    - 악수할 때는 상대방을 쳐다보고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기본 예절쯤은 안다.

    비장애인은 손을 잡아 이끌 때 발이 먼저 나가겠지만, 한쪽 다리에 1.7㎏ 보조기를 신고 지팡이를 짚고 보행하는 나는 정지 상태에서 지팡이를 왼손으로 옮긴 뒤 오른손으로 악수해야 한다.

    남이 오른손을 잡아 이끌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히 몸이 숙여질 수밖에 없다 (5월 3일, 심재철 측 보도자료 "사진으로 왜곡하는 오늘의 언론현실" 중) 당 안팎에서 '당대표 권한대행이 외부인에게 읍소하는 모습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심 권한대행이 항변에 나선 겁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기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 '억울할 만'>

    실제 상황도 심 대표의 해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이날 저녁 8시 25분 심재철 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김 전 위원장의 집 앞에 도착했고, 다리가 불편한 심 대표는 차 안에서 대기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은 김 위원장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밖에 나와있던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현장에서 대기중이던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 통화되느냐? 안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어 25분 뒤인 8시 50분 김종인 위원장이 도착했습니다.

    김재원 의장이 먼저 김종인 위원장 차에 다가가 인사를 하며 심 대표와 동행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후 김 위원장이 심 대표의 차를 찾아가 악수를 했습니다.

    문제(?)의 장면은 바로 여기서 벌어진 것입니다.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당시 찍은 영상을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김재원 의장으로부터 심 대표의 동행 사실을 들은 김 위원장은 약 30초 동안 심 대표의 차량을 향해 걸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이 없던 김 위원장은 차에서 내린 심 대표를 향해 "왜왜왜 안에...들어가시지"라고 짧게 말하며 간단히 악수를 청했고, 심 대표와 손을 맞잡기 무섭게 곧바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렇다보니 인사를 하던 심 대표와 몸을 돌린 김 위원장이 한 장의 사진에 함께 담기게 된 겁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사진 한 장이 상징하는 통합당의 절박한 현실>

    사진 한 장이 뭐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현재 미래통합당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 대표는 총선 참패 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 체제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현역 의원과 당선인 142명에게 전화를 돌려 의견 수렴까지 했습니다.

    심 대표는 과반이 되지는 않았지만 다수 의견이 동의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모시기를 밀어붙였고, 지난 28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강행했습니다.

    상임전국위원회 무산으로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사실상 거부했지만, 심 대표는 여전히 당의 수습을 위해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총선 직후 심 대표가 공개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게 보낸 러브콜을 모아볼까요?

    (4월 22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 전화 조사 결과 김종인 비대위가 다수로 나왔다. 그래서 김종인 비대위로 앞으로 가도록 할 생각이다.

    (4월 2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김종인 전 위원장께 비대위원장을 공식 요청드렸고 김 전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4월 26일 기자간담회) - 대선 필승의 준비를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바로 그래서 김종인씨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게 좋다고 의원 다수가 결정했던 것이다.

    (4월 28일 전국위원회 직후) - 김종인 위원장한테 투표내용 말씀드리고 비대위원장 수락해주시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수락하실거라 기대하고 있다.

    (4월 29일 의총 직후) - 새로운 의사일정은 새 지도부 원내대표가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종인 위원장과는 언제나 연락하고 있다.

    이런 심 대표가 당시 김 전 위원장의 거부 의사를 전해듣고 힘들게 찾아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진 한장이 불러온 굴욕(?) 논란. 이는 그저 악수하는 사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미래통합당의 상황이 총선 이전 같았다면 말이죠.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굴욕(?)…"사진왜곡 유감"
    <8일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쟁점>

    이제 미래통합당은 새 당선인들의 손으로 8일 선출하게 될 차기 지도부에 그 운명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다수의 중진 의원들이 차기 지도부 출마를 공공연히 선언한 상황. 때 아닌 굴욕(?) 논란까지 겪은 심재철 대표의 김종인 모시기. 곧 원외인사가 되는 심 대표의 뜻은 끝내 관철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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