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부터 여의도 국회는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와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 문제로 한바탕 시끌벅적했습니다. 며칠 사이 태 당선자와 지 당선자가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99% 사망설이 결국 가짜뉴스로 판명됐기 때문이죠. 두 당선자 모두 탈북민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에겐 없는, 뭔가 대단한 정보력에 근거하지 않았을까 내심 북한발 긴급 뉴스를 우려하고 촉각을 곤두세웠던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든 두 사람. 결국 주말 사이 김정은 위원장이 건재한 모습으로 TV에 등장하면서 월요일 아침부터 국회에선 이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민주당 집중포화 "국방위, 정보위서 배제해야"
먼저 포문을 연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입니다. 오늘 아침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해찬 대표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외부의 경솔한 반응과 일부 언론 대응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수준이다. 국민들은 개탄스러운 상황이 아직 계속된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앞으로 이런 일에 대해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이해찬 대표 최고위원회의 발언)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와 이들의 발언을 받아쓰기 한 언론을 싸잡아 비난한 건데요. 두 사람에게 발끈한건 이해찬 대표 뿐이 아닙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인 김부겸 의원도 SNS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국회의원 선서문에 비춰볼 때 두 분(태영호, 지성호)은 두가지 의무를 이미 저버렸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해쳤고,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지도 않았다." (김부겸 의원 SNS)
김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이런 주장도 펼쳤습니다.
"통합당 지도부에도 요구한다.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이번 일을 경고 삼아 두 의원을 국방위와 정보위로부터 배제해주기 바란다." (김부겸 의원 SNS)
평소 차분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김 의원이 남의 정당 일에 감놔라 배놔라까지 한 걸 보면, 김부겸 의원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대략 짐작하고도 남을 만 합니다.
이번 가짜뉴스 소동에 핏대를 세운 여권 인사, 한 분 더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으로 지난 2018년 봄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을 다녀온 민주당 윤건영 당선자인데요.
윤 당선자 역시 오늘 아침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태영호, 지성호 당선자가 활동하게 될 상임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우리나라의 고급 정보, 1급 정보를 취급하게 될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국회의원 당선인이라면 말 한마디의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잣거리에서 수다 떨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윤건영 당선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中)
통합당 내에서도 비판 발언 속출 "사과했어야"
이렇게 연거푸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여권인사들 틈에서, 함께 비난의 화살을 쏘는 야권인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2020년 버전 40대 기수론의 핵심, 미래통합당 김세연 의원인데요.
김 의원도 오늘 아침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사람(태영호, 지성호)의 발언은 자신감이 과도해 너무 나갔던 측면이 있다. 사과할 필요가 있다." (김세연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中)
여권인사들의 비난 수위보다는 다소 유화된 표현이긴 했지만, 김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두 당선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는 면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결국 태영호·지성호 당선인 사과문 발표
월요일 아침부터 국회를 뜨겁게 달군 두 당선자. 종일 전화가 불통이었는데요. 결국 조용히 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 (태영호 당선인 입장문 中)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자리의 무게를 깊이 느꼈다. 앞으로 공인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하겠다." (지성호 당선인 입장문 中)
두 당선인 모두 신중한 처신을 다짐하는 내용의 비슷한 내용의 사과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건재를 과시한 지난 2일 "더 지켜보라'거나 '카트를 탄 걸 보면 좀 이상하다'고 건강이상설을 다시 강변했던 태도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내용입니다.
'이대로 당할 순 없다' 야당 세력의 엄호
그런데 두 당선자에 대한 집중포화 속에서도 간간히 엄호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컷오프 이후 무소속으로 기사회생한 홍준표, 윤상현 당선인이 그 주인공인데요. 공천에서 탈락할 당시 당 안팎에서 받은 비난과 냉대를 인지상정, 공감한 걸까요? 두 사람 오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며 태영호, 지성호 두 당선인을 두둔했습니다.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의 예측을 두고 문재인 정권이 지나치게 몰아 부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홍준표 당선인 SNS)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을 향한 집권 세력의 배척과 배제 움직임이 도를 넘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민의 동의를 받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어떤 차별도 받을 이유가 없다." (윤상현 의원 SNS)
개원도 하기 전에 큰 설화에 휩싸이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두 당선자.
사과문에서 다짐한 대로, 앞으로는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하기 위한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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