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M부스] '윤미향 검증 TF'에서 빠진 '윤봉길 손녀'…왜?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하루 전 '사라진 이름'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일정에 맞춰 범보수 야권은 일제히 민주당을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 발족식을 가졌습니다.

윤미향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곽상도 의원을 진상규명 TF 위원장으로 재선의 박성중 의원과 초선의 김병욱·김은혜·황보승희 당선인 등이 진상규명 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아직은 합당하지 않았지만 통합당보다 먼저 진상규명 TF팀을 제안했던 미래한국당에서도 윤창현·전주혜 당선인이 함께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초 '윤미향 검증 TF팀'을 선두에서 이끌 것 같았던 그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윤주경 당선인,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더 유명한 그 이름이 빠졌습니다.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독립운동가 윤봉길의 손녀로 '친일프레임' 깬다"

사실 이용수 할머니의 발표 전날부터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TF팀 출범 하루 전날 한 통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미 그 자료에 윤주경 당선인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윤미향 의혹 사건'에 윤주경 당선인이 전면에 나서면서 여론의 흐름도 전환기를 맞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정의기억연대를 폄훼하려는 여론에 '친일' 프레임이 씌워졌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의연을 가장 불편해하는 일본 극우 세력들의 움직임과 이 같은 의혹 제기 흐름이 맞물리며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정의연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것처럼 동일시되는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윤주경 당선인이 전면에 등장한 건 이 같은 흐름을 바꿔놓는 역할을 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발언하는 윤주경 당선인

앞서 지난 19일 윤주경 당선자는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정의기억연대가 더 이상 의혹이 없도록 투명하고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진상규명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손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 횡령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전면에 나서면서, 개인의 일탈 의혹과 시민단체의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구분하게 만든 겁니다.

범야권의 '윤미향 의혹 제기'가 아무런 제약 없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 이후부터 입니다.

그런데, 그 상징성 강한 '윤주경'이란 이름이 정작 본격 의혹 검증 단계에 들어서서는 TF에서 이름이 아예 빠진 겁니다.

그래서 TF팀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윤주경 당선자 자리에 이름을 대신 올린 건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윤창현 당선자입니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에게 어찌 된 연유인지 물었습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좌), 윤창현 당선자(우)

이 정책위의장은 "윤주경 당선자가 상징성은 있지만,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곽상도 TF 위원장의 요구가 있어서 윤창현 당선자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엔 윤주경 당선자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곽상도 위원장에게 TF 위원들의 인선 배경을 물었습니다.

곽 위원장은 "TF가 이번 사안을 경제적 관점과 법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고, 따라서 윤주경 당선자는 TF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며 "기부금 관련해 국세청의 문제점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윤창현 당선자가 적임으로 판단해 명단을 정리했다"고 답했습니다.

TF에 포함된 윤창현 당선자도 통화에서 "전문 분야인 금융과 회계 쪽의 문제점들을 정리해보려 한다"면서 "친일 프레임같은 색채나 이념의 관점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드러난 잘못들을 들여다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명분'보다는 '실무'에 방점?

그렇다면 당사자인 윤주경 당선자는 어떤 생각일까요?

윤 당선자는 통화에서 "자발적으로 TF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은 아니"라면서 "TF 성격상 회계나 법적인 분야에 일반인 수준 이상으로 할 역할이 없다고 판단해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친일이냐 아니냐의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건 진실 규명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할머니의 입장에서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영입인사였다가, 당선권 밖인 비례대표 21번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다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당선자.

윤미향 당선자 관련 의혹 앞에서 '친일 프레임'을 제거시킨 일등 공신이었지만 일주일도 안 돼 무대 뒤로 사라졌습니다.

비례 1번, 독립운동가의 손녀 등 상징성 높은 이미지만으로 소비되다 다시 사라지지 않도록 21대 국회에서 윤주경 당선자의 맹활약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