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김종인을 '히딩크, 용병'에 비유
미래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와 국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용병', '히딩크'에 비유하며 맹비난했습니다.
9일 통합당 장제원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강연자로 나와서 한 발언입니다.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방에게 4연속 참패를 당하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 여기서 4연속 참패를 안긴 상대방은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으로 해석됩니다.
"앞으로는 용병이나 히딩크같은 외국 감독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에 의한 승리를 해야 합니다."
* 원 지사가 언급한 '용병', '히딩크'등의 표현은 외부에서 영입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 지사는 또 "외부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아야 하는 현실에 뒷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원색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보수..보수..보수.. 40번 반복한 그 말 '보수'
개혁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원 지사가 현재 통합당의 혁신 작업을 추진중인 김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고 했던 김 위원장을 의식한 듯, 1시간 가량 진행된 특강 내내 '보수'라는 단어를 40번 가량 사용하며 자신이 '보수'임을 강조했습니다.
대략 적어봐도 이 정도는 됩니다.
"보수의 이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유전자입니다."
"보수의 선택은 지난 100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우리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선택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왔던 바로 그 보수의 위풍이 승리해야합니다."
"아류 진보가 아니라 위기를 정면돌파했던 보수의 유전자를 회복해서 그 이름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보수가 실패했다? 그건 대한민국 현대사가 실패했고, 국민이 실패했다는 얘기인데 그런 식으로 남한테 떠넘기면 안됩니다."
다시 말해 미래통합당은 보수 정당이고, 보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 온 세력이니, 외부 세력이 아니라 보수 자체의 힘으로 정권을 되찾아오자는 얘기입니다.
원 지사는 "대한민국이 걱정되서 요새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도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수의 이름으로 패배의 아픔을 갚기 위해 향후 2년을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2년으로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원희룡 "대선 출마선언으로 봐주면 고맙겠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2년"
원 지사측에 이 말의 의미에 대해 물었습니다.
원 지사측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현재 보수가 닥친 위기에 대해 원 지사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선 출마선언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봐주면 고맙겠다"며 대선 출마선언이라는 뜻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통합당의 혁신은 내부 역동성으로 이뤄져야 한다는게 원 지사의 생각"이라며 "김 위원장이 당에 온 것에 대해서도 원 지사는 '불가피한 선택'일 뿐, 환영하진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주창한 '40대 경제전문가'에 대해서도 "원 지사는 그 말에 개의치 않고 있고, 대권은 기다리는게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 등과의 당내 경쟁도 피하지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발언>은 "원 지사가 사전에 준비한 발언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원 지사의 선명하고 정제된 표현들은 미리 준비해온 대선 출마선언이었고, 수많은 언론 앞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이란 설명입니다.김종인, 신경 안쓴다더니 전 당원에 장문의 문자 보내
이에 대해 비난의 당사자인 김 위원장은 특유의 무심한 화법으로 이렇게 응대했습니다.
"그 사람 얘기한 거에 대해서 내가 굳이 신경쓸게 뭐가 있겠어?"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곧 당원들에게 다소 '뜬금없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모든 권력을 장악한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도록 내버려 둘 수 없습니다. 과거로만 회귀하는 문 정권에 맞서 당 비대위는 당원들과 함께 창조적 파괴와 과감한 혁신을 통해 우리당을 진취적인 정당으로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당내 반발에다, 원 지사의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진 상황에서 나온 김 위원장이 보낸 문자 속에는 복잡한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입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취임 9일째를 지나면서 당 대표가 당원들에게 보낸 취임인사이고, 비공식적으로는 '보수' 정체성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김 위원장이 당원들을 다독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 지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기존에 당내에서 불거졌던 자강론과 맞물리면서 앞으로 보수 진영에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원 지사가 발언하던 그 현장에 함께 앉아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원 지사의 발언이 '대선 출마선언'인 걸 알았을까요?
홍 전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원 지사를 현 세대의 리더"라고 추켜 세웠습니다. 일단 '반 김종인 전선'의 동지라고 생각하는 모습입니다.
지금은 빈 자리로 보이는 보수 진영의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자천 타천의 '후보 만들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이기주
[국회M부스] 통합당서 터져 나온 "김종인은 용병"
[국회M부스] 통합당서 터져 나온 "김종인은 용병"
입력 2020-06-10 08:50 |
수정 2020-06-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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