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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해괴망측한 시도'

[국회M부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해괴망측한 시도'
입력 2020-06-10 09:10 | 수정 2020-06-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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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해괴망측한 시도'
    이낙연, 질본 개편에 '해괴망측한 시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무늬만 승격' 논란을 빚었던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 개편에 대해,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9일 국회도서관에서 민주당 신현영 의원 주최로 열린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토론회 자리에서 한 말인데요. 이낙연 위원장은 "코로나가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갔다고 보고 체계 개편 문제를 다룰 때라고 봤는데 중간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를 지목해 "이 교수님이 눈물로 지적하고 호소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통령께서도 감수성 높게 대처해 주셔서 그나마 이상한 길로 너무 많이 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소 단어 선택을 신중하게 한다고 평가받는 이낙연 위원장이 '해괴망측'이란 단어를 쓴 것 자체가 좀 드문 일인 것 같긴 합니다.

    누가 '해괴망측한 시도'를 했을까?

    그럼, 이낙연 위원장이 언급한 '해괴망측한 시도'가 뭔지부터 정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되 대신 핵심 연구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에서 떼내 보건복지부로 옮기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감염병 연구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와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범정부적인 협조체계가 필요한 연구 업무를 고려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일각에서,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에 연구 기능을 뺏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이 되면 정원은 지금보다 160여명 줄고, 예산은 1천 4백억원 넘게 깎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무늬만 승격' 아니냐며 비난이 거세졌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힘을 실어주는 개편안이 아니라, 복지부 공무원들 밥그릇만 늘렸다는 거죠.
    [국회M부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해괴망측한 시도'
    문재인 대통령, "전면 재검토" 지시에 원점으로

    결국 이틀만인 지난 5일, 청와대가 긴급 브리핑을 가졌습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 소속 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질병관리본부 조직을 축소시키려는 목표가 있었던 게 아니라며,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도록 조직 보강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을 비롯한 조직개편안은, 다시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국회M부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해괴망측한 시도'
    "강력한 권한부터 줘야"…'총리실 산하 질병관리처' 주장도

    신현영 의원은 "코로나 19 사태에서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낸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안심과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학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고루 참석한 토론회는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조직개편안이 발표됐을 때,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직접 올린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예산은 기본적으로 복지부와 협의를 하는데, 복지부와 상의→기획재정부와 상의→국회에서 다시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계획했던 예산이 삭감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었습니다. 이런 예산권부터 과감하게 독립시켜줘야 한다는 거죠. 또 국립보건연구원을 현재 상황에서 복지부 산하로 옮기면,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능 뿐 아니라 정책기능을 훼손시키고,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까지 복지부 산하로 가게 되면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능은 축소돼 버릴 거라는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또다른 참석자인 정기석 한림대 교수(2016~2017년 질병관리본부장)는 "질병관리본부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청'보다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소속된 '질병관리처'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회M부스]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해괴망측한 시도'
    기모란 "코로나는 100미터 아닌 마라톤"

    토론회에 참석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전세계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6개월 째인데, 코로나 유행이 전세계에 이렇게 빨리, 많이 확산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라며 서두를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방역이 성공했다는데, 저는 불안불안하다. 언제 실체가 드러날지 모르는 그런 느낌이다"라는, 다소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K-방역의 실체가 드러난다니요.

    기모란 교수는 "비유를 하자면, 메르스 때 엄청나게 당해서 그때 이후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할지, 6시간 이내, 12시간 이내, 24시간 이내 뭘 할 건지 매뉴얼을 만들고 훈련과 평가를 해왔고,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그대로 했다. 그래서 초기 대응을 발빠르게, 마치 메르스처럼 '100미터 달리기'인 줄 알고 전력질주해서 대한민국이 1등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 교수는 "그런데 보니까 코로나19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가야할 길이 42.195km인데 대비가 안돼있고 인력도 없다. 마라톤에 맞는 조직을 빨리 만들고, 인력을 보강하고, 이런 걸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평가하는 일이 산적해 있는데, 할 수 있는 조직이 없으니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자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기 교수는 "남은 42km를 잘 뛰려면 지금까지 해왔던 방역의 헛점들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또 거기에 맞춰서 어떤 인력을 어떻게 교육할지, 지방에서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조직개편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실 K-방역 얘기를 자꾸 하면 저는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해외에서 한국이 성공했다고 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한국은 왜 자료가 없냐'는 얘기를 한다. 열심히 싸우고 대응했지만 아직도 역학조사 결과를 수기로 작성하고, 그래서 분석도 못하고 자료가 쌓여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진자도, 완치자도 많아서 데이터가 충분한데, 그걸 제대로 정리하고 분석한 자료를 만드는 시스템은 한참 뒤처져 있다는 거죠.

    "질본 안에는 나가서 직접 싸우는 조직만 있지,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전략을 세우는 조직은 하나도 없었다"며, "몇십년 만에 온 기회에 보건부든, 질병관리처든, 질병관리청이든, 뭔가 할 수 있는 조직을 이 기회에 한 번 만들어 보자"는 게 기 교수의 끝맺음이었습니다.

    이낙연 위원장을 비롯해 윤관석, 전해철, 고영인 의원 등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국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고,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올 수 있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모색하자는 행사·모임도 요즘 활발합니다. 21대 국회가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에 앞으로 어떻게 힘을 실어줄지, 오늘 토론회가 아마 그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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