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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이낙연의 '17초 침묵'…민주당 당권 경쟁 본격화

[국회M부스] 이낙연의 '17초 침묵'…민주당 당권 경쟁 본격화
입력 2020-06-10 17:00 | 수정 2020-06-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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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이낙연의 '17초 침묵'…민주당 당권 경쟁 본격화
    이낙연의 17초 침묵

    오늘 오전, 국립현충원 묘역에서는 故이희호 여사의 1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평생의 동지, 그리고 여성운동가였던 고인을 기리는 자리.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추미애 법무장관, 박지원 전 의원 등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현장을 찾은 국회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었습니다. 오는 8월 민주당 당대표 출마 방침을 굳힌 이 의원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추도식을 마치고 나온 이 의원이 받은 질문은 '당대표 선거에서 당선되면 2년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라고 한 김부겸 전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습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역시 이번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잠재적 경쟁자'입니다. 이 의원은 곧바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모든 질문에 구체적이고 명료한 입장을 내놓는 건 아니었지만, 항상 노련한 모습을 보여왔던 탓에 이런 침묵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답변에 앞서 생각을 정리한 것인지, 경쟁 상대에 대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의원의 침묵은 17초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그리고는 "보도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한다"는 짧은 답변을 남기고 자리를 떴습니다.

    국회로 돌아온 이 의원은 또다시 기자들을 마주했습니다. 이번엔 질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다 얘기를 했다"고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김 전 의원과 만날 계획이 있냐'는 물음이 계속 이어지자 "그 이야기도 이미 다 했다"면서 "똑같은 얘기를 만날 때마다 계속하는 것은 고역"이라는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회M부스] 이낙연의 '17초 침묵'…민주당 당권 경쟁 본격화
    차기 당대표 임기, 7개월 vs 24개월

    당대표가 되면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얘기는 일견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누구는 이를 공언하고, 다른 사람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받는 이유는 뭘까요.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그 답이 있습니다. 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선거일 1년 전에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겁니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에 치러집니다. 오는 8월에 선출되는 당대표가 대선 출마를 하려면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합니다. 대표직은 7개월 동안만 하게 되는 겁니다. 이낙연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유력 주자입니다.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면 규정에 따라 7개월 뒤에는 물러나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국회M부스] 이낙연의 '17초 침묵'…민주당 당권 경쟁 본격화
    "임기 채우겠다" 김부겸의 선 긋기

    김부겸 전 의원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차기 대선 출마 방침을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이 어제 "당 대표가 된다면 2년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물론, 아직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고, '당선이 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대권 도전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같은 처지에 놓여있었던 이낙연 의원과 선을 그으면서 대비되는 구도를 만든 겁니다.
    [국회M부스] 이낙연의 '17초 침묵'…민주당 당권 경쟁 본격화
    차기 당대표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이는 당내에 존재하는 '7개월짜리 대표'에 대한 우려를 감안한 행보로 보입니다. 177석 거대 여당을 이끌고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를 챙겨야 하는데, 특정인들의 대권 도전을 이유로 당 리더십이 영향을 받는 건 좋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개혁을 완수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전당대회 출마 방침을 밝힌 우원식, 홍영표 의원은 이를 내세우며 의원들을 공략하고 있었고, 이제 김부겸 전 의원도 여기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반면, 이낙연 의원 측에서는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차기 주자로서 책임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유력한 차기주자와 이에 맞서 '단일 대오'를 모색하는 경쟁 후보들. '이낙연 대세론'으로 흘러가던 민주당의 당권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걸까요?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을 장악했던 이해찬 대표의 후임은 누가 될까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없지만, 당내 물밑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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