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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입력 2020-06-11 09:03 | 수정 2020-06-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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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사적인 남북 공동 선언을 합니다.

    다음 주면 20년이 됩니다.

    6.15 20주년을 맞아 경색된 남북 관계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을 불씨라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의류 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박진성씨도 남북 관계에 훈풍을 기다리던 이들 중 한명입니다.

    그의 희망을 듣기 위해 만나기로 한 날, 북한은 남한과의 통신선을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앞으로 개성공단을 철거해버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쏟아졌습니다.

    박진성씨에겐 이번 일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더 궁금해졌습니다.

    "직원 900명에 매출 80억 원 공장 사장이었는데…"

    개성공단은 한때 100개가 넘는 남한 기업이 입주해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을 정도로 번창했습니다. 남한 기업들은 무려 5만 명의 북측 근로자를 고용했습니다.
    [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박진성씨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단에서 의류 제조 공장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박씨는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과 일하는게 즐거웠다고 합니다.

    "한민족은 모두 손재주도 좋다. 동남아에 공장을 만드는 것보다 말도 잘 통하고. 또 역사의 한장면이기 때문에 긍지도 가졌다."

    인건비와 기타 비용까지 포함 해도 한달에 1인당 40여 만 원이면 공장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사업은 번창해 직원 900명을 고용하고, 연 매출 80억 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미리 말만 해줬어도…"

    하지만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철수를 전격 결정합니다.

    철수 하루 전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이미 청와대의 결론은 정해진 뒤였습니다.

    수십억 원을 들여 투자한 기계 설비나 원재료들은 개성공단에 그대로 남겨두고 왔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거라며 한 해 두해를 보냈습니다.

    그동안 박씨는 국내에서도 재기를 시도했지만 국내 인건비 환경에선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해외 공장도 알아봤지만 개성공단의 두배가 넘는 비용에 언어 문제까지…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됐고, 아내와는 이혼까지 했습니다. 전엔 강남 아크로비스타에 살았는데 지금은 봉천동 14평 빌라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평생 옷만 만들던 박 씨는 이후 남은 옷감으로 작은 양복점을 운영했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지금은 지인들이 부탁할때마다 정장 한 벌씩 맞춰주는 것으로 용돈을 벌며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도 가고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듯 해,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걸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북한이 개성공단을 완전히 철수시킬 수도 있단 소식에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개성공단 안에 있는 2천평의 땅과 건물, 기계 설비까지 모두 몰수 당할 수도 있다고 하니, 뉴스를 보며 한숨만 나왔습니다.

    "정부는 무얼 하고 있나"…헌법소원 등 직접 나서

    개성공단 철수 이후 정부는 줄곧 지원해주고 싶어도 관련 법이 없어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국회에선 극심한 여·야 대치로 피해 보상 관련 법안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나서보기도 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한 겁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4년째 묵묵부답.

    얼마 전엔 개성공단 입주 기업 사장들이 모여 빨리 결정을 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탄원서까지 제출했습니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답답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을 핑계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밑에서라도 북한과의 접촉은 시도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박씨는 물었습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써서 믿음도 주고, '꼭 하겠다'는 신뢰감도 주고 그렇게 해야 하지 않나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나

    북한의 통신선 차단 결정에 정부의 반응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브리핑에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말만 무려 13번이나 했을 정도였습니다.

    통일부도 남북 통신선은 남북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채, 북한과 대화 재개에 대한 합의가 있기 전까지 연락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신 차단 다음 단계로 군사 도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마땅치 않습니다.
    [외통방통] 개성공단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는?
    'low-key(로우 키)'만이 정답?…적극적 해석 제언도

    물론 미국과 유엔 등의 대북제재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또, 코로나19 등으로 경제난이 심각해진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목적으로 나선 것을 수 있으니, 정부는 북한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판단이 아예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 갇혀선 계속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과거 방식대로 남북교류협력 추구한다면서 제재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새롭게 남북관계를 설정하려는 욕구를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더 나아가 "최고위급 특사를 파견해 진정시켜야한다"고 말합니다. 선도적인 남북관계를 통해 자율성이 생겨야 미국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하지 못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같은 적극적인 남북합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개성공단 박 사장님이 바라는 남북관계

    전문가들 얘기는 그렇고 한가닥 희망까지 잃게 될지 모르는 박진성씨의 생각은 어떨까요?

    박씨는 정치는 잘 모른다면서도, 현재의 대결 국면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남과 북은 조그만 나라지만 합치면 커지잖아요. 미래의 100년을 보고, 후손들한테 물려줄 자산이라 생각하고 개성공단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대한민국은 현재 북한과 전쟁을 잠시 멈추고 있는 상태일 뿐입니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언제든지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특수 환 환경입니다.

    다시 6.15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북미, 한미 관계에 갇히지 않는 기본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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