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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악수한 손 놓을까, 남북미 도돌이

[외통방통] 악수한 손 놓을까, 남북미 도돌이
입력 2020-06-13 07:32 | 수정 2020-06-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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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악수한 손 놓을까, 남북미 도돌이
    [2018년 6월 12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싱가포르에서 만났습니다.

    3대째 권력을 잡은 독재자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가 출신 대통령, 전세계의 이목이 이들에게 쏠렸습니다.

    결과도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보게 했습니다.

    ▲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 한국전쟁 포로와 실종자 유해송환

    이들은 이 4개항에 합의하고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미국에선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 없이 쇼만 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한편에선 북한이 정상국가와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 기대도 커졌습니다.
    [외통방통] 악수한 손 놓을까, 남북미 도돌이
    [2019년 6월 12일]

    6·12 공동성명 1년이 되는 날, 북미 관계는 한 차원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한 번 더 만났고, 충격적인 노딜로 씁쓸하게 헤어졌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양측의 계산법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회담이 깨지고 베트남에서 북한까지, 열차로 60시간을 달려 돌아가는 길에 회담 책임자들이 석고대죄를 했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에 요구했습니다.

    그래도 1년전 오늘은, 아직까지 정상간 케미를 과시하던 때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자랑까지 했으니까요.

    남북 관계도 지금만큼 얼어있진 않았습니다.

    이희호 여사가 전날 별세했던터라 북한은 조의문과 조화를 남측에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판문점에 내려왔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받으러 나갔습니다. 김 부부장은 "남북협력을 계속해 나가자"는 취지의 메시지도 전달했습니다.
    [외통방통] 악수한 손 놓을까, 남북미 도돌이
    [2020년 6월 12일]

    한동안 남측을 냉대하던 북한이 지난 4일부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비난보다 무관심이 아프다"던 통일부 당국자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난의 날이 매섭습니다.

    일부 탈북단체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한 걸 계기로 북측은 관계 단절을 넘어 적대관계를 예고했습니다. 5일 만에 남북 사이 모든 통신선이 끊어졌고 개성공단 철거와 9·19 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북미 관계도 1년 전보다 더 냉랭합니다.

    오늘 새벽 리선권 외무상이 임명된 뒤 처음으로 대미 담화를 냈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을 필요가 있겠는가" 의문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정상 간 친분이 유지된다고 해서 북미 관계가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핵시험 중단과 미군 유해송환 등 미국이 얻은 건 많은데 북한이 얻은 건 없다는 불만도 표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으니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는 듯한 말입니다.

    분석은 엇갈립니다.

    김동엽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담화 말미에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걸 두고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전략무기나 잠수함탄도탄미사일 발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쌓기에 이용되지 않겠다는 부분에선 "핵시험 중단이라는 치적을 날려버리겠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겁니다.

    양무진 교수(북한대학원대학교)도 북한이 향후 군사행동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도발 명분을 쌓기 보다는 코로나19와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힘든 상황에서 건드리지 말라, 건드리면 미국도 피곤해 질 것이다."라는 경고가 속내라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여지를 남겼다고도 볼만한 대목도 있습니다.

    외무상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매일 읽는 노동신문이 아니라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표현도 비교적 거칠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긴 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외통방통] 악수한 손 놓을까, 남북미 도돌이
    [남북미 도돌이?]

    '교착상태'란 말이 지겨울 정도로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협상 상대방이라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곤 꼼짝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코로나 19 2차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고, 인종차별 문제로도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판을 흔들어볼만한 상황은 아닌거죠.

    대선 이후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비핵화부터 하고 제재를 해제하자는 기존 공식으론 북미간 입장차를 좁히기 힘듭니다. 북한은 지난해 이미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해 놓은 상태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협상하는 이들은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핵개발을 멈추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매력적인 제안을 해야하는데, 여러차례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거치면서 할 수 있는게 거의 안 남았기 때문입니다.

    식량이나 의약품 정도를 인도적 목적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그건 수십년 전에나 먹힐 방법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에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적용해 체제 유지와 경제발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제재 해제까진 아니어도 우리 정부가 북한이 관심가질만한 사업에 대해 유엔 제재 면제를 받아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0년전부터 합의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그 예입니다. 공공재적 성격을 띄는만큼 사업 전체에 대해 제재 면제를 받아내고 북한을 단계적 비핵화의 길로 이끌자는 겁니다. 한국이 그 정도 중재력을 보여야 북한이 미국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관계도 풀릴거란 설명입니다.

    곧 6·15 공동선언 20주년입니다.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난지 20년이 됐지만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어렵습니다. 당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했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인내심과 일관성, 신축성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포착하고 만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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