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기막힌 타이밍이 있을까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칩거에 들어간지 하루만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TV와 신문은 희뿌연 연기 속으로 사라져버린 연락사무소 붕괴 모습으로 온통 도배되다 시피했습니다.
법사위, 강제배정, 단독선출, 국회파행, 항의방문 등 긴박한 국회 현안은 한 페이지 너머로 물러섰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삽시간에 여의도 정치권까지 집어 삼킨 겁니다.정치권 앞다퉈 긴급 회의…논평…브리핑
정치권은 곧바로 각각 긴급 안보관련 회의를 소집했고, 앞다퉈 논평을 내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습니다. 거대여당도 제1야당도 소수정당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개별 의원들도 긴급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손해배상과 원상회복을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정치권의 모든 의제도 북한 이슈로 긴급 전환됐습니다. 원래 원구성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통합당 중진 회의도 사실상 북한 도발과 안보 관련 회의로 전환됐습니다.
17일 아침 원내지도부 공백과 원구성 협상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었던 통합당 재선 의원들도 북한 도발에 대한 대처 방안을 주로 논의했습니다.
국회의장실 항의방문이나 원구성 관련 여야 추가 협상은 얘기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회를 떠나 절로 들어가는 나홀로 장외투쟁(?)을 시작했지만, 이목을 끌진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외통위 참여해야"…통합당에서 불거진 '등원' 주장
이런 가운데 북한 이슈를 계기로 국회가 조기(?) 정상화 되는 것 아니냐는 불편한(?) 기류가 야당 내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일단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해 정부든, 북한이든 책임추궁 등을 하자는 겁니다.
불을 지핀건 당내 강경파를 비난하며 실리론을 주장했던 장제원 의원입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김여정이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국가적 위기가 닥쳤다"며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정도는 가동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감행했는데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중도층은 법제사법위원장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로 우리 마음처럼 분노하지 않는다"고 당내 강경파를 비판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가 국회 일부 상임위 단독 배정에 대해 호의적으로 조사됐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불씨를 키웠습니다. 하 의원도 SNS를 통해 "안보위기에 국회가 방관만 해선 안 된다"면서 "통합당이 국방위와 외통위, 정보위 등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 의원은 또 "북한의 위협에 대한 초당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안보위기 대처를 위해 주호영 원내대표도 즉각 복귀해야 한다"며 등원과 원내대표 복귀를 한 실로 꿰었습니다.
"평소엔 안보를 강조하다가 정작 안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손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얘기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진퇴양난? 전화위복?…셈법만 복잡해진 제1야당
하지만 야당의 상임위 복귀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일부 다선 의원들의 상임위 복귀는 해당행위에 준하는 일탈이라며 출당 가능성까지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차지한 상황에서 다른 상임위 몇 개를 받아오는 것은, 야당으로서의 정부 견제에 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집안 단속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때 같았으면 으레 있었을, 국회 운영위나 정보위, 국방위, 외통위 등을 야당이 긴급 소집해 청와대 외교안보라인과 관련 장. 차관들을 불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겁니다. 통합당에 익숙한, 이런 절호의 기회를 허망하게 보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내부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MBC 취재진과 만나 "원내 지도부 공백이 생기자마자 북한의 무력 도발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안풀려도 이렇게 안풀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또 다른 통합당 관계자도 "오히려 북한이 도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원을 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절로 간 주호영, 복귀 해법 찾을까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은 충청권 어느 사찰에 칩거 중인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거듭된 당원들의 사퇴 만류에도 아직까지 주 원내대표는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도 잘 알려진 주 원내대표는 국회내 불자들의 모임인 정각회 명예회장이기도 합니다. 원 구성 교섭 과정에서 겪은 심신의 피로를 위로하며 '108배', 공양을 드리고 있는 걸로 전해졌는데요.
주 원내대표 말고는 통합당 내에 이 어수선한 남북 상황과 국회 상황을 수습하고 재정비 할만한 인물이 지금으로선 없어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9일 본회의를 열고 추가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방침인데요. 비슷한 일을 또 겪어야 하는 주 원내대표의 복귀는 이르면 이번 주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불리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당장은, 그리고 환경은, 야당에게 치욕적이고 불리한 것 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라는 대전제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난국을 헤쳐갈 패를 쥐지 못한 제 1야당.
"안보 하나는 확실히 챙긴다"던 보수 정당의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주 원내대표가 어떤 해법을 갖고 복귀할 지가 함께 지켜볼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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