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에 복귀했습니다. 지난 15일 상임위원 임의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하고 사찰 칩거에 들어간지 꼭 열흘 만입니다. 주 원내대표는 그 동안 전국 9개 사찰을 돌아다녔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을 먼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의원 총회에 참석하면서 정식 복귀를 알렸습니다. 그동안 통합당은 사의를 표명했던 주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겠다고 밝혀왔는데요. 그가 의총장에 들어서자 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박수를 치면서 재신임 뜻을 드러냈습니다. 의원 중 절반 정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던 이종배 정책위의장까지 이번 의총으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열흘 간 이어졌던 통합당의 원내지도부 공백 상태도 이로써 마무리됐습니다.복귀 일성은 '단일대오 유지'
이제 관심은 통합당이 민주당과 원구성을 두고 어떻게 싸울지로 쏠립니다. 원래 주장대로 법사위 돌려놓지 않으면 차라리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가라는 태도를 유지할지, 아니면 민주당 제안대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아올지, 앞으로의 투쟁 전략이 궁금해집니다.
일단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늘 의원총회에서 '단일대오'를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전의 여당은 절대다수 의석이 아니라서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해 양보했던 것이고, 우리는 힘으로 다 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손을 내밀 텐데, 그때까지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수적 열세인 만큼 뭉쳐서 싸우겠다는 의지가 비쳐집니다.
통합당 안에서도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구성 협상 초반에는 '실리는 찾자'는 목소리도 제법 높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상임위원장 표결까지 이뤄지자 '실리론'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 때문에 통합당이 민주당과 원구성을 두고 극적으로 타협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합니다.'원구성 협조는 없다'…상임위 명단 제출 거부
실제로 오늘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원회 명단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야당 없이 한 번 마음대로 해보라'는 건데, 법사위를 돌려주기 전까지는 어떠한 원구성 협상도 없다는 기존 입장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정부와 민주당이 제일 급한 건 3차 추가경정예산안입니다. 7월 3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임시국회 안에 추경을 통과시키려면, 상임위에서 추경안에 대한 심사가 필요합니다. 상임위가 구성돼야 심사도 가능하고, 이후 통과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상임위 구성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이미 지난 15일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에 대해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임의로 배정해서 형식적으로는 상임위가 구성돼 있습니다. 통합당 의원들이 전부 사임계를 내고 불참 중이지만요. 나머지 12개 상임위에 대해서도 박병석 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을 임의로 배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형식적으로는 국회 상임위 구성이 완료됩니다. 추경 심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되는 셈이죠. 하지만 박병석 의장이나 여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방법일 겁니다.
통합당은 일단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심각하니 추경 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원구성 협조는 하지 않겠다니, 모순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박병석 의장이 상임위를 먼저 임의로 배정하게 하고, 사보임을 통해 통합당 의원들끼리 원하는 상임위로 재배치를 한 다음 추경 심사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상임위원 임의 배정이라는 부담은 국회의장과 여당 쪽에 떠넘기고, 추경 심사에 참여한다는 명분은 챙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로 또 같이' 전략?
어쨌든 주호영 원내대표가 돌아왔으니 이제 통합당은 '국회 안'에서 여당과 싸우게 될 겁니다. 주 원내대표가 복귀를 선언하면서 어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의혹과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추진하고, 또 '추경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안에서 일을 하면서 여당과 싸우겠다는 이른바 '원내 투쟁' 방침을 천명한 겁니다. 국정조사의 경우 여당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진의 실효성은 낮지만 여론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통합당은 '법사위 때문에 상임위에 참여도 하지 않고 비판만 한다'는 시각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움직임도 있습니다. 어제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소속 의원 7명은 민주당 의원 7명과 외교현안 간담회를 가졌는데, 통합당 쪽 제안으로 이뤄진 자리였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자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싸울 건 싸우고, 협조할 사안은 협조한다'로 현재 통합당의 전략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주호영 원내대표가 돌아오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국회 상임위 구성이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당이 앞으로 국회 안에서 어떤 투쟁 전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전략이 '정부여당 견제'라는 본래 야당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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