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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탁자 엎고 싶었다"는 주호영, 11대7 거부한 사정

[국회M부스] "탁자 엎고 싶었다"는 주호영, 11대7 거부한 사정
입력 2020-06-30 13:28 | 수정 2020-06-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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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탁자 엎고 싶었다"는 주호영, 11대7 거부한 사정
    주호영 원내대표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마련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끝난 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SNS에 올린 글입니다.

    협상이 끝날 무렵, 국회의장은 제게 "상임위원 명단을 빨리 내라"고 독촉을 했습니다. 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집권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파탄내는 그 현장에서 국회의장이 "추경을 빨리 처리하게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서둘러라"는 얘기를 하는 게 당키나 한 소리입니까?

    주 원내대표로서는 상당한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한 셈입니다. 그런데 원내사령탑에 오르기 전 그는 원내 협상가로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저는 18대 국회에서 가장 길었던 개원협상을 주도해봤고, 100여 차례가 넘는 세월호 협상, 공무원 연금개혁 협상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수적 열세를 전략 우위로 극복해야 합니다." (5월 8일, 주호영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 中)

    수많은 협상 경험을 자신했던 주호영 원내대표도 수적열세 상황에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국회M부스] "탁자 엎고 싶었다"는 주호영, 11대7 거부한 사정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 관련 규탄하는 통합당 의원들

    상임위원장 18 대 0 현실화

    18대0.

    우려는 현실이 됐고, 엄포는 엄포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고, 놀랄 일도 아니"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건 원내대표의 책임은 아니고, 누가 했어도 어려운 협상이었다"면서 주 원내대표를 두둔했습니다. 의원총회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통합당 내에선 이번 협상에 대해 아쉬움도 많다는 전언입니다.

    한 달 가까이 긴 협상을 했지만 "단일대오로 뭉치자"는 결기만 남은 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는 푸념.

    "일을 하고 싶은데, 법사위에만 목을 매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통합당 소속 한 초선의원의 한숨이 오히려 현실적인 해결책이었을지 모릅니다.

    원내 전략 부재 목소리도…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앞서 민주당이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시키고,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축소시키는 안을 냈었는데 우리가 거부하지 않았나. 그러다가 내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결국엔 우리가 다시 법제와 사법을 분리시키는 안을 뒤늦게 냈다. 당초 민주당이 제시한 법제와 사법위 분리 안을 안받은 건 원내 지도부의 뼈아픈 실책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 10여년간 지켜본 주 원내대표는 실제로 여야 협상 전면에 많이 나서긴 했지만 대부분 여당 대표였거나 수적 우위에 선 입장이었지, 열세 상황에서 협상에 나선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본인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호영을 둘러싼 당 안팎의 강경파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가합의안'이라는 표현이 두 번 등장했습니다.

    # 지난 12일.

    민주당은 통합당과 상임위원장을 11대 7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데 '가합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법사위는 민주당 몫으로 말입니다.

    명시적 합의가 있었는지까진 확인되지 않지만, 양 당 간에 의견접근이 이뤄졌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날 의총 직후 "가합의라고 하더라도 서명이 필요한데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협상장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11대 7 배분안을 주 대표가 통합당 의총에 들고온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주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11대7이라면 이걸 가지고 가서 한번 의총에 이야기해 보겠다, 그런 정도였고. 그게 가합의라면 법사위를 우리가 (민주당에) 내주는 걸 전제로 하는 건데 우리 당 분위기를 제가 알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요." (6월 12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 中)

    물론 이날 통합당 의총에서 대부분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11대7의 '가합의안'(?)은 추인받지 못했습니다.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민주당 안을 받아온 주 원내대표가 안팎으로 머쓱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 지난 28일.

    또 한 번 '가합의안' 소식이 들렸습니다.

    의장실에선 당시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모여 '합의안 초안'까지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11대7 배분과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갖는 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의혹 국정조사와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에 대한 법사위 청문회 등 8개 안에 원내대표간엔 '서명없는 합의'가 됐던 겁니다.

    하지만 이 역시 통합당 내에서 반발에 부딪혔고, 통합당은 29일 오전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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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상 권한 있었지만, 합의 권한은 없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동료 의원들이 전권을 위임해주셨다. 감사하다."는 표현을 여러번 했습니다.

    하지만 두 차례의 '가합의안' 소동(?)을 보면 주 원내대표는 '협상전권'은 있었지만, '합의전권'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양 당 원내대표의 전권은 최종 '오케이' 사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큰 차이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협상장에선 여당의 강경파에게, 의원총회에선 당내 강경파에게 시달린(?) 주 원내대표에게 처음부터 주고 받는 식의 협상 여지를 기대하긴 어려웠던 겁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훌륭한 분으로 평가합니다. 협상 경험이 많고, 정책위의장도 하셔서 아주 잘할거라고 보고요. 상생과 협치를 위한 틀을 만들거라고 기대합니다." (5월8일, 주호영 원내대표 당선 기자회견 中)


    원내대표에 당선됐던 날 주 원내대표가 기대했던 여당 원내대표와의 호흡은 결국 자신을 둘러싼 강경파에 의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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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당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논란

    그렇다보니 결국엔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비슷한 합의안이 통합당에서 부결된 것은 김종인 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에 개입한 것입니다." (6월 29일,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협상 결렬 후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협상에 개입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통합당은 "근거없이 사실 관계를 호도하지 말라"고 즉각 반발했지만, 이같은 공방 속에도 협상 당사자였던 주호영 원내대표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상임위원장을 모두 포기하자"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주 원내대표가 법사위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찰에 칩거한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은 물론 원외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는 활발한 장외(?) 플레이를 통해 "상임위원장 18개를 다 포기하고 가자"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니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생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했습니다. 물론 통합당에선 이 역시 즉각 부인했습니다.

    통합당은 18대0의 상임위도 당분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각종 특위를 구성해 상임위 밖에서 야당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상임위에 들어가려니 여당에 굴복하는 것 같고 안들어가려니 장외투쟁 외엔 답이 안보이는 난감한 상황, 통합당에 닥친 현실이 녹록치 않습니다.
    [국회M부스] "탁자 엎고 싶었다"는 주호영, 11대7 거부한 사정
    "이제 우린 어떡해야 하나"…"주호영, 상당히 외로울 것"

    당의 앞날을 놓고 내부에선 회의론이 나옵니다.

    줄곧 협상론을 주장해 온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은 우리에겐 폭거를, 국민에겐 착한 정치를 반복할 것"이라면서, 18대0이라는 상임위원장 배분이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장 의원은 이어 "어제(29일)가 골든 타임이었다"면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는 빈 손으로 국회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당의 협상 전략을 비판했습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와 원내수석으로 주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춰 본 홍준표 의원은 "주호영 대표는 철저한 협상론자"라며 "주 대표가 상처를 받은 건 민주당 때문이 아니라 통합당 의원들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홍 의원은 "소수당의 원내대표가 힘들게 협상해온 것을 초선 의원들까지 나서서 공격하는데 상처를 안받겠느냐"면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통합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주 원내대표가 지금 상당히 고독하고 외로울 것"이라면서 "의총에서 박수로 재신임을 했다고는 하지만, 주 대표의 협상력을 의원들이 얼마나 보장해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예결위 불참한 통합당 의원들, 어디로…

    "현안이 있을 때는 모든 문제를 의원총회를 통한 의견을 수렴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 출마 선언문 中)

    통합당은 오늘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점심도 도시락으로 떼워가며 끝장토론 방식으로 전략을 논의한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의원들이 발언을 할 거라고 하는데요. 어떤 묘안이 나올지 기대해보겠습니다.

    같은 시간 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이 아닌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별도로 3차 추경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성일종 비대위원은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이 아닌 본청 228호에서 국민보건부 신설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통합당이 이처럼 원외 활동에 열심인 사이, 예결위에서는 여당 의원들만으로 35조원이 넘는 3차 추경 예산안이 처리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통합당 의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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