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 10층에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아주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어떤게 유명하냐고요? 바로 '담배냄새'입니다.
의원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악명높은 A의원실 주변 복도는 10층 사람들에게는 '가능하면 피해서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 "의원실 앞의 수상한 꽃향기"
지난 3일 오후, 문이 굳게 닫힌 A의원실 주변 복도에는 어색한(?) 꽃향기가 진동을 했습니다.
- "조금 전에 거기 직원이 나와서 페브리*를 한참 뿌렸어요. 자기들도 양심이 있는지, 담배 피운 다음에 뿌리긴 하는데.. 진짜 머리 아파 죽겠다니까요. 거의 매일 이래요." (국회 보좌진 B씨)
주변 의원실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 "그 방은 의원 뿐 아니라 보좌진들도 안에서 같이 피운대요. 그 방 때문에 우리는 문도 못열어놔요. 진짜 어디 신고라고 하고 싶은데.." (국회 보좌진 C씨)
일부 국회의원들의 집무실 내 흡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국회 의원회관 3층과 6층, 10층에 야외 흡연장이 마련돼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실내흡연을 감행(?)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받아내고 있습니다.
냄새가 역하고 건강에도 안 좋아 견디기 힘들지만, 의원에게 감히 말을 꺼낼 수는 없습니다. 말못할 고충을 감내하는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 "대놓고 안에서 피우는 의원한테 감히 '나가서 피우시죠'라고 할 직원이 있을까요? 잘리려고 ㅎㅎ 속으로만 하는거죠. 제발 좀! 나가서 피우세요!!" (국회 보좌진 B씨)■ 의원회관 8~10층 계단은 흡연 명당(?)
실내 흡연은 의원들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의원회관 8층과 9층, 9층과 10층 사이 계단. 그 중에서도 건물 제일 끝쪽 계단은 국회 내 흡연자들이면 누구나 아는 명당(?)이라고 합니다.
건물 양 옆이다보니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안심하고 피운다는 건데요. 직접 가서 확인해 본 지난 6일 오후, 명당(?) 바닥엔 여기저기 담뱃재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창틀엔 재떨이로 보이는 종이컵에 꽁초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요.
유리창에는 "담배는 흡연구역에서 피라구!!"라고 적힌 항의성 패러디 게시물이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더 난리야 난리. 지독해 죽겠어. 왜들 이러나 몰라. 안 치우면 꽁초가 쌓이는데 어떡해. 치워야지." (국회 환경미화원 D씨)
수시로 너구리굴(?)을 청소해야 하는 미화원 분들에게, 이 계단은 가장 곤욕스러운 곳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계단은 청소거리가 거의 없는 곳인데, 명당(?)에는 쌓이는 꽁초와 떨어진 담뱃재때문에 자주 청소를 해야 하고, 지독한 담배냄새도 견뎌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런 불만이 절로 터져나온다고 하네요.
- "배운(?)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국회 환경미화원 D씨)
야외 흡연장까지 이동하는게 힘들었던 걸까요.
마침 명당(?)에서 기자와 마주친 흡연자는 기자를 흡연 동지로 생각했는지, 개의치 않고 연기를 계속 뻐끔거렸는데요.
기자가 스마트폰으로 담배꽁초와 담뱃재 등을 사진 찍자, 그제서야 황급히 담배를 끄고 자리를 떴습니다.■ 야외 커피판매점에서도 뻐끔뻐끔~
국회에선 실외 흡연도 최근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본청 옆 새로 생긴 야외 커피판매점은 또 다른 흡연 명당(?)이 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야외 커피판매점 주변 벤치에서는 나이 지긋하신 남성 2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담배 연기는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바로 옆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인상을 찌푸리고 자리를 떴습니다.
민원인으로 보이는 이 남성들은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담배를 피우다, 담배가 꽁초로 변한 뒤에야 흙바닥에 담배를 껐는데요.
국회 경내는 실내, 실외 가릴 것 없이 금연구역이고 일부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이 허용돼 있지만, 이들을 제지하거나 금연 구역임을 고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엔 맞은편 벤치에서 또 다른 흡연자가 나타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 "계도는 하고 있는데…"
국회 사무처도 흡연 때문에 난감한 눈치였습니다.
단속 권한은 없고 계도를 하고는 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겁니다.
- "사무처는 단속 권한이 없어서 흡연 신고가 들어오면 계도를 하고 있어요. 수시 계도든 금연표지판이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
실제로 지난달 17일 국회 민원센터에는 본청 정문 단상에서 누군가 흡연을 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사무처 직원이 계도에 나섰습니다.
또 흡연 명당(?)인 의원회관에서는 매달 1~2건 정도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이 역시 사무처에서 계도를 실시 중이라고 하고요.
심지어 지난달엔 영등포구청에 실내흡연 신고가 접수돼, 구청 보건과 직원 4명이 출동한 일도 있다고 합니다.
구청 직원들이 의원회관 6층과 10층을 돌며 흡연자 단속활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6일 오전에도 영등포구청에는 국회 직원으로부터 의원회관의 실내흡연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고 합니다.
- 누구든지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여서는 아니된다. (국민건강진흥법 제9조 8항)
- 제9조 8항을 위반하여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국민건강진흥법 제34조 3항)
국회 안에서 담배 피우는 의원님들! 직원분들! 이 법.. 여러분들이 만든 것 아닌가요?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법을 꼭 지킵시다.
정치
이기주
[국회M부스] "의원님, 제발 좀! 나가서 담배 피우세요"
[국회M부스] "의원님, 제발 좀! 나가서 담배 피우세요"
입력 2020-07-07 10:23 |
수정 2020-07-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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