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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분위기 파악 못하거나, 뻔한 레퍼토리거나

[국회M부스] 분위기 파악 못하거나, 뻔한 레퍼토리거나
입력 2020-08-04 09:33 | 수정 2020-08-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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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분위기 파악 못하거나, 뻔한 레퍼토리거나
    "전세 소멸된다" 했다가 바빠진 여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3일 하루에만 라디오 프로그램 두 개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출근 시간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겹치기 출연'은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인물이라는 얘기고, 당사자도 자신의 입장을 열심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지난 주말,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던 "전세는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제도", "국민 누구나 월세에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는 페이스북 게시물. 이 글의 주인공이 바로 초선인 윤 의원입니다.

    '전세=선, 월세=악' 아니라지만…

    윤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실제 담겨있는 뜻이 어떤 취지인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현재 월세가 60%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도인데 월세 사는 사람이 나쁘다고 인식되는 건 옳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정책 당국은 월세가 전세보다 비싸지지 않도록 전세-월세 전환율을 잘 챙겨서 추가 부담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여야 했습니다.

    자신의 진의를 이해시키기 위해 추가 해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정치인으로서 실패한 메시지였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당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은 "국민 감정선이나 눈높이에 맞춰서 발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민 눈높이를 못 읽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사견을 전제하면서도 "집 없는 분들의 감성을 안다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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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전세가 대한민국에만 있어서…?

    그런데 이런 비판이 무색하게 논란의 발언은 또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었습니다. 소병훈 의원은 3일 국토위 회의에서 "왜 전세제도가 대한민국과 몇몇 나라에만 있어서 그 문제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한 겁니다.

    소 의원은 변창흠 LH 사장에게 "전세 제도가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몇 군데나 되냐"고 물었습니다. "일부 남미 볼리비아인가 한두 나라 정도 외에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는 변 사장의 답변이 나오자 소 의원은 "결국 전세를 들어가려면 돈이 없는 사람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대출해야 하고, 이자를 낼 것인데 본질적으로는 임대료"라고 지적하며 해당 발언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적절한 비율만 적용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한다면 아무런 문제 없는 제도"라고 월세를 옹호했습니다.

    이 발언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미래통합당의 비판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 부담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전세 제도가 월세로 대체돼도 괜찮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반박을 시도한 겁니다. 하지만, 상당수 서민들은 반대로 '전세 같은 제도가 대한민국에만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섬세하지 못한 듯한 '말잔치'보다는 실제로 월세제도를 전세보다 낫게, 체감될 수 있도록 바꿔내는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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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닷없는 '공산주의' 타령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있다면 통합당 지도부는 '뻔한 레퍼토리'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에도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일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선동"이라며, "사적 소유는 모두 국가가 거둬들여야 한다는 건 공산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20세기는 혁명의 시대였습니다. 그 20세기의 끝무렵에 현실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사라졌습니다. 북한이라는 나라 하나만 덩그렇게 무인도로 남겨둔 채"…절묘하게 공산주의에 이어 북한까지 끌고 왔는데, 논리적 설명보다는 이념 낙인, 이념 공세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국회M부스] 분위기 파악 못하거나, 뻔한 레퍼토리거나
    "미국, 독일, 프랑스도 공산주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정면 반박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투기 차단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상한제와 보유세 강화 정책 등을 도입하고 있다"며 "통합당 주장대로라면 미국, 독일, 프랑스 등도 다 공산주의 국가"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책 대안은 없이 철 지난 색깔론으로 부동산 정책을 흔들려고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전방위적으로 여당을 비판하는 진중권 교수도 이 문제에서는 통합당을 향해 혀를 끌끌 찼네요.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놈의 빨갱이 타령은 버리지를 못하네"라며 "현대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갖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나? 이념선동을 하는 건 '우리에겐 정책 대안이 없다'는 고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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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차분히 밝혀 상대당의 평가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이후 통합당에서는 '윤희숙처럼' 대여투쟁을 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죠. 그런 그들에게 걸핏하면 '공산주의'니 '독재'니 하는 낡은 레퍼토리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치명적인 유혹인 듯합니다.

    국민 눈높이 맞는 논의 기대

    아무리 좋은 정책이고 논리적인 주장이라도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정치는 합리적인 이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이 아쉬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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