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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통합당, 정은경엔 "잘한다"…정부엔 "방역실패"

[국회M부스] 통합당, 정은경엔 "잘한다"…정부엔 "방역실패"
입력 2020-08-25 10:17 | 수정 2020-08-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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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통합당, 정은경엔 "잘한다"…정부엔 "방역실패"
    ■ 통합당의 노골적인 정은경 본부장 띄우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지방의원들에 대한 온라인 강연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극찬했습니다.

    -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때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지시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 질병을 이겨낼 수 있고 그래야 우리가 화합과 동시에 코로나 다음에 변하는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운영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 지난 18일 지방의원 온라인 강연 中)

    정은경 본부장의 지시를 잘 따라야 코로나 창궐도 이겨낼 수 있고, 국민 화합도 이루고,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가 잘 운영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3일 뒤 김 위원장은 직접 충북 청주의 질병관리본부를 찾아가 정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이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정부가 그동안 방역에 대한 성공을 얘기하면서 상당히 완화책을 강구하지 않았어요? (중략) 그런데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런 현상이 발발하게 됐느냐 그런 문제에 대해 물어봤어요." (김종인 위원장, 지난 21일 정은경 본부장 면담 후)

    얼핏 들으면 정부의 방역 책임자에게 야당 대표가 왜 완화책을 썼느냐고 질책한 것 같지만, 이어진 발언을 보면 정은경 본부장은 질책 대상인 '정부'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매일 점검하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사항에 맞게 방역책을 쫓아가면 그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나 생각하는 거예요." (김종인 위원장, 지난 21일 정은경 본부장 면담 후)

    한편으로는 정부의 방역 대책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질병관리본부와 정은경 본부장을 띄워 주는 김종인 위원장.

    애초부터 김 위원장에게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별개인 존재, 즉 정부 따로 질병관리본부 따로였던 겁니다.
    [국회M부스] 통합당, 정은경엔 "잘한다"…정부엔 "방역실패"
    ■ 굳이 정은경 본부장과 정부를 가르는 통합당

    통합당은 왜 정은경 본부장과 정부를 굳이 따로 떼서 얘기하는 걸까요?

    - "질병관리본부의 지침과 통제를 흩트리고 혼선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습니다. (중략)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지침과 통제에 따라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입니다. (김종인 위원장, 지난 20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 "대통령이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수 있다는 발언한 걸 생각할 적에 안이한 방역 대책을 정부 스스로가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질병관리본부를 다녀온 것도 질병관리본부가 신속한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독립된 권한이 없어서 정부 여당의 눈치를 보는 만큼 소신 있게 일해달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 지난 23일 코로나19 관련 긴급대책회의 中)

    - "정은경 본부장 방문은 정 본부장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정부가 빗장을 풀고 코로나가 종식된 것처럼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 정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간 거였고.." (김은혜 대변인, 지난 24일 브리핑)

    질병관리본부는 정부조직법 제38조 2항에 근거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입니다.

    하지만, 통합당은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애쓰는 '정부', 질병관리본부를 제외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등은 안이한 대책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로 구분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통합당은 이런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 [통합당 배준영 의원] "정은경 본부장은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사람이 모이는 곳은 다 위험하고 주말과 대체 공휴일 외부 모임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읍소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재확산이 정부의 느슨한 방역 시스템과 섣부른 소비 진작 때문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상반된 두 메시지가 나감으로 인해서 국민들이 코로나19 대처하는데 혼선을 끼쳤는데 유감표명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정세균 국무총리] "지내놓고 평가해보면 어떤 행위가 본의 아니게 잘못된 평가를 받을 때도 있고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죠. 그런데 이번 8월 17일 하루 휴일로 지정하는 건 상당히 오래전에 지정했었는데 지내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았죠. 그런 점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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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책임론, 국면 전환 노리는 통합당

    이같은 통합당의 행보는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 이후 제기된 코로나19 재확산 책임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MBC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재확산과 방역 실패의 책임을 부각하려면 '선과 악'같은 명확한 대비가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호감 1순위인 정은경 본부장을 띄우고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깎아내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합당으로선 광화문 집회와의 연관성을 끊고 통합당 책임론을 정부 책임론으로 전환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과의 동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질병관리본부가 잘한 것도 팩트고 정부가 소비쿠폰 발행한 것도 팩트인데,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나눠서 말하는게 오히려 더 정확한 설명 아니냐"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통합당의 한 초선의원도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질병관리본부와, 관료주의에 젖은 정부는 업무 특성상 큰 차이가 있다"면서 "질병관리본부가 소속기관이긴 해도 보건복지부와는 성격이 엄연히 다른 기관"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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