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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국민에겐 사과해도 뉴질랜드엔 못한다"는 외교부 장관…왜?

[외통방통] "국민에겐 사과해도 뉴질랜드엔 못한다"는 외교부 장관…왜?
입력 2020-08-26 12:19 | 수정 2020-08-2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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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국민에겐 사과해도 뉴질랜드엔 못한다"는 외교부 장관…왜?
    "대통령께는 죄송하다… 그러나 뉴질랜드엔 사과못한다"

    "장관이 책임지세요."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책임지겠습니까? 대통령이 망신을 당했는데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에 대해서 사과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국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제(25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고성이 오간 대화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뉴질랜드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뉴질랜드 정부와 국민, 피해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강 장관이 "국격의 문제다,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해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강 장관은 이 사건이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경위가 어떻든 죄송하다", "국민에게도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뉴질랜드 측에 사과하는 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외통방통] "국민에겐 사과해도 뉴질랜드엔 못한다"는 외교부 장관…왜?
    뉴질랜드, 강 장관 발언 신속 보도… 피해자 "실망스러워"

    강경화 장관의 사과 소식은 뉴질랜드 언론에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됐습니다.

    피해자 측은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국민에게만 사과하고, 정작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를 지원해온 뉴질랜드 인권운동가 루이스 니컬러스는 "피해자가 강 장관의 발언에 실망했다"며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외교부 "피해자 진술 계속 바뀌어"

    외교부는 사과를 하기에 앞서 사실 관계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피해자의 진술이 2017년 12월 처음 신고한 이후 현지 공관의 자체 조사와 외교부 본부 감사, 뉴질랜드 경찰 조사를 거치면서 계속 달라지고 있다는겁니다.

    또, 피해자는 현지 언론 등을 통해 본인의 피해사실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반해,

    해당 외교관 A씨는 아직도 본인의 성추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사건이 이제 단순 형사 사건이 아닌 '주권'의 문제로 확대된 것도 외교부가 '사실 관계'를 앞세우는 이유입니다.

    강경화 장관도 어제 외통위에서 "우리의 국격과 주권을 지키면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뉴질랜드 경찰은 A씨에 대해 자진입국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범죄인 인도청구를 통해 A씨의 신병을 확보해 직접 조사하는 방법이 있지만 뉴질랜드 측은 이 같은 사법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당사자의 자진입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부는 양국의 외교관계만을 위해 A씨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뉴질랜드에 보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어느 주권국가도 자국민을 아무 근거나 절차도 없이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외통방통] "국민에겐 사과해도 뉴질랜드엔 못한다"는 외교부 장관…왜?
    뉴질랜드에 밀려선 안돼…

    외교부 내에선 제도적 절차와 외교적 관행을 무시하고 언론플레이와 막무가내식 요구를 하는 뉴질랜드에 '밀리면 안된다'는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강경화 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언성을 높인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강 장관은 "정상 간 통화에서 의제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됐다"며 뉴질랜드 측에 불쾌감도 표시했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달 28일 한-뉴질랜드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예정에도 없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외교 문제로 불거졌는데요.

    정상 간 통화시에는 실무 진영에서 의제 조율을 거치는데 이 사건은 전혀 조율된 의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외교부는 외교적 결례라며 줄곧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상 통화 이전에 이미 뉴질랜드 현지 언론에선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가 크게 다뤄졌고, 한국 언론들에도 보도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외교부는 조사를 거쳐 감봉 1개월의 징계까지 모든 절차가 끝난 상황이라며더이상 문제가 될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만약 외교부가 초반부터 민감하게 대처했다면 설령 정상통화에서 급작스럽게 거론이 됐더라도 '대통령께 송구'할 만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결국 청와대는 외교부가 초동 대응부터 정상 통화 의제 조율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고, 강 장관은 24일 이례적인 대국민 사과 보도자료까지 내야했습니다.
    [외통방통] "국민에겐 사과해도 뉴질랜드엔 못한다"는 외교부 장관…왜?
    외교부의 최종 결정은?

    외교관 A씨는 외교부 명령으로 지난 17일 귀국해 현재 무보직상태로 자가격리중입니다.

    외교부는 A씨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추가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이미 징계가 완료된 A씨를 다시 징계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는 이달 초 외교부에 다시 중재를 요청했는데,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검토 중입니다.

    피해자는 아직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직원 신분으로 1년 넘게 병가 중이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선 피해자가 낸 진정이 인용 결정을 받았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교부는 인권위 권고안에 따라 후속조치를 검토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은 이번 성추행 사안에 대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비난이 커지자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는 물론 청와대, 인권위, 여당 의원의 질책까지 외교부 입장에서 보면 이래저래 뭔가 억울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공개 사과까지 한만큼 이제는 신속하고 타당한 후속 처리로 국내외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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