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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엄중·간결·깨알' 이낙연 스타일… 숙제 돌파할까?

[국회M부스] '엄중·간결·깨알' 이낙연 스타일… 숙제 돌파할까?
입력 2020-09-10 09:21 | 수정 2020-09-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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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M부스] '엄중·간결·깨알' 이낙연 스타일… 숙제 돌파할까?
    ■ 당 대표 이낙연의 스타일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속도를 냈고, 까다로워보이던 '선별'이냐 '보편'이냐 논란도 비교적 조기에 정리했습니다.

    이 대표가 '성과'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기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임기가 6개월 남짓에 불과한데다,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추격이 가파릅니다. 일부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1위로 올라섰다는 결과도 나옵니다. 6개월 안에 다시 당심과 민심, 둘 다 잡아야 하는 이 대표의 스타일은 어떨까요? 이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를 몇 번 살펴보니 그 일단이 보였습니다.
    [국회M부스] '엄중·간결·깨알' 이낙연 스타일… 숙제 돌파할까?
    ■ '엄중'의 의미 변화… 하루 만에 공개 경고

    이 대표가 즐겨 쓰는 말에 '엄중'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당대표 이전의 '엄중'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신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쓴 단어였다면 최근에는 말 그대로의 '엄중', 그 의미 자체에 충실해지는 듯한 모습입니다.

    윤영찬 의원 경우가 그렇습니다. 윤 의원이 포털 메인화면의 뉴스 편집을 문제 삼으며 직원을 부르라는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윤 의원도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다"며 즉각 사과했습니다.

    사실 '군기반장' 이낙연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국무총리 시절인 지난해 7월,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이 총리는 김상조 실장을 겨냥해 "정책실장으로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하루 만에 김 실장은 "총리님 말씀을 유념하고 잘 따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윤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에 대한 기강 잡기도 이어졌습니다. "몇몇 의원님들이 국민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공개적으로 "새삼 조심해야겠다"고 당부한 것입니다.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당 대표실 관계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두고 SNS에서 야당과 설전을 벌이는 김남국 의원, 그리고 MBC 보도로 총선 출마 당시 아파트 분양권 등 재산신고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난 김홍걸 의원의 사례를 귀띔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같은 스타일에 대해 한 최고위원은 일화를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가 최근 회의를 앞두고 보고가 늦은 당직자에게 "왜 이렇게 늦느냐"며 혼낸 적이 있었는데 "당직자들이 벌벌 떠는 게 보이더라"며 "이 대표를 왜 무섭다고 하는지 알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국회M부스] '엄중·간결·깨알' 이낙연 스타일… 숙제 돌파할까?
    ■ '간결'과 '깨알'… 중복 발언 No! 생중계 화상 회의도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지도부의 발언 길이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공개발언 시간을 당 대표 5분, 최고위원 2분 30초로 조율한 것입니다. 동시에 위원마다 정책 분야를 나눠 발언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개혁, 지방분권, 경제, 외교안보, 청년, 여성 등의 문제를 최고위원별로 나눠 각자 전문성에 맞게 발언하자는 것입니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제의 특징으로 '간결'을 꼽았습니다. 어제 회의에선 양향자 위원이 발언을 생략했는데, 이 대표는 "양보에 감사드린다"며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각자가 중요시하는 문제들, 본인의 특별한 정의감, 가치관을 압축적으로 표현해주셨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해찬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주 "앞서 당 대표도 말씀하셨지만" 또는 "앞서 의원님도 말씀하셨지만"이라며 중복된 메시지가 종종 나오던 것과 차별화하려는 모습입니다.

    어제 회의에선 태풍 피해가 큰 강원도와 울산의 광역단체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생중계로 재난 보고를 받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민방위복을 입은 이 대표는 총리 시절을 연상시키듯 '깨알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식입니다. '평창의 교량은 어떻냐', '삼척시 임원항 피해가 크다고 한다. 제가 2번 갔었던 곳과는 다른 곳이냐'. 이 대표는 또 울릉도의 피해가 큰데 관심을 못 받는 것 같다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니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당면한 과제들… 이낙연 스타일로 돌파할까?

    취임하자마자 당 안팎에서 숙제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한 윤영찬 의원의 경우, 이 대표의 신속한 조치에도 야당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관련 비판 여론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언동에 대한 공개 경고를 했지만 그 직후 "카투사는 원래 편한 군대"라는 우상호 의원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컸고, 이 대표의 지시를 듣던 김태년 원내대표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대야관계도 그렇습니다. 취임 일성, '원칙있는 협치'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차갑지 않았습니다. 첫 교섭단체연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표현까지 쓰며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과제로 들어가면 좀처럼 골을 좁히기가 어려워보입니다. 공수처 문제만 해도, 원내대표와 협의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공수처 출범을 '빅딜'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는데 야당이 선뜻 응하지 않아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로서 친문의 지지를 얻었던 이낙연 대표. 대권주자로서 자신만의 목소리로 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야 하지만 자칫하면 핵심 지지층인 친문이 등을 돌려 당내 지지 기반을 잃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핵심 지지층의 요구에만 충실하면 그것이 국민의 지지로 연결되는 것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고민도 있습니다. 당청관계, 대야관계, 정책성과라는 3대 숙제를 이 대표가 어떻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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