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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방통]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외통방통]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입력 2020-10-24 07:48 | 수정 2020-11-0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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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방통]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한 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 선거가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WTO 사무총장은 투표가 아닌 전 회원국의 합의로 선출됩니다. 유명희 후보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대한 최종 라운드 투표가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면, 이후에는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텐데요.

    이르면 다음 주 중반, 늦어도 11월 첫째 주 후반쯤 새로운 사무총장이 선출될 예정입니다.
    [외통방통]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지역별 판세는?

    WTO 전체 163개 회원국 가운데 과반수인 82표 이상을 확보하면 당선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지만, 이는 1차 관문일 뿐입니다.

    관건은 미국과 중국, EU(유럽연합) 세 곳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입니다. 이 세 곳의 선택이 대세를 형성하면, 중소국가들은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EU의 표심입니다.

    EU는 27개 회원국이 한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유럽은 식민 지배의 경험 때문에 역사적·심정적으로 아프리카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유럽 국가와의 경제적인 관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동구권을 중심으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많은데요. 그러다보니 EU가 이번 주부터 누구를 밀어줄 것인가 합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래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 장관이 유럽국가 정상-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외통방통]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건 결국 미국과 중국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전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한데요.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스스로가 미중 갈등을 중재할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중국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한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 두 나라가 끝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사무총장 선출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예상치 못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1999년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뉴질랜드의 마이클 무어 후보와 태국의 수파차이 파닛치팍 후보를 놓고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두 명이 3년씩 사무총장직을 번갈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유명희 후보가 골고루 표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비공식적으로 유명희 후보를 지지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는 전언입니다.

    아시아는 유 후보를 지지하는 나라들이 많고, 중남미 쪽은 반반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공개적으로 유명희 후보를 반대해왔지만, 최종적으로는 대세에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미국 시민권자(이중국적자)라는 점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지지가 엇갈릴 거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현재 판세는 오리무중, 예측 불가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럭비공이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본인이 국제기구 전문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조차 "이렇게 판세가 불투명한 선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고 합니다.
    [외통방통] 최초의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가능할까?
    유명희의 무기는?

    유명희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상대후보와 그 지지국가가 바짝 긴장할 정도로 따라붙은 데는 우선 후보 개인의 적극성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상대후보는 세계은행(World Bank) 근무 경험과 국제백신연합(GAVI) 이사회 의장이라는 이력을 앞세운, 압도적으로 우세한 국제적 지명도가 큰 강점입니다.

    유명희 후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직에 있는 통상전문가라는 강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또 제네바를 중심으로 각국 대표를 부지런히 접촉하고 스킨십을 넓혀왔습니다. 산업부 역시 총력을 투입해 선거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외 공관의 지원,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을 맞아 진단키트와 마스크 지원 등으로 쌓게된 인도적 지원 역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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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사무총장이 탄생하면?

    그런데 한국인 WTO 사무총장은 우리에게 실익을 안겨다 줄 수 있을까요?

    과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당선을 놓고 개인의 영광에 그쳤다, 국제사회에 한국이 부담하는 몫만 늘어났다는 일각의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WTO 사무총장이 국가간 무역 분쟁에 직접 개입해서 한국 편을 들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역협상을 이끌고 나가는 기구의 의장이고, 전 세계 무역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데 지도적인 역할을 하다보면, 무역 의존국인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효과는 유엔 사무총장 이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혹여 사무총장 선출에 실패하더라도, 한국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만만치 않은 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선거 초반 '열심히 하면 3등까지는 가능하다'는 다소 비관적인 예측을 뒤엎고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후보, 결말까지 대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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