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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아직도 은행을 믿습니까?

[PD수첩 예고] 아직도 은행을 믿습니까?
입력 2020-01-21 17:27 | 수정 2020-01-2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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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F 사태로 본 은행의 사기 판매 실태
    은행만 믿고 맡긴 1억 원, 반 년도 안 돼 0원이 되다
    손실률 최대 100% 상품을 판매한 은행, 판매 수익은 118억 원?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모은 전 재산 9천만 원이었다. 전세 대출과 자녀의 결혼을 위해 모아둔 돈, 장영숙(가명) 씨는 이 돈을 잠시 맡겨두려 은행을 찾았다. 그런 장 씨를 설득한 건 은행 부지점장이었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1%의 손실도 없다"며, 석 달 동안 장 씨에게 한 펀드 상품을 권했다. 6개월 후면 200만 원 이자가 들어올 거라는 말을 듣고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은행을 믿어보기로 했다. 적금과 딸의 돈까지 끌어 1억 원을 만들었다. 반년 뒤, 전 재산 1억 원 중 63.5%가 없어졌다. 이자가 붙을 거라는 은행의 말과는 정반대로, 장 씨 통장엔 3,600만 원 가량만이 남았다.

    장 씨가 가입한 상품은 해외금리 연계 DLF. 파생결합펀드의 일종으로, 독일 국채의 금리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금리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연 4%의 이자를 받지만,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를 3월부터 5월까지 집중적으로 판매했고, 비슷한 기간까지 하나은행은 영국 CMS 연계 DLF를 판매했다. 지난 8월 금감원의 조사가 있기까지, 두 은행은 총 3,243명(법인 222개 포함)에게 7,950억 원에 달하는 해외금리 연계 DLF를 판매했다.

    문제는 이 시기 해외 경제 상황이 요동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고조된 미-중 갈등과 브렉시트 등의 요소들이 불거지며 금리는 계속 하락했다. 수익률 대신 손실률이 커지면서, 100% 손실률이 발생한 고객도 나타났다. 은행을 믿고 맡긴 1억 원이 0원이 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런 위험까지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을까. 피해자들은 "은행의 위험 고지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대로 된 상품설명 없이 판매를 종용한 것도 모자라, 은행이 고객 서류를 조작한 정황도 있었다. 투자상품의 경우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라 투자자 성향 분석을 먼저 하고, 성향에 맞게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 특히 DLF는 1등급 위험 상품으로, ‘공격투자형’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그러나 판매를 담당했던 은행 PB 중 일부는 이 서류를 대신 작성하면서 '안정형' 투자자를 '공격투자형'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모든 금융기관 중 실적요구가 가장 센 곳이 은행일 거예요." 이종우 전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은행의 실적주의를 이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모두 본사 차원에서 DLF 상품 판매를 독려했다. 구체적인 판매 목표를 제시하고, 직원의 실적을 공개했다. 판매 실적을 높인 직원들은 곧바로 승진했다. DLF 상품 판매 수수료도 상당했다. 은행은 ‘선취수수료’ 명목으로 1%가량의 금액을 가져갔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비이자 수익만 188억 원(우리은행 69억 원, 하나은행 119억 원)에 달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번 DLF 같은 금융활동이) 국가 경제에 도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금융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은행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착수했다'고 답해왔다. 반면 하나은행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우리파워인컴펀드, 키코 등 오래전부터 반복된 금융 상품 사고.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믿음을 저버린 자들은 지금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어떻게 이용해 왔는가. 그들에게 고객의 믿음은 어떤 의미였나. PD수첩 '은행을 믿습니까'는 오늘(21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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