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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PD수첩 예고]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입력 2020-03-24 11:51 | 수정 2020-03-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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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희수 하사, 숙명여대 합격생 A씨…커밍아웃이 불러온 논란

    지난 16일부터 성전환자, 일명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절차가 간소해졌다. 지난달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관련 규칙(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일부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규칙 시행을 3일 앞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에 반대하는 글이 올랐고, 11일 사이 184,858명이 이에 동의했다(24일 7시 기준).

    대법원의 결정 한 달여 전, 이슈가 된 두 명의 트랜스젠더가 있다. 우리 군 창설 이래 최초로 복무 중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자대학교 법학과에 합격했다는 A씨다. 약 열흘의 간격을 두고 용기를 낸 두 사람, 이들을 보는 시선은 극명히 갈렸다.

    지난 1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커밍아웃한 변희수 하사. 변 하사는 지난해 11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성별 정정을 앞두고 있었다. '성별 정정'은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 표기를 정정 신청하는 것으로, 법적 여성이 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수술 직후 군은 변 하사에 대한 의무조사를 실시했다. 5급 장애 2개 항목, 종합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이 나왔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제53조에 따라 군은 변 하사를 전역심사위에 회부했고, 6일 만에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전역 결정의 한 요소가 될 수 있었던 '성별 정정' 판결은 그로부터 19일 뒤인 2월 10에 나왔다. 청주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라 법적 여성이 된 변 하사. 군인이 되는 게 유일한 꿈이었다는 변 하사는 군의 결정에 불복했고, 이에 대한 인사소청을 제기했다.

    A씨의 커밍아웃은 변 하사보다 조금 뒤인 1월 30일. 언론을 통해 '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여성' A씨의 소식이 알려졌다. 가능할까 싶었던 일이 현실이 된 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나섰다는 A씨. 그러나 학내외로 번진 논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숙명여대 내부에서는 트랜스젠더 입학 반대 TF도 등장했다. 입학을 환영하는 이들보다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던 걸까. A씨는 합격 8일 만에 입학을 포기했다. "학교를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학교는 가보지도 못했다. "전형적인 학생들의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는 A씨는 현재, 다시 입시 준비를 결심한 상태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혹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사회에서 주어진 자신의 정체성 대신 다른 삶을 살기로 결정한 트랜스젠더들은 얼마나 될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연구에서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를 5~25만 명 정도로 추정했다. 전체 인구의 0.3%를 트랜스젠더로 볼 수 있다는 미국의 2011년 연구에 따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인권정책과 같이 성소수자에 대한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까지의 사회적 인식은 이들에겐 가혹하기만 하다. 해외 약 18개국에서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했고,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허용한 국가들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거나, 관련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낙인, 편견을 해소하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WHO가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을 통해 정신장애로 분류됐던 트랜스젠더 관련 항목을 '성별불일치(gender incongruence)'로 변경, 성적 건강 관련 상태로 분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트랜스젠더들. 그들의 삶을 조명한 PD수첩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는 오늘(24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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