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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학교 미투' 홀로 외치는 10대들

[PD수첩 예고] '학교 미투' 홀로 외치는 10대들
입력 2020-04-07 14:53 | 수정 2020-04-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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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는 왜 변명하나"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학생, 입막음이 우선인 학교
    - 2019년 성비위 교직원 징계 212건, 전년대비 44건 증가

    2년 사이 전국 100곳의 학교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나는 정관수술을 했으니 너희와 성관계를 해도 임신하지 않는다", "야하게 입으면 성폭력 당해" 따위의 말들이 학생들에게 쏟아졌다. 가해 주체는 대부분 교사들이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학생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교실 창문에 단체로 포스트잇을 붙였고, SNS를 통해 학교에서 벌어진 각종 성폭력 사건을 알렸다.

    학교는 학생들의 입을 막는 데 급급했다. 지난 1월, 대전의 B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강당에 모았다. 미술 부장교사와 한문 교사에게 제기된 성추문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학생들은 SNS를 통해 교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는데, 총 88개의 제보 중 대부분이 이 두 교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미술교사는 수업을 빙자해 수년간 학생들을 성추행했고, 한문교사는 학생들이 자습하는 사이 교실에서 음란물을 보면서 자위했다는 내용들이 잇따랐다. 특히 한문교사의 경우 이전에도 같은 문제로 학부모들이 문제제기를 한 적 있지만 학교 측에서 쉬쉬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미술 부장교사는 별다른 징계 없이 경고 처분만 받고, 현재는 명예퇴직한 상태. 교장은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 이것 하나만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예퇴직 또한 징계는 징계"라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 논란이 일자 대전광역시교육청은 B중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3월 말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학생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 할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집안일은 집 안에서 끝내라는 말이 있다. 학교 일도 그랬어야 했다." 대놓고 미투를 불미스러운 일로 치부한 학교도 있었다. 청주의 A중학교다. 2018년 9월, 유민(가명)은 SNS를 통해 교내에서 벌어진 성폭력 제보를 받았다. 그 시기 다른 학교에서 공론화된 미투 운동과 함께, '스쿨 미투' 관련 글은 300만 건 넘게 생성됐다. 계정을 만든 지 약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생리주기를 적어오면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한 과학교사는 논란이 됐던 교사 중 한 명. 수많은 제보가 있었지만 A중학교는 제보 내용의 실상보다 계정을 운영한 학생을 찾아나서는 데 집중했다. SNS 계정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민을 도왔던 친구들도 점차 등을 돌렸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과학 교사의 부인은 증인으로 출석한 유민에게 접근해 설득을 시도하기도 했다. 과학교사는 3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유민은 미투 운동의 후유증으로 인해 진학했던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단지 내가 이런 일을 겪었고 이게 문제란 걸 말했을 뿐"이라는 유민에게, 미투 운동을 했던 그 시간은 지옥과 같았다.

    2015년 '성범죄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던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 11월, 스쿨 미투 처리 과정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듬해 2월에는 교육부에서 성희롱·성폭력 사안 관련 첫 종합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미투에 대한 정보는 불투명하다. 17개 시도교육청에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사안 처리 과정을 제대로 공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 사이, 지난해에만 212명의 교원들이 성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았다. 전년대비 44명이 증가한 반면, 이에 대한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처분은 전년대비 13.4%p 감소했다.

    이수경 청소년 인권운동 활동가는 "스쿨 미투가 이슈가 되는 건 좋지만, '이슈만' 되는 것이 문제"라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미투가 끊이지 않는 건 이 악행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늘 누군가는 불쾌하고 힘든 나날을 보낼 거고, 그게 우리가 됩니다." 수년간 학교부터 막아왔던 학생들의 고발, '학교 미투'를 조명한 PD수첩 '학교미투,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는 오늘(7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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