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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담임목사와 38명의 신도, 성폭력을 둘러싼 진실

[PD수첩 예고] 담임목사와 38명의 신도, 성폭력을 둘러싼 진실
입력 2020-05-12 14:12 | 수정 2020-05-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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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님의 뜻이다" "기도를 들어주셨다"…거역할 수 없는 신도들
    - 32년 목회자의 삶, '스타 목회자' 전준구 목사의 진실은?

    "너에 대한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기도를 했더니 들어주셨다." 2008년, 이민지(가명) 씨는 목사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목사님인데, 설마 나쁜 감정이 있을까' 생각했다. 민지 씨를 대하는 목사의 행동은 이상했지만, 그 당시에는 거역할 수 없었다. 1년 사이 수십 번, 같은 고통을 마주해야 했다. 이 씨는 "저 말을 어떻게 믿나 싶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 사람 얘기대로 행동하게끔 됐다"고 토로했다.

    2011년 9월, 한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목사가 있다. 서울 방배동 로고스교회의 전준구 담임목사다. 전 목사의 대전ㄱ감리교회 재직 당시인 2006년과 2007년에만 38명의 교인들이 그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것. 이 씨가 처음이 아니었던 셈이다.

    이 씨는 서울에서도, 대전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내 뒤에 당한 사람들은 내가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씨는 수소문 끝에 자신과 같은 피해자 9명을 찾았다. 그 중 4명과 함께 전 목사에게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형사고소는 불가능했다. 당시 친고죄의 고소 기간이 6개월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교회법이었다.

    2010년 5월부터, 3년 동안 공방은 계속됐다. 교회법상 소속 연회(감리회 교회들의 구성 단위) 내 심사위원회의 기소여부 결정 이후 재판위원회의 판결을 받는데, 심사위부터가 난항이었다. 성추행 피해자의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감리회 헌법과 같은 '교리와 장정'에 성추행 관련 내용이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오히려 피해자들을 '스토커'로 몰아갔고, 재판위원회는 전 목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인데…교회는 깨끗해질 수 없는 건가 (싶었다)." 당시를 되짚으며 이 씨는 며 이렇게 말했다.

    5년 뒤, 전 목사는 감리교 서울남연회 감독으로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426개 교회, 20만여 명 신도가 소속된 서울남연회는 총 13개 연회 중 두 번째로 큰 곳이었다. 여성 신도들은 즉시 반발했다. "후배 여성들이 성추행한 감독의 안수를 받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다"는 것. 결국 취임 100일을 조금 넘긴 2019년 1월, 전 목사는 감독직을 사임했다. 그는 2021년 9월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다.

    "내가 너무 출세를 하니까 나를 질투하는 사람이 많다." 전 목사는 신도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로고스교회 측 역시 전 목사와 관련한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듬해 명예퇴직을 약속받은 전 목사는 교회로부터 약 17억 원의 퇴직금을 이미 지급받은 상태다. 그는 2018년 방배동 재건축 구역에 주택을 구입했는데, 매매가는 16억 원에 달한다. 이곳이 재건축될 경우 최소 1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32년의 목회 생활 이후, 노후까지 보장받은 셈이다.

    신도와 교단의 인정을 한 몸에 받았던 전준구 목사. 절대적 존재와 같았던 그에게 신도들이 저항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단 전 목사만의 일은 아니다. PD수첩은 그간 대형교회 목자들이 벌인 성범죄를 수차례 보도했다. 교회와 목사만 다를 뿐, 그들의 방법은 흡사했다. 믿음과 절대 권력을 등에 업은 목사들과, 그들에게 감히 저항할 수 없었던 신도들. 기독교반성폭력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는 31명, 그 중 목사직을 박탈당한 이들은 5명에 그친다. '하나님의 뜻'을 앞세워 신도들을 무력화하는 성직자들. 이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PD수첩 '목사님, 진실을 묻습니다'는 오늘(12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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