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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스님들이 만든 터전',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

[PD수첩 예고] '스님들이 만든 터전',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
입력 2020-05-19 09:00 | 수정 2020-05-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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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원금) 이자를 불려서 더 큰 돈을 만들어라' 누적 후원금 72억 원 스님들의 큰 그림은?
    - 나눔의 집 25년, 밀려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할머니들 버릇 나빠진다." 할머니들이 좋아한다는 음식을 챙겨온 직원들을 향해 요양시설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여섯 분이 이곳에 계신다. 모두 90세 이상의 초고령자다.

    지난 3월 초 최초 제보 후 4월, 나눔의 집 직원들이 PD수첩을 찾았다. 간호사, 회계 담당 등 이곳 직원 7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믿기 힘든 얘기를 털어놓았다. 수천 명의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후원금이 정작 후원 대상인 할머니들에게는 쓰이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 1996년 설립된 나눔의 집엔 매달 2억 원가량의 후원금이 들어온다. 지난 4월 기준 누적 후원금은 72억여 원. 직원들은 최근 나눔의 집 지출내역을 제시했다. 여기에 국가지원비 외 재활치료비, 의료비, 장례비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이들에 따르면 한 권에 1,600원 하는 책자도 후원금으로 구입하지 못했다. 후원 쌀은 매년 톤 단위로, 어디론가 실려나갔다.

    직원들이 최초로 문제를 인식한 건 지난해 봄이다. 처음에는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사무국장, 법인 이사회 등에 호소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때마다 저희가 받은 압박들이, '너희들 이거(문제제기) 하면 할머니들만 피해본다'는 논리였거든요."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이사진의 2/3이 조계종 스님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후원금을 용처에 맞게 사용하는 대신, 더 크게 불리는 데 주목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외, 다른 인원을 더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요양원을 증축하려던 것. 나눔의 집 원장을 지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사회에서 이렇게 발언하기도 했다. "(후원금) 100억 원 정도 잡아야 100여 명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땅을 사고 어딜 확장해라, 아니면 뒤에 땅을 더 사라"는 식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현재 나눔의 집 법인이 소유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대 땅은 총 13,685㎡. 여기 지어진 건물과 토지의 가치를 합하면 29억 원이 넘는다. 나눔의 집 법인은 이곳 부동산 대출 원금·이자 상환 등에 후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엔 생활관 증축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도 후원금 5억 2천만 원이 들어갔다.

    나눔의 집이 몸집을 키우는 동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할머니들이 사용했던 물품, 유품, 작품 등이 증축 과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훼손된 것. 야외에 방치된 할머니들의 물품 대신, 수장고에는 불교관련 책자, 기사 모음집 등이 자리를 차지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로는, 일상적인 생활과 관련된 구체적 기록을 훨씬 더 중시한다"며, "무책임할 뿐 아니라 할머니들에게 심각한 결례를 범한 것"이라 지적했다. 아직도 할머니들의 물품 일부는 밖에 방치해 두고서, 나눔의 집 운영진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96년 설립돼 25년째 운영되고 있는 나눔의 집. 설립 당시 1순위 목적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이었다. 정관 개정이 거듭되며 할머니들의 순위는 밀렸고, 최근 설립 목적엔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만이 4순위로 남아 있다. 위안부 피해자 18명 중 6명, 제국주의 범죄에 맞선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 산다. 이곳에 들어오는 수억 원의 후원금은, 과연 후원자의 바람에 맞게 쓰이고 있는가. PD수첩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는 오늘(19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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