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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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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M본부] "대법원이 민주주의 파괴"…"'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정당" 판결 후폭풍

[서초동M본부] "대법원이 민주주의 파괴"…"'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정당" 판결 후폭풍
입력 2020-06-07 15:25 | 수정 2020-06-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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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M본부] "대법원이 민주주의 파괴"…"'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정당" 판결 후폭풍
    #해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주 해군기지 반대' 글 100여 건

    [대한민국 바다를 망치고 있는 대한민국 해군!!]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강정마을"입니다.
    제발 정신차리시고 무리한 공사강행 멈춰주세요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제발 정신차려주세요.


    2011년 6월 9일, 박 모씨 등은 해군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해군은 당시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 해군기지를 만들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는데,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박 씨 등도 기지 공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비슷한 내용의 글 100여건을 해군 홈페이지에 게시한 겁니다.

    그러자 해군은 그날 곧바로 '제주기지 건설에 관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글들을 삭제 조치한다'는 공지 글을 올리고, 해당 글 100여개를 일괄 삭제조치 했습니다.
    [서초동M본부] "대법원이 민주주의 파괴"…"'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정당" 판결 후폭풍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침해" VS "'정치적 성향의 글'로 삭제 정당"

    게시글을 삭제 당한 박씨 등은 2013년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군의 불법 행위로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 추구권이 침해됐다며 위자료를 청구한겁니다.

    이들은 "해군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은 표현 조차 할 수 없다면, 국민의 의사 표현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한 기초적인 제도가 작용될 수 있도록 해군의 위법행위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는 선례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1심은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판단의 핵심은 해당 게시물이 삭제 사유에 해당하는 지 여부.

    해군은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근거인 운영 예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조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제9조 홈페이지 게시판 및 게시물 관리]
    -홈페이지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이용자가 게시한 자료 중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료를 삭제할 수 있다.

    가. 국가안전을 해할 수 있거나 보안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경우
    나.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다. 특정기관, 단체, 부서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경우
    아. 동일인 또는 동일인라고 인정되는 자가 똑같은 내용을 주 2회 이상 게시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1일 2회이상 게시하는 경우


    그러니까 삭제된 게시물이 위 같은 사유에 해당되는 게시물이냐가 판결을 가르는 핵심인 겁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 사유인 '정치적 성향이 있는 글로 판단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단정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것도 아니지만, 삭제 처리한 담당 공무원 입장에선 '정치적 성향이 있는 글'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해당 삭제 행위를 한 공무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고, 배상책임도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당시 제주해군기지가 정부와 야당 사이에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었고 ▲야당 최고위원회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는 사실 ▲원고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해군 홈페이지에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의 글을 올려달라고 남겼고, 이후 100여건의 글이 게재된 점 등이 판결의 근거 사실로 나열됐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에선 달랐습니다.

    해군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원고 한사람당 3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재판부는 해당 게시글을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해군의 조치가 위법하다고 봤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내용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야당 및 시민단체 등의 입장과 유사하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두고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삭제한 조치는 원고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결국 위법하다"

    100건의 게시물이 집중적으로 게시된 점 역시 정치적 목적이라기보다는 공적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해당 재판에선 게시글을 삭제한 해군측 공무원 이모 씨의 증언도 포함됐는데, 이 증언도 판단의 근거로 사용됐습니다.

    이씨는 "이 사건 전에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게시물과 반대하는 게시물이 있었는데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해군이) 삭제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진술을 근거로 "평상시에는 각 게시글이 게시된다면 삭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각 게시글을 포함한 게시물이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게시되고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사정 등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다고 볼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홈페이지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게시글의 적정성을 심도있게 검토·판단해 삭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음에도 당일 삭제한 해군 측의 조치는, 객관적 정당성이 부족한 위법한 행위며 따라서 이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서초동M본부] "대법원이 민주주의 파괴"…"'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정당" 판결 후폭풍
    #5년여만의 대법 판결 "배상 책임 없다"

    정부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오게 된 사건.

    5년만의 대법원 판결은 항소심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대법원1부는 지난 6월 4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삭제된 게시글이 분명히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똑같이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재판부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한겁니다.

    [대법원 판결문]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이므로 이 사건 운영규정에서 정한 게시글 삭제 사유인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왜' 정부정책에 반대하면 정치적 목적의 글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삭제가 정당한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건 나열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추어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삭제 조치가 위법한 것은 아님

    ▲ 해군기지사업의 시행 여부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이므로, 해당 항의를 직접 해군에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

    ▲ 하루에 100건을 게시한 행위는 다른 이용자들이 다른 게시글을 읽는 것을 방해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어 '1일 2회 게시한 경우 삭제'하도록 한 해군의 다른 규정을 적용해도 삭제가 가능함

    마지막으로 삭제 조치는 원고의 항의 시위 결과물을 삭제한 것일 뿐이고, 삭제하면서 그 이유에 대한 입장문도 게시했기 때문에 국가기관이 인터넷 공간에서 반대 의견 표명을 억압하거나 국민의 여론을 호도 하려는 시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정부정책 반대의견 선별 삭제 문제없다는 대법원 판결이야말로 삭제돼야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 판결에 반발했습니다.

    [참여연대 성명서]
    "대법원은 국가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은 삭제해도 좋은 것이라고 본 것인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고, 대법원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태도를 보인 것에 경악한다"


    정부정책과 '다른 의견'이란 이유로 삭제당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적법성 등 건전한 토론이 불가능해지고 이런 상태를 '독재'라고 부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제시한 이유 어느 하나도 납득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법원의 판결이야 말로 "선별적으로 삭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 성명서]
    "자유게시판에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게시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일이 된다는 것인가. 오히려 대법원이 판단한 기준에 따르면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반대 의견만 선별해서 삭제한 것이 바로 정치적 중립에 반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순이다"


    원고 측 대리인인 양홍석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에 따를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의견을 밝히는 것이 전면적으로 봉쇄되는 것이고, 심지어 찬반 의견 중 한쪽의 의견을 일괄 삭제해도 정당하다는 것이어서 이런 발상이나 판결은 전체주의하에서나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이 스스로 판시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언급하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야 말로 '자가당착적 판결'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정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합리적인 홍보와 설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공권력의 행사는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선고 2010헌바70 등 결정)


    여러분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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