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고 답답하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벌써 다섯 달째입니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엔 코로나19로 마음이 지치고 다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적 타격을 정면으로 맞고 탈출구조차 보이지 않아 불안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도 많지만, 장기간 집에만 있다가 우울 증세가 나타난 일반인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마음을 다친 '코로나 블루'입니다.
"코로나 블루, 호르몬 균형 깨지면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
전문의들은 "현재 상황에선 누구나 코로나 블루가 올 수 있으며, 본인이 특별히 나약하고 이상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우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바로 호르몬 때문이죠.
흔히 신체 활동은 칼로리를 태워 비만을 막는 등 몸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몸이 움직이면 교감신경계가 활성이 되며 엔돌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이 나옵니다. 모두 각성을 유지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입니다.
신체 활동이 줄면 이들 호르몬의 분비도 줄어 일차적으로는 '무기력'을 느끼게 되고, 심해지면 '우울감'으로 발전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신체 활동을 코로나19 사태 이전만큼 끌어올리면 '코로나 블루'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쉬운 방법을 알아봤습니다.코로나 블루 예방법 ① : 신체 활동 향상은 '집안일'부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산책입니다. 기온이 높은 한낮을 피해 햇볕을 쬐며 걷기만 해도 이점이 많습니다. 신체활동에 더해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D 합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당연히 산책은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바깥을 걸어야겠죠. 방역 당국도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다면 바깥 산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산책도 불안해서 싫다면 집에서 신체활동을 극대화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허탈할 수 있겠지만, 집안일입니다. 청소, 빨래, 이불개기 등등.
혹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집안일을 미루고 있다면 억지로라도 해야 합니다. 집안일을 미루다 계속 쌓이면 스스로가 무기력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안일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꽤 다양한 신체활동이 동반됩니다.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충분할 만큼 말이죠.
만약 집에서 조금더 능동적인 신체활동을 하고 싶다면 '홈 트레이닝' 이른바 '홈트' 유튜브를 보며 따라하는 것도 좋습니다.
보기만 하고 나중에 해야지, 하지 말고 보는 순간 움직이면 됩니다. 일단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그 다음은 몸과 맘이 움직여줄 겁니다.
또 '홈트' 유튜브 중에는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진행하는 채널도 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며 '운동'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고 합니다.코로나 블루 예방법 ② : 메시지보다 전화통화, 전화통화보다 영상통화
코로나 블루를 막기 위해 신체 활동량을 끌어올렸다면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을 완화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원으로부터 멀어지는데 도움이 되지만 마음도 멀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혹시 내향적이라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들도 '완전한 고립'은 다소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족 외 다른 사람을 만나는 사회적 활동은 근황과 감정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도 공유합니다.
즉 스스로 고립되면 '정서 부족'에 더해 '정보 부족'에도 시달릴 수 있다는 뜻이죠.
전문의들은 꼭 사람을 대면해 얘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서로의 얘기를 듣고, 현재 어떤 감정인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정보와 감정을 주고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노약자나 임산부는 혼자 있게 되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더 크게 갖게 되고 불안이 깊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조금전 '정서 부족' 얘기를 했는데, 사람의 정서는 문자(내용)로만 충족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화할 때를 떠올려 보면 내용 뿐 아니라 상대의 표정이나 목소리 톤에서 알 수 있는 '감정 정보'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정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공감대 형성' 같은 고차원적인 욕구 이전에, 주변을 이해하려는 본능적 욕구를 충족해 정서적 균형을 가져다 줍니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상대의 안부를 묻더라도 문자나 단톡방 대신 전화 통화, 또 전화 통화보다는 영상 통화가 마음을 가까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코로나 블루 예방법 ③ : 성장기 아이가 있다면 '역할극'을
만약 집에 성장기 어린이가 있다면 조금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신체적 활동량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뇌·정서 발달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기에는 또래들과 놀고 갈등을 빚으며 사회성을 기르게 됩니다. 같이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상대를 이해하고 자신을 알리는 여러 과정 속에서 성장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집에서 가족하고만 있다보면 이같은 경험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외동일 경우는 더 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집에서 놀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활동량 높은 놀이만 하는 것보다 '역할극'을 해보라"고 추천합니다.
아이가 본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행동이나 말로 표현하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예측하고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이해하게 되고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역할 놀이나 게임을 할 때 다른 사람과의 협동이나 경쟁이 동반된다면 더욱 좋겠죠.코로나 블루 예방법 ④ : 평소 잘하던 것 안되면 전문가 상담을
코로나19가 길어지며 마음이 지친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방역 당국도 '심리방역'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코로나19로 마음이 다치지 않게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정부 등이 제공하는 온라인 무료 심리상담이 있긴 하지만, 전 국민이 대상이라 통화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지치고 다친 마음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어떨 때가
혼자서 견딜 수 있는 개인 심리방역의 마지노선일까요.
전문의들은 "스스로 돌아볼 때 평소 잘하던 것이 잘 안되는 등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떨어지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코로나 블루' 상담을 받아보라"고 말합니다.
집중이 잘 안 된다거나 평소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일의 앞뒤가 헷갈린다던가 할 때 말이죠.
또 이런 변화는 스스로 깨닫기보다 주변에서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마음은 가까이 둬야 하는 이유겠지요.
도움말: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사회
전동혁
[뉴스인사이트] 코로나에 마음까지 다쳐서야…'코로나 블루' 극복법은?
[뉴스인사이트] 코로나에 마음까지 다쳐서야…'코로나 블루' 극복법은?
입력 2020-06-20 09:06 |
수정 2020-06-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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