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M본부] 법정구속 됐지만 불법 촬영 '무죄'…구하라측 "가해자 중심 사고"

# '구하라 폭행' 최종범 항소심 징역1년·법정 구속

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선 가수 故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종범씨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최씨는 검정 정장에 흰티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나타났죠.

지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최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저희 재판부는 판단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결 선고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또 최씨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하고 법정구속시켰습니다.

최씨는 구씨를 폭행하고 구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구 씨가 유명연예인으로서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은 것만으로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구씨가 최씨를 용서하지 않았고 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도 1심에 비해 가중된 형을 선고한 이유로 밝혔습니다.

#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검찰은 최씨가 구씨의 동의 없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며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의 혐의로도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죠.

[항소심 재판부]
"피고인의 이 사건 사진을 촬영한 당시 상황이나, 당시 피해자의 의사를 추론할 만한 이 사건 사진 촬영한 시점 전후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동 등에 비춰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진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구 씨의 동의를 얻어 사진 등을 촬영했다는 최 씨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촬영 당시 구씨의 명백한 동의가 있지는 않았지만 피고인이 동영상을 찍었을 당시 이에 대해 구씨가 제지를 하지 않았고, 구씨가 바로 삭제도 하지 않았다는 게 무죄로 판단한 이유였습니다.

# 故 구하라씨 유족측 "가해자 중심 사고"

2일 항소심 선고에 대해 구씨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인 측은 어제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강하게 비판했죠.

구 씨가 일관되게 사진 촬영 당시 동의를 하지 않았고, 사진을 지우려 했으나 해당 사진이 피고인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어 사진을 지울 타이밍이 오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무죄로 판결했다는 겁니다.

특히, 연인관계의 특성상 사진 촬영 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화를 낼 경우 관계가 악화될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조용히 위 사진들을 삭제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하였다는 구씨 측의 진술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가해자 중심적 사고로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는 거죠.

[故 구하라씨 유족 측 대리 변호인 입장문]
"피해자가 사진을 확인한 후 항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피해자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지었고, 항소심은 이에 대하여 별다른 이유 설시도 없이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재판부의 태도는 성폭력 범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의 사고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게다가 불법 촬영죄의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피해자의 입장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에도 과연 항소심 판결에 이러한 피해자의 입장이 고려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소심 재판 직후 재판에 참석한 친오빠 구호인씨도 입장을 밝혔습니다.

[구호인씨 / 故 구하라 오빠]
"이번 항소심 실형 판결을 통해 피고인에 대한 저희 가족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그마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나 금번 항소심 판결을 통해서도 불법카메라 촬영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점은, 그리고 1년의 형이 선고된 점은 저희 가족들로서는 참으로도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입니다."

항소심에선 실형이 선고된 점은 다행이지만, 불법 촬영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것은 억울하고, 데이트 폭력 피의자를 너무 관대하게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구호인씨는 동생 구하라씨에 전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기자들의 마지막 질문에 울먹이며 심경을 전했습니다.

[구호인씨 / 故 구하라 오빠]
"너가 하려고 했던 것들을 오빠가 대신 이어서 해줄테니 거기서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현재로서는 동생이 많이 보고 싶기도 하고, 저희는 이제 둘 사이가 애틋하다 보니 만나면 서로 안았었어요. 안았었던 그 장면들이 머릿 속에 생각나니까 너무 보고 싶고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구씨 측은 최 씨에게 선고된 징역 1년 형이 여전히 가볍다며 검찰에 상고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