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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자이미지 강연섭

[서초동M본부] "양육비 안 주는 건 아동학대"…친아버지 고소한 중학생 아들의 절규

[서초동M본부] "양육비 안 주는 건 아동학대"…친아버지 고소한 중학생 아들의 절규
입력 2020-07-08 14:15 | 수정 2020-07-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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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같지 않은 행동을 일삼아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줬습니다."

    어제(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앳된 모습의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고소 대상은 바로 자신의 친아버지.

    엄마와 이혼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친아버지를 처벌해달라며 고소장과 기자회견문을 손수 작성했다고 합니다.

    시민단체 관계자와 함께 검찰에 찾아온 이 학생의 사연은 그가 직접 작성했다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요.

    한 자 한 자 자신이 직접 인터넷을 뒤져가며 고소장은 물론 아동복지법 조문까지 찾아야했던 이 학생의 고뇌와 울분이 느껴집니다.

    다음은 중학교 1학년 김 군이 직접 작성한 기자회견문입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저의 친부를 고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언제나 낯선 존재였습니다. 제 동생은 아마 더 할 것입니다.

    엄마께서 이혼하시고 저희를 키우는 동안 단 한 번도 만나러 온 적도 없고, 제가 9살 때 집을 나가기 전에도 저와 제 동생에겐 늘 잠만 자는 하숙생 같은사람이었고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제 머릿속에선 지워버리고 싶은 존재입니다.

    정말 친부와는 모르는 사람인 듯 각자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엄마께서 아무리 노력하시며 일을 하셔도 저희를 양육하는데 비용이 점점 많이 들어가면서 엄마와 저희는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저의 친부가 이행하지 않은 양육비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행 소장에 대해 돌아온 답변서에는 "양육비 기각"을 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한, 소송 과정 중 알게 된 친부의 재혼과 그 사이에서 한 명의 아이를 낳고 현재 그 아이에게는 부모가 되어 양육의 의무를 하고 있으며, 외제 차와 골프 등의 편한 생활을 한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났고 저와 제 동생의 존재는 그 친부에게 뭐였는지 서러운 감정마저 들었습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저의 친부인 그 사람인데 왜 아직 어리고 약하다는 이유로 저와 같은 아이들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저희 엄마와 제가 당연히 받을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이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는 그 사람이 오히려 저희 엄마께 주거침입이라며 신고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사람은 그에 대해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책임감 없는 행동에 대한 처벌의 방법을 찾아보고 모르는 단어는 다시 검색하면서 엄마께 물어보며 고소장을 작성했습니다.

    내용은 엄마에게 첨삭을 받았습니다.

    제가 찾아본 아동복지법에서는 그 법의 목적부터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복지를 보장하는 것으로 나와 있고 기본이념에도 어떠한 상황, 어떤 이유에도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아동학대의 정의에서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복지, 정서적 발달 저해하는 신체, 정신, 성적 폭력, 유기, 방임 행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습니다.

    보호자나 성인은 부모, 양육자나 비양육자를 다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현실적으로 돈이라는 게 없으면 일상적인 생활조차 하기 힘듭니다.

    저희집은 컴퓨터가 없습니다. 제 나이 또래 친구들과 컴퓨터를 통해 소통하는 게 많지만 저희집 사정상 엄마에게 사달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 주말마다 컴퓨터가 있는 외삼촌 댁으로 갑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이 나한테는 해당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저 같은 아동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돈이 없으면 학원에 다니는 것도 먹는 것도 할 수가 없는 나라에서 저와 제 동생, 그리고 엄마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렇게 살아가는 저희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행위는 저희를 유기, 방임하는 행위이고 건강, 복지, 정서적 발달 저해하는 신체적, 정신적 학대 모두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부가 제발 저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으면 합니다.

    만약 지금 키우고 있는 그 아이가 제 입장이라 한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그 마음을 알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상황을 안다면 제 친부의 행동은 저희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런 일은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생활하는 아이들과 엄마, 또는 아빠분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전 제 상황과 저와 같은 입장에 있는 아이들의 상황이 정말 모든 사람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은 어려서 어른들이 이렇게 함부로 하고 상처받아도 되는 우리가 아니라 보호받고 안정된 생활을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어떠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초동M본부] "양육비 안 주는 건 아동학대"…친아버지 고소한 중학생 아들의 절규
    # "양육비는 생존권"

    기자회견에 함께한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의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이준영 변호사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은 형사 처벌이 불가능해 입법자인 국회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양육비해결모임의 강민서 대표는 "양육비는 생존권이고,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두 번 버리는 잔인한 행위가 없어졌으면 한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아동복지법 17조 6항에 '양육비 미지급' 여섯 글자가 추가될 수 있도록 청원 동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현행 아동복지법 조항입니다.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한다"
    <아동복지법 17조 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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