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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손정우의 나라, 가볍기만 한 성범죄의 무게

[PD수첩 예고] 손정우의 나라, 가볍기만 한 성범죄의 무게
입력 2020-08-04 14:43 | 수정 2020-08-0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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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최종형량 징역 1년 6개월, 미 법무부 "유감"
    - '웰컴투비디오' 기소된 국내 이용자 42명 중 35명은 '벌금형'

    체포되던 2018년 3월, 손정우의 나이는 갓 스물셋이었다. 그는 2015년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열어 2년 8개월 사이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웠다. 운영 초기엔 779개가량의 영상을 직접 올렸다. 그 이후로는 자가발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영상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거나, 암호화폐로 지불해야만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의 말마따나, "영원한 동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20만 건 넘게 쌓인 영상, 손정우는 이를 통해 4억 원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6개월이 지난 2018년 9월, 손정우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다른 범죄 전력이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8개월 뒤 나온 2심에선 6개월이 더 줄었다. 선고 2주 전 제출한 혼인신고서가 반영된 것. 1심과 2심 사이 진행된 결혼, 상대 측은 손 씨의 범죄 사실을 모두 알고 결혼한 걸까? 한 지인은 "(손정우) 아버지가 국제결혼 중개를 했었으니까, 그냥 외국인이랑 해서 올렸을 거라 생각했다"며 국제결혼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외에도 지인들의 진술과 의심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법원은 혼인신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 사이 미국에서도 손정우를 주목하고 있었다. 미국 연방검사는 2018년 8월, 9개 혐의로 손정우를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 한 달 전이었다. 이듬해 4월 미 법무부는 재판을 위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올해 4월 손정우의 인도 심사가 결정되자 손정우의 아버지는 아들의 '미국 송환은 가혹하다'는 국민 청원글을 올렸다. 그는 손정우의 범죄를 두고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라 말했다. 아들의 미국 송환은 "지은 죄보다 더 많은 형량을 받게 되는 것"이자, "정상적인 건 아닌 일"이었다.

    약 석 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심사가 진행됐다. 이미 처벌된 범죄는 다시 논할 수 없어, 심사할 수 있는 혐의는 '국제자금세탁' 혐의 단 1건뿐이었다. 석 달에 걸친 심사 결과는 '미국 송환 불허.' 사법주권을 지키기 위해, 웰컴투비디오의 추가 수사를 위해서란 입장이었다. 신중권 변호사는 "사법부가 내세운 건 이상"이라 비판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동 성 착취 범죄자의 인도 거부에 실망했다." 서울고법의 범죄인 인도 거부 후 미국은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미국의 처벌에 비해 한국의 아동성범죄 관련 형량은 가볍기만 하다. 징역 18개월에 그친 손정우를 비롯, 웰컴투코리아 국내 이용자 223명 중 단 42명만이 기소됐다. 이 중 35명은 벌금형에 그쳤다. 반면,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다른 아동성착취 범죄자들은 대부분 징역 60개월 이상. 121개월, 180개월을 선고받은 이들도 있었다. 미국의 박예안 변호사는 "(미국이었다면) 손정우는 종신형, 심지어 몇 번의 종신형까지 받았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거부된 직후, 시민 천여 명이 모인 법원 앞. 한 시위 참가자는 "사법부는 가해자를 지켰고, 성범죄를 지켰고, 강간문화를 지켰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이미 손정우는 풀려났다. 2020년 7월 현재, '반성한다'는 손정우의 삶은 바뀌었을까. PD수첩 '손정우의 나라'는 오늘(4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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