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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예고] '랭킹 1위를 위하여', 철인3종 경주시청팀 폭력사

[PD수첩 예고] '랭킹 1위를 위하여', 철인3종 경주시청팀 폭력사
입력 2020-08-11 14:09 | 수정 2020-08-1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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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 최숙현과 같은 일을 겪었다던 한 선수의 제보 "최숙현의 억울함을 풀어달라"
    - "내(감독)가 아닌 장윤정에게 붙어라" 녹취·일지에 고스란히 담긴 철인3종 경주시청팀의 내막

    지난 7월, 한 제보자가 피디수첩을 찾았다. "제가 그렇게 됐으면 숙현이는 안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최숙현의 억울함을 자신의 기록들로 풀어달라고 했다. 2015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에 있었던 전미경 선수였다. 그는 최숙현 선수보다 앞선 지난 2016년, 생을 마감하려 했었다고 했다.

    지난 6월 26일,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최숙현 선수. 그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 10여년 동안 운동에 매진했고, 철인3종경기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될 정도로 재능있던 선수였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팀의 핵심 인물 세 명을 지목했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주장, 그리고 운동처방사 안주현이다. 전미경 선수 역시 김 감독과 장 선수를 지목했다. 두 선수는 이들에게 어떤 일을 겪은 걸까.

    "나한테 붙지 말고 장윤정에게 붙어라. 장윤정 라인을 타야 한다." 김 감독은 공공연하게 한 선수만 챙겼다. 대한민국 최초 아시안선수권대회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메달리스트 타이틀을 거머쥔 장윤정 선수는 감독의 '오른팔'이었다. 장 선수의 기록을 위해 감독은 언제나 다른 선수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장윤정 선수가 1등을 하는 것, 제가 (그걸) 기뻐할 줄 알아야 하는 게 팀플레이래요." 전미경 선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했으면서도 국가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했다. 장 선수를 위한 팀플레이, 일명 '끌어주기'를 강요당했다. 경기 규칙에서도 엄연히 금지된, 적발될 시 실격까지 갈 수 있는 행위였다. 2016년 포항대회에서 전 선수는 감독의 지시를 어기고 1등으로 들어왔다. 그에게 돌아온 건 약 8시간의 '마녀재판'이었다.

    "감독님 말에, 장윤정 선수 말에 '네, 아니오'가 결정돼요. 그게 경주시청이고 그렇게 만든 거죠." 정 선수가 공개한 녹취자료 및 일지에 담긴 내용은 최 선수의 생전 탄원서와 거의 같았다. 당시 경주시청 팀에서 함께 훈련했던 다른 동료선수들의 증언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경주시청팀 내에서 폭언과 폭행은 일상이었다. 복숭아 하나를 먹었단 이유로 폭행당했던 최숙현 선수, 난데없이 헬맷을 쓴 채로 머리를 맞았던 전미경 선수, 토하면서도 20만 원어치 빵을 먹는 '식고문'을 당해야 했던 이들의 동료 선수. 김규봉, 장윤정, 안주현 세 인물은 선수들에 대한 폭력의 방관자이자 공범자였다. "살고 싶으면 장윤정에게 빌어라." 감독은 장윤정에 대한 편애를 숨기지 않았다. 선수들이 넘어설 수 있는 벽이 아니었다.

    전미경 선수는 폭언과 폭행, 끝내는 3일 동안 이어졌던 마녀재판을 이기지 못하고 2016년 6월 경주시청을 떠났다. 4년여간 경주시청에서 견뎠던 최숙현 선수는 지난 1월에서야 팀을 옮겼다. 최 선수는 이적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4개월 동안 최 선수가 찾았던 경주시청, 대한철인3종협회, 국민인권위원회, 대한체육회, 검·경찰 등 다섯 개 기관은 모두, 최 선수가 떠난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 선수 사망 한 달여 후에야 감독과 주장은 영구제명됐고, 구속됐다. 5년이 지나서야 드러난 경주시청팀의 폭력사. 동료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은 선수 생명을 걸고 목소리를 낸다. "영구제명돼도 처벌받지 않으면 시합장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아직, 아무도 안심하지 못한다.

    PD수첩 '그들이 죽는 세상, 故 최숙현 선배 선수의 폭로'는 오늘(11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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