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페이스북' 놓고 벌어진 양측 신경전
정경심 교수의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의혹과 관련한 25번째 공판.
재판이 시작하자마자, 조국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글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8월 20일, 정경심 교수 25차 공판 中]
검사 : "피고인 측이 (페이스북 글로)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검사들까지 인신공격의 대상으로 노출되게 하고, 증인에 대한 위증수사까지 언급하는 건 이후 공정한 재판에 지장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중략)
재판장 : "변호인 의견 있으신가요?"
변호인 : (중략) "재판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미 언론에 나갔고 그게 바로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반론 차원에서 올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논쟁은 대체 왜 벌어진 걸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해 입시 관련 의혹 제기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맥락을 다시 한 번 따라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국 딸 '단국대 논문' 고려대에 제출됐나
이번 논란의 핵심에는 조 전 장관 딸의 '단국대 논문'이 있습니다.
이 '단국대 논문'은 조 전 장관의 딸이 고등학생 시절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려 정당성 논란이 일었던 의학 논문인데요.
이후에 1저자 등재가 부당하다며 대한병리학회 직권으로 취소되기도 했죠.
만약 이 논문이 실제로 딸 조 씨가 다녔던 고려대 입시에 제출됐다면 '입학 취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당시 여론의 관심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고려대에 제출됐을 것이다, 아닐 것이다…
여러 의견이 분분했던 그때.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고려대학교를 압수 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당시 입학사정관이었던 고려대 지 모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요.
그런데, 지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한 일간지에서 <"조국 딸 고려대 입시 때 1저자 의학논문 냈다">는 단독 기사가 나왔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고려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 이후,
많은 매체가 관련 기사를 쏟아내면서 '단국대 논문'이 고려대에 제출됐다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 돼 버렸죠.
# 재판부도 '고려대에서 압수한 거라 생각'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 균열을 내는 증언이 지난주 공판에서 나온 겁니다.
지난 공판엔 고려대 지 모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는데요.
변호인 측의 신문 과정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지난 공판의 신문 내용, 한번 보겠습니다.
[8월 13일, 정경심 교수 24차 공판 中]
변호인 : "이 목록표나 자기소개서 관련해서 증인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이 서류들이 고려대에 제출됐다고 하던가요? 제출된 서류라고 검사가 말하며 의견을 물어보던가요?"
고려대 지 모 교수 : "그렇진 않았고, '우리가 확보한 자료' 이렇게 말한 걸로 기억합니다."
변호인 : "'우리가 확보한 자료'라고 했을 때, 이게 고려대에 제출됐다고 생각하고 진술했습니까?"
고려대 지 모 교수 : "네"
변호인 : "고려대 압수 수색을 한 거 아시죠?"
고려대 지 모 교수 : "네"
변호인 : "고려대 압수 수색을 하면서 딸 조 씨의 입시기록이 모두 폐기돼 자기소개서나 목록표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거 아세요?"
고려대 지 모 교수 : "(검찰) 조사받은 직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검찰이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관련 의혹을 수사하면서
정 교수의 PC에서 찾아낸 자료를 마치 고려대에서 확보한 것처럼 질문해 지 교수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정황입니다.
실제로 이런 오해를 한 사람은 지 교수뿐만이 아닌 걸로 보이는데요.
앞서 고려대학교는 정 교수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입시 서류들을 '돌려달라'며 청구서를 냈습니다.
해당 서류들이 '학교에서 나온 서류'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이 청구를 받아본 재판부 역시 '고려대에서 압수된 게 아닌가 했다'고 언급했을 정돕니다.
[8월 20일, 정경심 교수 25차 공판 中]
재판장 : "저희는 청구서를 보고 (중략) 고려대에서 압수된 게 아닌가 했는데, 증거목록을 보면 고려대에서 압수한 게 아닌가요? 피고인 PC에서 나온 건가요?"
검사 : "네"
그러나 서류들은 모두 정 교수의 PC에서 나온 것이라서 원래 고려대 소유가 아니고, 당연히 돌려줄 필요도 없는 것이죠.
조 전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을 비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는데요.
검찰이 자료 출처를 애매하게 밝히며 '기만적 조사'를 해 '단국대 논문이 고려대에 실제로 제출됐다'는 보도로 이어졌고,
당시 "논문이 고려대에 제출된 적 없다"고 해명한 자신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는 겁니다.
[8월 17일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中]
"검찰 특수부의 '신종' 언론 플레이 기법이 작동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략)
이러한 기만적·책략적 조사는 허용되는 것인가요? 이러한 조사를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들),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한 것이 분명한 검찰관계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감찰을 촉구합니다."# '단국대 논문' 제출 여부 법정서 밝혀질까?
단국대 논문을 딸 입시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조 전 장관,
여기에 조 전 장관의 주장이 '허위'라고 맞받아친 검찰.
그렇다면 둘 중 무엇이 진실일까요.
지금까지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보면요.
실제 논문이 제출된 듯한 정황은 있지만, 물증으로 확인되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검찰이 고려대를 압수 수색을 한 결과 조 전 장관 딸의 입학 관련 자료는 보존기간이 지나 이미 폐기된 상태였습니다.
압수수색에서 아무 소득이 없었던 검찰은 결국, 해당 논문이 실제로 고려대에 제출됐는지 최종 확인하지 못한 겁니다.
다만, 검찰은 정 교수의 PC에서 고려대에 제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딸 조 씨의 자기소개서와 제출서류 목록표를 입수했는데요.
제출 마감 시점과 서류들의 최종 수정 시각 등을 따져보면 실제로 '단국대 논문'이 고려대 입시에 제출된 걸로 표시돼 있다고 검찰은 주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은 "당시 딸에게 확인 또 확인한 후 '제출된 적 없다'고 밝힌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은 앞으로 법정에서도 끝내 가려지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검찰이 이런 내용을 수사하고도,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딸 조 씨의 고려대 입시 관련 의혹은 공소 사실에 전혀 포함하지 않았거든요.
기소조차 되지 않은 내용이라 재판에서 쟁점으로 다룰 필요가 없는 겁니다.
때문에 재판부도 양측의 주장이 격돌하는 이 주제에 대해 '밝혀보자'는 게 아니라 '조심하자'는 중재 형태로 논쟁을 마무리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그렇게 법정 밖에서 반론을 해야 했던 상황도 이해한다는 것도 언급하면서 말이죠.
[8월 20일, 정경심 교수 25차 공판 中]
재판장 : "재판부의 협의 내용은 조국 씨가
겪은 상황에서 그런 반론을 하실 수는 있는데,
법정에서 했던 증언에 대해선 현재 조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고요. (중략) 공소사실과 관계없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자제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김경록 "정경심 요청으로 증거은닉"
이번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는 이미 정 교수의 하드디스크를 숨겨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탭니다.
항소심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본인 사건 재판에서 이미 주장한 것들을 정 교수 재판에서 뒤집을 순 없겠죠.
때문에 김 씨 진술은 앞서 자신의 1심 공판에서 내놓은 주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단지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면서 "정 교수가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달라고 했다"는 기존 진술을 그대로 유지한 겁니다.
김 씨의 증언대로라면 증거를 숨기라고 지시했다는 정 교수의 혐의는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변호인 측은 그러나 '정 교수가 하드디스크를 없애라거나,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두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나온 '표창장'…대립각 절정으로
이날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막바지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에서 포렌식 분석을 담당하는 이 모 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이뤄진 건데요.
변호인 측은 포렌식 분석 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이 '개연성'이나 '추정' 수준에 그치는데도, 마치 '확실한 사실'처럼 적힌 부분이 많다며 증인을 추궁했습니다.
예를 들어, 표창장을 위조하는데 사용됐다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가 위조 시점으로 특정된 2013년 6월에 정 교수의 방배동 자택에 있었던 게 맞느냐는 쟁점.
대검 포렌식 보고서에는 당시 해당 컴퓨터의 IP주소가 정 교수 집에서 확보된 다른 컴퓨터의 IP주소와 앞자리가 일치한다는 점을 강력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와이파이 접속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공유기'에서 IP주소가 부여되는데,
만약 다른 장소에서 같은 회사 공유기를 썼다면 IP주소 앞자리는 어디서든 유사하게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포렌식 보고서에서 근거로 든 'MAC 주소'나 'USB 메모리 접속 기록' 등도 따져봤더니 단지 개연성만 보여줄 뿐,
PC가 있었던 곳을 확인하는 증거로 보기엔 예외나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이어서 의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파일'에 대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방법대로 해봤는데, 고도의 편집 기술이 필요한 이 작업을 30여 분 만에 끝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즉각 반발하며 법정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실제 표창장 파일을 직접 띄워 보여주면서 위조된 것이 확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결국, 표창장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각은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고,
재판부는 앞으로 추가 확인을 더 해보자는 듯한 암시를 남기고 이번 재판을 서둘러 마무리했습니다.
[8월 20일, 정경심 교수 25차 공판 中]
재판장 : "여기서 정리하시죠. 다시 설명할 기회를 드릴게요. (중략) 시간이 된다면, 검찰이
만드는 걸 보여줘 보시죠"
검사 : "만들 필요 없습니다. 출력하는 것까지 입증하겠습니다."
(중략)
변호인 : "검찰이 말한 과정은 과학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중략)
재판장 : "그럼 그 파일이 거기 왜 있는 거예요? 피고인 측은 왜 있는지가 설명이 안 돼요."
(중략)
변호인 : 그건 행정조교나 직원이 동양대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드립니다."
결국, 이후 재판에서 검찰은 재판부가 요청한 것처럼 직접 위조의 전 과정을 시연해볼 수가 있겠고,
반대로 변호인 측은 정 교수가 만든 게 아니라면 해당 파일이 강사 휴게실에 있는 컴퓨터에 왜 들어 있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기일인 8월 27일 공판에는 동양대 식당 주인 이 모 씨와 함께 조 전 장관 청문회 준비단의 팀장을 맡았던 김 모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도 자세한 소식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